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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들으며 우크라 도울 수 있다" 바렌보임·무터도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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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공연. 사회자가 우크라이나의 국기 색 옷을 입었다. [EPA=연합뉴스]

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공연. 사회자가 우크라이나의 국기 색 옷을 입었다. [EPA=연합뉴스]

“모든 사람이 도울 수 있고, 도와야 합니다.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적극적 행동 나선 세계 음악인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등 #요요마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항의로 바흐 연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기금 마련 콘서트와 각종 무대 활발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59)가 8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공연을 앞두고 한 말이다. 우크라이나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음악회였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 지휘자 라하브 샤니가 함께 했다. 무터는 영국 잡지 그라모폰에 공연을 알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일은 인류의 큰 재앙입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해 우크라이나와 주변 나라들의 아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무터가 이날 연주한 베토벤 협주곡은 라디오로 생중계됐고, 한국시간 13일부터 BR클래식 사이트에서 볼 수 있으며 무료다. 바로가기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의 음악계는 러시아 음악인, 그중에서 푸틴 대통령의 측근 ‘퇴출’에 초점을 맞췄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2주 남짓의 짧은 기간에 뉴욕의 공연, 뮌헨의 상임 지휘자, 로테르담의 축제, 에딘버러 축제의 명예 감독직을 취소당하거나 밀려났다.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또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한 북미ㆍ유럽의 공연이 취소된 후 모든 활동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은 이달 들어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음악가들은 러시아를 비난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를 위해 움직인다. 우크라이나에 헌정하는 공연, 우크라이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무대, 또 모금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돕는 음악회가 전 세계 공연장에 오르고 있다.

명성 높은 음악가들은 공연을 통해 직접적 도움을 주고 있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6일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공연을 열었다. 우크라이나의 국가로 공연을 시작해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티켓 판매기금은 적십자와 UN의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기금(Ukraine Humanitarian Fund)에 기부한다. 공연 이후에도 온라인에서 티켓을 구매해 볼 수 있게 해놨으며, 이또한 같은 곳에 기부된다. 바로가기

6일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 성금 모금 공연을 연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로이터=연합뉴스]

6일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 성금 모금 공연을 연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로이터=연합뉴스]

안네 소피 무터도 같은 날 스위스 제네바 적십자 본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와 함께 공연한 후 온라인에서 티켓을 구매해 다시 볼 수 있도록 했다. 티켓 판매금은 적십자에 전한다.바로가기 또한 암스테르담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피아니스트 안나 페도로바가 러시아 첼리스트 마야 프리드만과 함께 ‘평화를 위한 콘서트’를 열었다. 티켓 판매 금액 8만5000유로(약 1억 1400만원) 를 기록한 이 공연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바로가기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14일 공연을 열고 티켓 판매금으로 우크라이나에 성금을 전한다. 피터 겔브 총감독은 “삶이 산산조각난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공연”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국가, 또 우크라이나 작곡가 발렌틴 실베스트로프의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에 이어 오페라 발췌 작품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홈페이지의 생중계(한국 시간 15일 오전 4시)는 무료이지만, 오페라단은 우크라이나 외교부의 링크를 제공하면서 기부를 부탁하고 있다. 바로가기

4일 인천의 독주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색의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 파이플랜즈]

4일 인천의 독주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색의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사진 파이플랜즈]

우크라이나를 위로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이달 4일 인천 청라블루노바홀의 독주회에서 1부 파란색, 2부 노란색 드레스를 입었다. 그는 SNS에서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위한 송금 기록도 함께 올렸다. 카푸스틴(1937~2020)은 생전에 손열음과도 교우했던 작곡가. 손열음은 그의 음악으로 음반을 내고 공연을 열었다. 또한 조지아 태생의 프랑스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시빌리는 8일 파리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연대’라는 공연을 프랑스 적십자와 함께 열고 기부를 제안했다.

러시아 태생의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는 이달 15일 뮌헨에서 상징적인 곡을 연주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성을 일깨운다. 영국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이 2차 세계대전 와중에 미국에 피난하며 작곡한 ‘전쟁 레퀴엠’, 또 1차 세계대전 직후에 나온 라벨 ‘라 발스’를 들려준다. 또한 베를린 필하모닉은 구체적 공연 계획은 잡지 않고 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기부와 연대를 제안했다.

워싱턴 D.C.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7일 항의성 연주를 한 첼리스트 요요마.

워싱턴 D.C.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7일 항의성 연주를 한 첼리스트 요요마.

첼리스트 요요마는 워싱턴 D.C.의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바흐를 연주하며 침공에 항의했다. 그는 7일 케네디센터 공연을 위해 들른 이 도시에서 러시아 대사관을 찾아가 의자 없이 선 채로 첼로를 연주했다. 또 지역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무엇인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엑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함께 공연의 프로그램 전에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했다. 관객은 모두 기립했다. 바로보기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조명을 비춘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허바우.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조명을 비춘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허바우. [EPA=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은 클래식 음악이 정치, 국제 정세, 세계인의 인권과 별개가 아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푸틴에 대한 비판을 요구받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지난달 26일 “나는 정치인이 아니라 음악인이다. 조국을 비판하라는 요구는 지나치다”는 성명을 냈다. 여기에 1987년생인 러시아 태생의 독일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는 이렇게 반박했다. “음악인이라고 해서 시민 의식, 책임감, 성숙해지는 일에서 해방되지는 않는다. 덧붙여, 절대로 음악과 음악인을 변명거리로 꺼내지 마라. 예술을 모욕하지 말아달라.”

※온라인에서 공연을 보거나, 티켓으로 우크라이나를 후원할 수 있는 링크 모음. 본문의 바로가기 기능은 중앙일보 사이트에서만 가능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

 안네 소피 무터의 뮌헨 공연 (한국시간 13일 오전 4시부터)
 https://www.br-klassik.de/concert/ausstrahlung-2804132.html

 다니엘 바렌보임의 베를린 공연
 https://www.medici.tv/en/concerts/benefit-concert-ukraine-daniel-barenboim-conducts-concert-peace-staatskapelle-berlin/

 안네 소피 무터의 제네바 공연
 https://www.medici.tv/en/concerts/anne-sophie-mutter-ye-eun-choi-vladimir-babeshko-and-daniel-muller-schott-geneva/

 베를린 필하모닉의 우크라이나 기부 제안
 https://www.berliner-philharmoniker.de/en/ukraine/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공연 (한국시간 15일 오전 4시 생중계)
 https://www.metopera.org/season/2021-22-misc/a-concert-for-ukraine/

 우크라이나의 피아니스트 안나 페도로바 등의 암스테르담 공연
 https://www.youtube.com/watch?v=g21I9YuzHy4

 베르겐 필하모닉의 공연 (한국시간 11일 오전 3시 25분부터. VOD는 추후 업로드됨)
 https://www.bergenphilive.no/en/upcoming-live-streams/ukraine-in-our-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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