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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너마저…?" 레드오션 커피 시장에 뛰어드는 선수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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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대표적인 포화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커피 시장’. 얼마 전 이 레드오션 커피 시장에 ‘거물급’ 선수가 등장해 화제다. 주인공은 뜻밖의 기업이다. 바로 중국 우편업무를 담당하는 ‘중국우정(中国邮政·China Post)’의 이야기다.

[사진 九派新闻]

[사진 九派新闻]

‘우체국 커피’에 中 네티즌 이목 쏠려…일주일 후, ‘만두 기업’도 커피 시장 뛰어들어

지난달 14일, 우체국 커피(邮局咖啡·Post Coffee)가 중국 샤먼 국제 무역 빌딩 1층에 오픈했다. 카페 오픈으로 해당 빌딩에 입점한 우체국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는 반응이다. 우체국 커피는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이번 카페 오픈으로 방문객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고, 품질 좋은 커피를 맛보는 한편, 새로운 우체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체국 커피의 개점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한동안 ‘전국 첫 번째 우체국 카페 정식 오픈’이라는 검색어가 각종 SNS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진 邮局咖啡公众号]

[사진 邮局咖啡公众号]

우체국 커피가 문을 연 지 일주일 정도 후, 또 다른 커피 관련 소식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국 톈옌차(天眼查) 앱(App)에 따르면 글로리아진스커피식품(톈진)유한공사가 지난 2월 22일 설립됐다.

등록자금 50만 위안(9542만 원)이 투입된 이 업체는 톈진(天津)의 유명한 만두 기업 거우부리(狗不理)가 투자해 더욱 화제가 되었다. 법정 대표 역시 장옌썬(张彦森) 거우부리 그룹 회장의 이름이 올라간 상태다.

“알고 보니 석유회사도?” 업계 뛰어넘는 커피 사업 ‘인기’

중국우정과 거우부리 외에도 업계를 뛰어넘어 커피 시장을 넘보는 업체는 많다. 대표적인 중의약 기업인 동인당(同仁堂)은 즈마(知嘛)헬스를 통해 커피, 밀크티, 차 등 음료를 내놓았다. ‘건강 커피’란 캐치프레이즈 덕분에 건강을 중시하는 MZ세대로부터 주목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중국 최대 석유회사인 시노펙(SINOPEC)은 지난 2019년 9월, 그룹 소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제(易捷·EASY JOY)를 통해 커피 브랜드를 선보였다. 당시 첫 번째 이제커피가 쑤저우(苏州)에 위치한 9개의 시노펙 주유소에 입점, 동시에 문을 열었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석유보에 따르면 시노펙은 산하 편의점 브랜드인 쿤룬하오커(昆仑好客·uSmile)를 통해 편의점 커피를 선보였다.

[사진 腾讯网]

[사진 腾讯网]

이 밖에도 중국 속옷 브랜드 네이와이(内外·NEIWAI)는 매너커피와 손잡고 커피 메뉴를 내놓았으며, 일본 생활용품점 무인양품은 선전, 상하이 등지에 카페(Café MUJI)를 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업체들이 커피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無印良品 공식웨이보]

[사진 無印良品 공식웨이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우정과 거우부리는 왜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우선 중국우정의 경우, 카페를 선보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말, 샤먼 대학로에 있는 중국우정이 먼저 우체국 카페를 운영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우체국 직원은 우편 업무와 함께 카페 업무도 겸업했다.

2021년 상하이 관광 페스티벌 개막 첫날, 우캉(武康)빌딩에 있는 중국우정은 보수 공사를 거쳐 다시 문을 열었다. 상하이 라오쯔하오(老字号, 오래된 전통 브랜드)인 차오자산(乔家栅)과 손잡고 ‘서양식 커피에 중국식 디저트를 곁들인 메뉴’를 선보였다.

[사진 상하이인민정부 공식 홈페이지/腾讯网]

[사진 상하이인민정부 공식 홈페이지/腾讯网]

다만 기존에 선보였던 카페의 경우 모두 운영 방식이 통일되지 않았다. 이달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 샤먼 우체국 커피는 중위카예(中域咖烨)가 함께 만든 브랜드다. 중국 경제일보에 따르면 중위카예는 앞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广州), 선전(深圳) 등 도시로 우체국 커피 매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체국 커피는 전국에 있는 우체국 지점을 발판으로 매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가 넘볼 수 없는 큰 장점이기도 하다. 중국우정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중국 전역에 5만 4000개의 우체국 지점이 있다. 4만 3000개의 배달 서비스 지점까지 고려하면 우체국 커피는 매장 입지 선정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우부리의 경우에는 한 번 실패한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다시 돌아온 격이다. 지난 2015년, 거우부리는 글로리아진스커피(Gloria Jean's Coffees)의 중국 내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글로리아진스커피는 전 세계 42개 국가에 1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호주 커피 프랜차이즈다.

[사진 The Star]

[사진 The Star]

양사는 2015년 계약 때 중국 시장에서 글로리아 진스 커피 사업권을 거우부리가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데 합의해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당시 거우부리는 “5년 내 중국 시장에서 글로리아진스커피 매장을 200여 개로 늘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현재, 글로리아진스커피는 눈에 띌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22년 2월 현재, 글로리아진스커피차이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에는 총 28개의 매장이 있으며, 그 중 16개 지점은 모두 톈진에 있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공식 위챗 계정을 보면 이 수치는 한층 더 암울하다. 톈진에 위치한 매장은 9개, 전국 매장 수는 총 21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리아진스커피식품공사 설립은 커피 사업에 대한 거우부리의 ‘절치부심’을 증명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리아진스커피는 지지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으나, 거우부리는 차근차근 사업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커피 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란 점도 이들 기업이 업계를 뛰어넘어 커피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다. 아이미디어(艾媒咨询·iiMedia Research)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커피 시장 규모는 약 3817억 위안(72조 9848억 5700만 원)으로 27.2%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25년 중국 커피 시장 규모는 1조 위안(191조 21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매력적인 커피 시장에 눈멀어 성과 못 내고 있는 업체도 적지 않아…

여전히 시장 전망이 좋다는 사실과는 반대로 레드오션인 업계에서 밀려난 곳도 적지 않다. 앞서 설명한 글로리아진스커피가 대표적인 사례다. 거우부리가 식물성 고기(대체육)나 건강 보조식품 등에 진출하며 사업 경험을 쌓았다지만, 한 번 기울어진 커피 사업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거우부리는 실적 부진으로 증권 시장에서 퇴출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사진 大众点评]

[사진 大众点评]

우체국 커피도 마찬가지다. 앞서 커피 시장에 진출했던 시노펙 역시 커피 사업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시노펙 이제커피의 전환율은 1000분의 1도 못 미친다. 매장 수 역시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다른 커피 브랜드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적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에게 ‘이제커피’라는 이름은 이제 막 등장한 ‘우체국 커피’보다 존재감이 없다는 후문이다. 국영 기업이라고 믿고 덤비기에는 중국 커피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심지어 중국 경제일보, 재경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우체국 커피의 향후 타깃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등 1, 2선 도시다. 대도시를 꽉 잡고 있는 스타벅스, 매너커피 등 유수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는 소리다.

우선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이러한 인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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