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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갈등 치유하고 통합 나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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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뉴스1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뉴스1

선거운동가 아닌 국정 관리자로 변신 절실      

‘진영의 대통령’ 아닌 ‘국민의 대통령’ 돼야

어제 대통령선거에 유권자 3407만1400여 명(전체 4419만7692명의 77.1%)이 참여했다. 헌정 사상 최대 규모다. 연일 20만~30만 명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200만 명 가까이 격리돼 있으며 매일 1000여 명 이상이 입원하는 가운데 이룬 놀라운 성취다. 주권 행사를 통해 민주주의에 기여하려는 국민의 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매캐한 포연 속에 탄생했다. 사실상 ‘준(準)내전’이었다.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 ‘대권이냐, 감옥이냐’란 표현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백병전이 벌어졌다. 내가 잘해서 이기겠다는 게 아니라 남을 깎아내려 이기겠다는 전략이었다. 상대방이 당선되면 “촛불을 들고 보도블록을 깨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탄핵할 수 있다고 한다”는 얘기까지 오갔을 정도로 진영 동원은 극심했다. 깊은 앙금을 남겼다.

윤 당선인에게 절실한 건 이 같은 현실에 대한 겸허한 성찰이다. 승리했다는 기쁨이 크겠지만 냉혹한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갈등의 골을 메우기 위해선 ‘진영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선거 과정 내내 약속했던 통합과 협치를 통해서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던 대통령도 있었지만, 진영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닌 행동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 절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을 덜어내야 가능할 것이다. 선거 캠페인에 특화된 참모 대신 국정운영 능력을 갖춘 인사들을 두루 기용해야 한다. 의회정치 경험이 없는 만큼 귀를 더 열어야 한다.

이렇게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윤 당선인이 당면한 국내외의 어려움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났지만 지역 구도가 여전하고, 세대·계층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특히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심각해 윤 당선인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악화했던 부동산 문제와 연금 개혁, 규제 개혁, 저출산, 고령화 등 현안이 즐비하다.

국제 정치·경제 질서도 요동치고 있다. 미·중 신냉전 구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겹치면서 전 세계가 대결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움직임 또한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참여한 대러시아 제재로 국제유가와 원자재값이 치솟고, 글로벌 공급망에도 2차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재정과 통화를 쏟아부은 전 세계 주요 국가는 인플레이션이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가·환율·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는 ‘3고(高)’ 흐름에 원자재 수입국이자 부채가 많은 한국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이제 선거운동가가 아닌 선량한 국정 관리자로 변신해야 한다. 선거 기간 제시했던 공약도 현실성이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패자를 위로하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정신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