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변에 웬 롤러코스터? 단박에 26만명 대박난 기괴 물체

중앙일보

입력 2022.03.10 05:00

업데이트 2022.03.10 11:08

포항 환호공원에 들어선 스페이스 워크. 이달 들어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 해 진 뒤 조명이 들어오면 우주 정거장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포항 환호공원에 들어선 스페이스 워크. 이달 들어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 해 진 뒤 조명이 들어오면 우주 정거장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공업 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경북 포항이 달라졌다. 드라마 촬영지로 바닷가 마을이 알려지면서 MZ세대의 방문이 늘어나더니 최근에는 체험형 공공미술 덕분에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촬영지와 SNS 인증샷 명소만 섭렵하려 해도 포항을 구석구석 누벼야 한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도심 한복판과 해변에 꼭 걸어봐야 할 길도 생겼다. 맛난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살이 꽉 찬 대게부터 어민의 허기를 달래던 물회와 얼큰한 모리국수까지, 포항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음식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우주 정거장 걷는 기분

포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환호공원이다. 낮은 언덕에 자리한 주민 쉼터였는데 지난해 11월 기괴한 철제 구조물이 들어선 뒤 단박에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스페이스 워크’ 이야기다. 이걸 보러 지금까지 26만 명이 몰려들었다. 전국에 흔한 출렁다리의 아류쯤으로 여겼는데 뭔가 달랐다.

스페이스 워크는 포스코가 만들었다. 독일의 유명 예술가 부부인 하이케 무터, 울리히 겐츠에게 디자인을 맡겼고 기획부터 완성까지 2년 7개월이 걸렸다. 포스코는 단순한 관광시설이 아니라 공공미술임을 강조한다. 이름처럼 우주를 걷는 듯한 체험을 제공하면서도 그 자체로 미학적인 작품이라는 게다.

총 트랙 길이는 333m, 최대 높이는 25m에 이른다. 고속열차를 타는 것도 아닌데 막상 올라서면 오금이 저릿저릿하다. 시야가 뻥 뚫려 바다 위를 나는 기분도 든다. 포항 시내와 영일대해수욕장, 멀리 포스코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지레 겁먹고 못 오르겠다는 사람도 많다. 철강회사에서 만든 다리답게 안전을 각별히 챙겼다.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과 초속 80m의 강풍을 견디도록 설계했단다. 사진 찍느라 한눈팔다가 발을 헛디디지만 않으면 되겠다.

스페이스 워크는 이달 최초로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 오전 10시부터 평일엔 오후 8시, 주말은 오후 9시까지 개방한다. 해진 뒤 조명이 들어온 스페이스 워크를 걸으면 우주 정거장에 와 있는 듯하다. 해지길 기다렸다가 찾아왔다는 김정윤(32)씨는 “고향에 바다 빼곤 놀 거리가 마땅치 않았는데 이렇게 멋진 사진도 건지고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곳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워크 이용은 무료다. 키 110㎝ 이하는 입장할 수 없다.

북구 청하면에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 뾰족한 부분이 독도를 가리킨다.

북구 청하면에 있는 이가리 닻 전망대. 뾰족한 부분이 독도를 가리킨다.

스페이스 워크를 걸은 뒤 20번 국도를 타고 북상하면 숱한 인증샷 명소를 마주치게 된다. 우선 이가리닻전망대를 들러보자. 청하면 이가리에 있는 닻 모양의 해상 전망대다. 길이는 102m로, 닻의 뾰족한 부분이 독도를 가리키고 있다. 스페이스 워크처럼 아찔하진 않다. 주변 바다가 유독 맑은 청록빛이어서 일렁이는 물을 보기만 해도 좋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뜬 청하시장. 드라마 세트를 그대로 보존했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뜬 청하시장. 드라마 세트를 그대로 보존했다.

청하면에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로 뜬 명소가 많다. 드라마에서 ‘공진시장’으로 나온 ‘청하시장’, 촬영에 쓰인 고깃배를 그대로 전시해둔 사방기념공원 묵은봉, 서핑하기 좋은 월포해변이 대표적이다.

도심 산책로, 꺼지지 않는 불꽃

체험형 공공미술부터 해상 전망대, 드라마 촬영지 같은 명소를 중심으로 ‘점의 여행’을 즐겼다면 이제 ‘선의 여행’을 할 때다. 최근 포항에 걷기 좋은 길이 많이 생겼다. 먼저 포항 시내로 가본다. 도심 한복판 ‘철길숲’이 포항시민과 여행객으로부터 두루 호응을 얻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철길숲은 포항 시민들의 산책 장소다. 여행자에게도 걷기 코스로 좋다.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철길숲은 포항 시민들의 산책 장소다. 여행자에게도 걷기 코스로 좋다.

철길숲은 이름 그대로 철길에 들어선 숲이다. 도심을 가르는 철로가 한 세기 이상 포항과 부산을 연결했는데, 2015년 4월 포항역이 북구 흥해읍으로 이전하면서 철로도 쓸모없어졌다. 기차가 안 다니는 철로는 무단 경작, 쓰레기 투기, 비행 청소년의 탈선 장소로 몸살을 앓았다. 전문가와 시민이 머리를 맞댄 결과 철길을 걷기 좋은 숲으로 만들기로 했다. 구 효자역에서 구 포항역까지 6.6㎞에 이르는 철길숲을 조성해 2018년 5월 개방했다. 20만 그루가 넘는 수목을 심고 곳곳에 광장을 마련하고 설치 미술품도 전시했다. ‘불의 정원’처럼 흥미로운 볼거리도 있다. 공사 중 철로에서 천연가스가 분출하는 걸 확인했으나 자원으로 쓸 정도는 아니어서 24시간 꺼지지 않도록 해뒀단다.

철길숲 조성 과정에서 천연가스가 발굴됐다. 자원으로 쓸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가스가 분출해서 '불의 정원'이라는 볼거리로 만들었다.

철길숲 조성 과정에서 천연가스가 발굴됐다. 자원으로 쓸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가스가 분출해서 '불의 정원'이라는 볼거리로 만들었다.

직접 걸어보니 포항시민이 질투 날 정도로 근사한 산책로였다.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았다. 청계천이나 한강 공원보다 주거지와 밀착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숲 주변에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았다. 평일 낮인데도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어른, 달리는 젊은이가 어우러진 모습이 보기 좋았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가 떠올랐다. 주민 장도원(70)씨는 “헬스장 가는 대신 일주일에 서너번 걷는다”며 “철길숲이 안 생겼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고 말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는 멋진 바위를 보며 걷는 길이다. 사진 속 하얀 바위를 '힌디기'라 부른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는 멋진 바위를 보며 걷는 길이다. 사진 속 하얀 바위를 '힌디기'라 부른다.

그래도 포항은 바다다. 쪽빛 바다를 보며 시원한 파도 소리 들으며 걷고 싶다. 이왕이면 인적 뜸한 바닷길이 좋겠다. 그렇다면 2017년 조성한 호미 반도 해안 둘레길이 제격이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관광지로 떠오른 걷기 길이다.

둘레길 4개 코스 가운데 웅장한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2코스 ‘선바위길’을 걸었다. 길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시작해 흥환간이해수욕장까지 6.5㎞가량 이어진다. 몽돌해변과 포장도로, 바다 위 해상탐방로가 두루 섞인 길이다. 하얀 바위가 우뚝 솟은 ‘힌디기’를 비롯해 온갖 형상의 바위를 구경하는 재미가 남달랐다. 1억500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빚어진 절경이란다.

구룡포 대게 실패하지 않는 법

구룡포 식당에서 찐 대게. 대게는 금어기가 풀리는 12월부터 많이 찾는데 봄철인 3월에 살수율이 더 높다. 중앙포토

구룡포 식당에서 찐 대게. 대게는 금어기가 풀리는 12월부터 많이 찾는데 봄철인 3월에 살수율이 더 높다. 중앙포토

바닷가를 걸은 뒤에는 가까운 구룡포항으로 건너가 보자. 대게가 기다린다. 대게 제철이 한겨울로 알려졌지만 살이 꽉 찬 대게는 3월에 더 많이 잡힌다. 다만 최근 어획량이 부진해 대게 값이 저렴하진 않았다.

간단한 대게 상식. 대게는 동해안 전역에서 잡히고 6~11월이 금어기다. 12월부터 어획이 시작되기에 이때부터 대게를 집중적으로 판다. 영덕대게를 하나의 종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영덕군이 마케팅을 잘했을 뿐이다. 영덕·울진·구룡포, 어디에서 잡았든 모두 다 같은 대게다. ‘박달대게’는 어종이 아니다. 몸통 길이가 10㎝를 넘고 살수율이 90% 이상인 큰 대게를 일컫는다. 아무리 커도 다리가 2개 이상 떨어지면 ‘박달’이라 부를 수 없다. 최근에는 붉은대게(홍게)를 팔면서 박달홍게라고 부르는 가게도 있다. 큼직하고 살이 꽉 찼다는 뜻이지 정식 명칭은 아니다.

박달대게는 살수율이 90%를 넘고 몸통 위아래 길이가 10cm를 넘는 대게를 일컫는다.

박달대게는 살수율이 90%를 넘고 몸통 위아래 길이가 10cm를 넘는 대게를 일컫는다.

대게를 잘 고르는 요령도 있다. 찐 대게를 포장해 간다면 식당보다 구룡포 수협 수산물센터가 저렴하다. 이달 4일 1㎏짜리 박달대게 한 마리가 8만~9만원이었다. 수협 관계자는 “배가 불그스름하고 눌렀을 때 단단한 걸 고르라”고 귀띔했다. 12월이든 3월이든 10만원이 넘는 박달대게는 살이 꽉 찼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작은 대게는 12월보다 3월에 실패할 확률이 낮다. 대게 전문식당 ‘구룡포대게마을회’ 김영철 사장은 “3월에는 3마리에 10만원 하는 대게도 살수율이 80%가 넘는다”고 말했다.

구룡포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모리국수. 아귀와 홍합, 칼국수를 넣고 매콤하게 끓인다.

구룡포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모리국수. 아귀와 홍합, 칼국수를 넣고 매콤하게 끓인다.

대게가 부담스럽다면 포항사람의 ‘소울 푸드’ 모리국수와 물회는 어떤가. 구룡포수협 인근에 모리국숫집이 모여 있다. 모리국수는 아귀, 미역초(장치) 같은 생선과 홍합을 넣고 매콤하게 끓인 국수다. 56년 역사의 ‘까꾸네모리국수’를 찾았는데 싼값(2인분 1만4000원)에 비해 생선과 국수 양이 상당했다. 마늘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투박하면서도 시원한 맛이었다.

정통 포항식 물회는 얼음 육수를 쓰지 않는다. 회덮밥처럼 고추장에 비빈 뒤 기호에 따라 물을 부어 먹는다.

정통 포항식 물회는 얼음 육수를 쓰지 않는다. 회덮밥처럼 고추장에 비빈 뒤 기호에 따라 물을 부어 먹는다.

‘슬러시 육수’ 물회는 정통 포항식이 아니다. 포항에서는 예부터 고추장에 되직하게 비빈 물회를 먹었다. 얼핏 보면 회덮밥 같은데 기호에 따라 물을 부어 먹는다. 북구 여남동에 자리한 ‘여남동해횟집’에서 도다리 물회(1만8000원)를 맛봤다. 자연산 도다리 회와 채 썬 오이, 배를 고추장에 비벼 먹다가 물을 살짝 부었다. 머리가 띵한 얼음 육수 물회보다 고소한 고기 맛이 잘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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