"尹 찍었다고 여가부 폐지 찬성 아니다" 한 이대남의 일침

중앙일보

입력 2022.03.10 15:18

업데이트 2022.03.10 16:10

“데이터 상으로 표가 갈렸다고 이를 ‘이대남·이대녀’로 정리하면 너무 많은 맥락들이 제거되는 것 같아요.”

20대 남녀의 표가 갈린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보고 대학원생 A씨가 가진 의문이다. 그 원인이 ‘젠더’로 귀결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것은 경제 정책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였다”며 이대남 분석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는 20대 이상 여성의 58%가 이재명 후보에게, 남성의 58.7%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령대별 투표 집계에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男 “젠더 이슈 때문에 尹 뽑았다고?”

9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녀의 표가 각각 윤석열 후보, 이재명 후보에게 몰렸다. [출처 KBS 캡처]

9일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녀의 표가 각각 윤석열 후보, 이재명 후보에게 몰렸다. [출처 KBS 캡처]

일부 20대 남성들은 ‘이대남’ 이라면 젠더 이슈에 관심이 있을 거라는 추론에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김모(26·남)씨는 “윤석열을 찍었지만, 국방력 강화와 대중 정책 등 외교·안보 이슈가 지지 이유였지 젠더 때문이 아니었다”며 “양당 모두 조금만 고민하면 ‘이대남·이대녀’ 프레임 없이도 청년 화합을 위한 메시지를 낼 수 있었을 텐데 미래 세대를 이용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20대 후반 남성 B씨는 “윤석열을 뽑은 이유는 현 정부가 망친 부동산 시장과 강경하지 못한 대북정책이 싫어서였다”며 “정권교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지 젠더 이슈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데 이대남이면 다 젠더 이슈에 민감하다고 몰아가는 것 같다”고 의문을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20대 남성이 윤석열을 찍으면 여가부 폐지에 동의하는 남성으로 결정돼버린다”며 “어떤 후보를 찍는 게 그 후보의 모든 정책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윤석열 당선자의 당선이 확실시된 오전 2시쯤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윤 후보를 뽑은 것이다. 모든 데서 정치적 선택을 남녀 문제로 끌고 오는 게 꼴 보기 싫다”는 글이 올라왔다. ‘좋아요’가 200개 넘게 쇄도했다.

女, “여성 문제 회피…지역갈등처럼 만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민주당사 방문을 위해 경기 성남 분당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민주당사 방문을 위해 경기 성남 분당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20대 여성들은 국민의힘이 20대 남성을 겨냥해 ‘젠더 갈라치기’ 공약을 내놓은 것을 비판했다. 대학생 김모(24·여)씨는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여성에게 실재하는 문제들을 회피하니 어이가 없었다. 정국 내내 당선인의 한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이대남과 이대녀를 아우를 정책이 없으니 이분법을 선택한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회사원 정모(27·여)씨는 “이대남·이대녀를 가른 건 지역갈등을 나누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봉합에는 굉장한 시간이 걸리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한모(25·여)씨는 “프레임을 내세워 국민을 선거전략에 이용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 출마했는데 분열을 주도하는 게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선명한 ‘젠더 갈등’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월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올렸다. [출처 윤석열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월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올렸다. [출처 윤석열 페이스북 캡처]

젠더 갈등의 실체에 대한 20대 유권자들의 반발이 크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이 주 이용자인 펨코 등 온라인 커뮤니티는 윤 후보의 당선에 젠더 갈등과 관련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건 몰라도 여가부 폐지 공약은 꼭 지켜야 한다”며 “지난 정권에서 5년간 소외됐던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성이 주 이용자인 커뮤니티에서도 실망과 분노가 나타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이민 가자’라는 키워드나 ‘2번남들’이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오기도 했다. 윤석열 후보를 뽑은 남성들을 비판하는 내용들도 쏟아졌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이 격화되고 기회가 줄어든 속에서 이대남·이대녀 프레임이 정치 전략으로서 이용됐다”며 “우리 사회 문제의 핵심은 남녀 간 갈등이 아니라 불평등 해소, 일자리 문제와 기회 창출이다. 정치가 피상적인 갈등만 집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대남·이대녀’ 프레임이 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동원 전략으로 활용된 것은 분명하다”며 “새 정부에서 이것이 또 하나의 갈등 지형을 형성하면서 진보 보수의 진영 갈등처럼 국정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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