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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삐 풀린 방역 경각심…‘대선 후폭풍’ 차단 시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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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의 부실 관리로 부정 선거 시비를 초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판 여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7일 뒤늦게 출근하고 있다. 대선 직전에 방역 지침을 선심 쓰듯 줄줄이 완화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어 질병관리청의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의 부실 관리로 부정 선거 시비를 초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판 여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7일 뒤늦게 출근하고 있다. 대선 직전에 방역 지침을 선심 쓰듯 줄줄이 완화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어 질병관리청의 추가 대책이 시급하다.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가 어제 하루에만 34만2446명 발생했고, 누적 확진자는 521만 명을 돌파했다. 문제는 아직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상 ‘위드 오미크론’ 체제로 들어간 상태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1∼2주간 하루 확진자가 25만∼35만 명을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가 단기간에 폭증하면 하루 사망자도 500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돼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비상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확진자 폭증 현상은 정부가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심 쓰듯 기존 방역지침을 대폭 풀면서 다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실제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를 전면 해제했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망률이 높은 요양시설과 요양병원도 출입기록을 남기지 않게 했다. 이 때문에 뒷감당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방역 완화란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19일부터는 식당·카페 등의 출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차례 연장했고, 대선 사전투표 둘째 날이던 지난 5일부터는 10시에서 11시로 다시 한 차례 더 연장했다. 2년 넘도록 코로나로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받아 생계난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고려하면 완화할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검사와 의료계의 치료 역량, 위중증 환자 병상 여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단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묵살됐다.

지난 4~5일 사전투표와 9일 본투표 과정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동선이 겹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져 대선 이후 확진자가 단기간에 증폭할 위험도 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질병관리청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이 뻔히 예상되는 문제에 치밀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할 대목이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적응주간을 보내고 있는 상당수 초·중·고교가 조만간 전면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경우에 대한 꼼꼼한 대비도 필요하다.

어제까지 누적 사망자는 9440명으로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오미크론 치명률은 최근 0.09%로 지난해 11월 델타 변이 유행 당시 치명률(1.44%)보다 많이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계절 독감(0.05~0.1%)보다 높은 수준이다. 121만 명이 넘은 재택치료자가 동네 병·의원에서 제대로 치료받도록 의료체계를 점검하고, 위중증 환자 병상 확보를 서둘러 인명 피해를 줄여야 한다. 대선 와중에 어수선해진 방역의 경각심을 다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