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투표소 곳곳에서는 경찰이 출동하는 등 다양한 사건과 소동이 벌어졌다.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투표 열기가 뜨거워지는 와중에 일부 시민은 투표지를 찢거나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투표 도장 절반만 찍혀” 항의…경찰 출동
서울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서울 강남구의 한 투표소에서 한 중년 남성 유권자가 “투표 도장이 절반밖에 안 찍힌다”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해 경찰이 출동했다.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아 선관위 안내로 투표를 마친 뒤 귀가했다고 한다.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투표소에서도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남성 당원 2명이 “부정선거가 벌어지는 걸 감시하겠다”며 투표소에 온 시민들을 촬영하고 계수기로 인원을 체크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이 출동해 주의 조치를 한 뒤 이들을 귀가시켰다고 한다.
9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대선 당일 서울 지역 투표소는 총 2264곳으로, 투표소에만 총 4528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 25곳의 개표소에는 총 1250명의 경찰 인력이 동원됐으며 투표함 회송 시에는 권총·전기 충격기 등을 소지한 무장경찰관들이 투표 노선별로 배치된다.
투표지·봉인지도 수난…찢거나 훼손
이날 오전 7시 25분쯤 경기 하남시의 한 투표소에서는 50대 여성이 “도장이 옅게 찍혔다”며 투표용지 교체를 요구했으나, 선거사무원이 “유효표로 인정된다”며 거부하자 투표용지를 찢고 현장을 벗어났다. 경찰은 투표용지 훼손 과정에서 고의성 등을 검토해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투표함 봉인지를 훼손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날 오후 경기 남양주시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투표 후 투표함 봉인지를 훼손해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여성은 사전투표에 불만을 표하며 “투표함 안이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 중이다.
술 취해 욕설…투표지 들고 달아난 유권자도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쯤 광주 서구 농성동 한 투표소에서는 5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워 경찰에 입건됐다. 투표소가 2층에 있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대구에서는 6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소를 이탈했다. 이 남성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투표용지 교환을 요구했으나 불가 통보를 받아 투표지를 그대로 들고 나갔다고 한다. 경찰은 이 남성을 추적 중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투표 시작부터 개표 종료 시까지 최고 수준 경계인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경비·안전 활동에 투입되는 경찰력 규모는 7만5964명이다. 전국 투표소 1만4464곳을 포함해 투표함 회송 관련 노선, 개표소 251곳에 인력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투표소 폭행·소란, 처벌에 유의해야
투표소에서 소란행위·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선관위가 질서유지를 한다. 다만 선관위의 별도 요청이 있으면 경찰이 투표소 내부에 들어와 질서유지를 한다. 공직선거법(제244조 1항)에 따르면 선거사무 종사자를 폭행하거나 협박·감금하는 경우, 투표소나 개표소 또는 선거사무소 등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경우, 투표용지 등 선거 관련 서류와 장비 및 선거인명부 등을 은닉·훼손·탈취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