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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안내 문자가 안와요" 스스로 투표방법 찾는 확진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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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9일 서울 용산구 용산푸르지오파크타운 휘트니스센터 GX룸에 마련된 서빙고동 제1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확진자 투표시간에 앞서 운영 계획 등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9일 서울 용산구 용산푸르지오파크타운 휘트니스센터 GX룸에 마련된 서빙고동 제1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확진자 투표시간에 앞서 운영 계획 등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에 사는 A씨(34)는 대선 하루 전인 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 투표를 남의 일처럼 여겼다가 졸지에 ‘이방인’ 처지가 된 것이다. A씨는 9일 사람이 없는 이른 아침에 투표할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확진자 투표에 관심이 없던 상태에서 공식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출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후 3시가 지날 때까지도 보건소 측의 투표 안내 문자를 받지 못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결국 보건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인력 등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방역 당국이 확진자 예측에 실패한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안내 없었다” 혼란 겪은 확진자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중구 다산동 제4투표소(장수경로당)에 확진자 임시기표소가 마련돼 있다. 뉴시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중구 다산동 제4투표소(장수경로당)에 확진자 임시기표소가 마련돼 있다. 뉴시스

A씨처럼 확진자 투표에 대해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확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방역 당국은 전날(8일) 확진자·격리자 유권자에게 대선 당일 정오와 오후 4시에 외출 안내 문자를 발송한다고 밝혔다. 이 문자 등을 보여줘야 확진자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런 공지를 알지 못했던 30대 확진자 B씨(경기도 용인 거주)는 대선 전날 인터넷 커뮤니티에 “안내 문자가 안 왔다”며 확진자 투표 시간·방법 등을 묻는 글을 올렸다. B씨는 “외출 시간 등이 통제되는 줄 몰랐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을 텐데 확진자 격리가 거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확진자에게 외출 시간을 잘못 안내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기도 광주시나 충남 천안시·공주시 등에 사는 확진자·격리자들은 “대선 당일 오후 5시부터 한시적 외출이 가능하다”는 지자체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가 시간을 ‘5시 50분’으로 정정한 문자를 다시 받았다고 성토하는 글을 인터넷 등에 올렸다.

“확진자 아닌 척 투표 가능?” 의구심도

인터넷에는 “확진자 아닌 척 일반 투표 시간에 투표하러 가면 어때?” “낮에 확진자 아닌 척 투표해도 알 방법이 없지?” 등 확진자 투표 관리 체계를 의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30대 확진자 김모씨는 “주변에 검사키트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PCR(유전자증폭) 검사 안 받는 사람도 많은데 이런 사람들까지 어떻게 관리돼나 싶다”고 했다. 그는 “분명 그냥 투표하는 확진자가 많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확진자의 ‘무단이탈’ 등에 대해 방역 당국은 “개인의 일탈 행동이라 양심에 달린 문제”라는 입장이다. 다만, 방역 당국 관계자는 “지자체 여건에 따라 확진자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의 확진자 투표…본투표에서도 불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과 PCR검사를 받기위해 길게 줄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대전의 한 보건소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과 PCR검사를 받기위해 길게 줄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날 오후 6시부터 90분 동안 가능한 확진자 본 투표에서는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동선 분리가 뚜렷하게 안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직전에 일반 유권자가 몰린다면 확진자·격리자가 같은 공간에 대기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따졌을 때 확진자 투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일반 유권자는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 이전에 미리 투표소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엔 전국 곳곳 사전투표소에서 확진자·격리자에 대한 투표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빗발쳤다. 확진자 투표함이 따로 없거나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등의 허점이 드러나 중앙선관위원장이 공식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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