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위' 현대차 고민…벤츠·BMW·GM·포드는 러 보이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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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생산공장에서 생산한 현대차 차량. [사진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생산공장에서 생산한 현대차 차량. [사진 현대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줄줄이 ‘러시아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현대차는 9일 재가동 예정이던 러시아 공장의 가동 계획을 미뤘다.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페라리·람보르기니도 “판매 중단”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페라리·람보르기니가 “전쟁 종식을 희망한다”며 러시아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같은 날 “닛산자동차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가까운 시일 내 중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공장에선 지난해 4만5000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4일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지한 상태다.

이 밖에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 유럽 메르세데스-벤츠·BMW·폭스바겐·시트로엥, 일본 마쓰다·혼다 등을 더하면 줄잡아 15개 완성차 메이커가 대러시아 수출·판매 중단에 동참한 상황이다.

연도별 현대차·기아 러시아 현지 판매량·비중. 그래픽 김현서 기자

연도별 현대차·기아 러시아 현지 판매량·비중. 그래픽 김현서 기자

러시아 자동차 시장 순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러시아 자동차 시장 순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세계 4위권인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37만7614대를 팔아 르노-닛산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글로벌 판매량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안팎이다.

현지 공장은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이날부터 재가동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연기했다. 재가동 시점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현지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현대차는 당초 지난 1일부터 닷새간 공장을 멈출 예정이었다. 여성의날 등 러시아 연휴(6~8일)가 끝나는 9일부터 공장 운영을 재개할 방침이었지만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재가동 시점이 언제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현지에 동반 진출했거나 주요 부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여기에다 물류 차질 등 글로벌 공급망 이슈 영향을 받으면 한국 자동차부품 업계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는 구조”라며 “게다가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러시아를 ‘손절’하는 가운데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면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생산공장. [사진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생산공장. [사진 현대차]

세계 최대 해운기업인 덴마크 머스크는 러시아 해상·육로 운송과 우크라이나행 화물 운송을 중단했다. 독일 하파그로이드, 미국 쉽코트랜스포트 등 글로벌 선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역의 컨테이너 운송을 거절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서비스 예약을 일시 중지했다.

부품 운송길 막히고 원자재가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품 조달을 험난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유연탄 가격은 t당 359.8달러(약 44만4500원)로 전주 대비 50.7% 상승했다.  철광석 가격도 같은 기간 6% 올랐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5~6번째로 많은 철광석을 생산한다. 쇳물은 유연탄과 철광석 등을 섞어 제조하는데 유연탄·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 자동차용 강판 가격도 비싸진다.

니켈 가격은 전기차 제조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 니켈 채굴량의 7%가량을 차지하는 러시아는 니켈 반출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니켈 가격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켈·리튬 등 원자재는 전기차용 배터리셀 원가의 70~80%가량을 차지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루블화 약세로 평균 판매단가가 하락하고, 환손실·수요 감소로 러시아 현지 판매가 감소해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생산·판매 법인도 손실이 우려된다”며 “각각 1800억원(현대차), 2600억원(기아) 수준의 당기순손실이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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