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딴 ‘찰랑찰랑’ 가수 이자연 “테스형, 코로나 때 가장 위로된 곡”

중앙일보

입력 2022.03.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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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건국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 논문 제목은 ‘국가재난과 대중가요의 사회적 기능에 관한 연구’다. 위기 상황 속 대중가요의 역할을 연구했다. [사진 대한가수협회]

최근 건국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 논문 제목은 ‘국가재난과 대중가요의 사회적 기능에 관한 연구’다. 위기 상황 속 대중가요의 역할을 연구했다. [사진 대한가수협회]

“재난 상황에서 대중가요의 역할이 큽니다. 위로와 힘이 되고 사회적 통합에도 기여하죠. 그냥 흘러가 버리는 노래가 아니에요.”

지난달 28일 건국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은 가수 이자연(64)은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적으로 자연재해와 질병·전쟁·사고 등이 닥칠 때마다 적재적소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가요들이 등장했다”고 설명하면서다. 1986년 데뷔한 이자연은 대표곡 ‘찰랑찰랑’을 비롯해 ‘여자는 눈물인가봐’ ‘구름 같은 인생’ 등을 부른 중견가수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국가재난과 대중가요의 사회적 기능에 관한 연구’다. 한국전쟁과 1959년 사라호 태풍, 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20년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대중가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고찰했다. 일반인 248명, 가요계 종사자 55명 등 3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대중가요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알아봤다. “대중가요가 국민을 위로하고 재난 극복 의지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나” 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내놓은 평균 점수는 ‘3.74’. ‘보통’(3)과 ‘그렇다(4)’ 사이의 값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대중가요의 기능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전쟁기에는 고향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는 대중가요들이 인기를 끌었다. ‘전선야곡’ ‘굳세어라 금순아’ ‘단장의 미아리 고개’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이다. 그는 “특히 1954년 발표된 ‘이별의 부산정거장’의 경우, 가사는 피난민의 애환을 담아 슬프지만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 희망적인 분위기를 키우면서 전쟁 이후 국민의 감성과 공감대를 이뤘다”고 짚었다. 사라호 태풍 때는 ‘태풍 14호’와 ‘눈물의 연평도’가 재난의 아픔을 위로하는 사회적 기능을 발휘했고, IMF 외환위기 국면에선 크라잉넛의 ‘말달리자’가 불안감을 다독이고 용기를 북돋우는 역할을 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사회적 기능을 한 가요로 나훈아의 ‘테스형’을 꼽았다.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란 가사야말로 온 국민이 공감하는 메시지 아니냐”면서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예계의 대표적 만학도다. 2011년 건국대 예술학부에 입학한 이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박사 과정까지 학업을 계속했다.

“2009년 노무현·김대중, 두 전임 대통령의 장례가 잇달아 치러지면서 대중가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어요. 49재까지 공연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일이 없어져 한가하게 있다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딸이 노래한다고 공부 안 하는 걸 많이 걱정하셨거든요. 아버지 소원을 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바로 EBS 강의를 들으며 수능 준비를 시작했다. 2010년 겨울 수능을 치렀고 이듬해 대학생이 됐다.

2018년부터 대한가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논문에서 대중가요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대중가수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 음악저작권 분배 등에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저작권료 중 ‘실연자’인 가수의 몫은 3%에 불과한데 이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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