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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1만4664곳 중 학교가 48%, 오늘 등교하는 학생들 괜찮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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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투표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다들 마스크 쓰고 손 소독 하며 방역수칙을 지키지만, 내일(10일) 등교하는 학생들이 걱정이긴 하네요.”

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마련된 대통령선거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이모(67)씨는 “투표 참여 열기가 높아서 좋지만, 투표소가 학교라서 신경이 쓰였다”며 “아내와도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투표소의 절반가량은 학교 안에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2만771개교 중 30%인 6305개교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전체 투표소 1만4664곳 중 47.6%가 ‘학교 투표소’다. 초등학교 4253곳, 중학교 1334곳, 고교 636곳, 유치원과 특수학교 등 82곳의 강당·교실 등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교육부는 투표소가 설치됐던 학교는 10일 자율적으로 ‘탄력적 수업’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 방역 준비 시간을 고려해 수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오후 등교 또는 원격수업 전환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자율에 맡긴 만큼 이미 등교 학생 인원을 조정해 운영하던 학교들 대다수는 예정대로 등교 수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이미 학년별로 번갈아 등교하며 등교 인원을 감축해 운영하고 있다”며 “대선 다음 날 오후 등교나 단축 수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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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선거 이후 철저한 방역과 소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겨울철의 낮은 온도와 건조한 대기 상황에서는 교실 벽면이나 책상, 의자 등 딱딱한 공간에 붙어 수일간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 회장은 “환기와 소독이 굉장히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4~5시간 이상의 환기와 표면 소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회장은 “비말 감염 우려는 환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표면에 묻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제거해야 한다”며 “방역 스프레이로 뿌리듯이 소독해선 안 되고, 걸레와 같은 면에 소독약을 묻혀 벽면이나 책상을 잘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부는 투표 이후 학교 사용 공간을 철저하게 환기·방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아이가 어려서 백신도 맞지 않았는데 등교를 시킬지, 가정학습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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