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리뷰 켜니 "1번 닭강정"…이런 선거운동까지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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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 본 투표일인 9일까지 온라인에선 지지자들의 선거전이 이어졌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8일 자정을 기해 종료됐지만, 문자메시지나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은 투표 당일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뒤 손에 기표 도장을 찍고 기념사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뒤 손에 기표 도장을 찍고 기념사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 앱 리뷰에 등장한 후보 찬조연설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선 지난 대선보다 다양해진 온라인 선거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비대면이 생활화하면서 유권자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선거전의 주요 무대도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후보나 정당 관계자가 아닌 지지자가 선거전의 주축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지난 8일 온라인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올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리뷰가 화제였다. 이 네티즌은 한 식당에서 닭강정을 배달시킨 뒤 음식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 게시판에 음식과 함께 이 후보의 찬조연설 영상이 나오는 노트북 화면을 찍어서 올렸다. 이 후보의 선거 슬로건인 ‘나를 위해 1번’이라는 문구도 적었다. 앱 이용자들이 배달을 시키기 전 참고하는 식당 리뷰에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 호소 배달앱 리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 호소 배달앱 리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중고거래 앱에는 주요 후보들의 결함을 들추는 책이 상품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엔 지난달부터 ‘굿바이, 이재명’이나 ‘윤석열 X파일’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왔다. 각각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도덕성, 비리 의혹 등을 검증한다는 취지로 출간된 책들이다. 한 판매자는 상품 소개란에 “알고 투표하세요”라고 적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열성 지지자들의 온라인 선거운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대학생 박모(24)씨는 “딱딱하고 전형적인 선거운동보다는 재치가 느껴지고 더 기억에 남는 방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김모(29)씨는 “정치와 관련 없는 게시판에서까지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하면 오히려 그쪽 진영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투표 당일에도 온라인 선거운동은 가능

본 투표가 진행된 9일엔 투표 후 ‘인증 샷(사진)’을 통해 선거전을 벌이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주로 자신이 투표한 후보의 기호에 맞춰 엄지손가락(1번)이나 ‘브이(V)자’(2번)를 찍어서 올리는 식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파란색 혹은 빨간색 옷을 입고 투표소 앞에서 사진을 찍는 지지자도 많았다.

투표 전날까지만 가능한 현장 유세 등 오프라인 선거운동과 달리 온라인에선 당일까지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일반 유권자가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포함해 지인들에게 지지 호소 문자를 보내는 것까지 허용된다. 이는 2017년 공직선거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온라인 선거운동에 대한 기준이 완화된 결과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충남 논산 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과 가족들이 연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와 인증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충남 논산 양지서당 유복엽 큰 훈장과 가족들이 연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와 인증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스1

다만 특정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글을 올리거나, 한 번에 20명 넘는 사람에게 문자를 전송하는 등의 행동은 금지돼 있다. 후보나 정당 측으로부터 광고료를 받고 온라인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도 선거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한편 이날 일부 후보들에게서 발송된 투표 독려 문자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거법상 후보는 투표 당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지만, 신원을 밝히고 보내는 문자는 사실상 지지 호소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기호가 들어가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후보가 이름을 밝히면서 순수하게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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