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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20위안 받던 홀서빙 직원, 하이디라오 CEO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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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훠궈(火鍋) 전문 외식업체 하이디라오(海底撈)의 창업자 장융(张勇)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부 최고경영자였던 양리쥐안(楊利娟, 44)이 CEO직에 올랐다.

양리쥐안(楊利娟)

양리쥐안(楊利娟)

최고경영자에 오른 양리쥐안은 1994년에 하이디라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약 27년간 근속하며 하이디라오의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그는 2021년에만 총 300개 매장이 폐점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하이디라오를 구원할 투수로 여겨진다. 양리쥐안은 창업자 장융의 전폭적인 신뢰와 인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27년 전에 시작됐다.

열여섯에 장융 창업자의 눈에 들어 스카우트, 남다른 서비스 정신과 사업 수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 

1994년, 양리쥐안은 가족의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쓰촨성 젠양(简阳)현의 한 식당에서 홀서빙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장융이 이 식당에 방문해 식사했는데, 유난히 싹싹하고 친절했던 양리쥐안이 눈에 들어왔다. 장융은 당시 월급 120위안(약 2만 3000원)을 받던 양리쥐안에게 160위안(약 3만 1000원)을 줄 테니 하이디라오에서 일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양리쥐안은 열여섯에 종업원으로 하이디라오에 입사했다.

당시 개업한 지 1년 정도 된 쓰촨성젠양현의하이디라오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갖춘 매장 서비스 종업원 양리쥐안 덕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입사 3년 차인 열아홉에 젠양현하이디라오 매장의 점장으로 승진했다. 장융은 양리쥐안의 경영 감각을 믿고 21세의 그에게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지역 매장 운영과 함께 100명 이상의 직원을 관리하는 중책을 맡겼다. 당시 양리쥐안이 이끈 시안 매장의 성공적인 운영은, 하이디라오가 쓰촨성의 지역 훠궈 체인점에서 본토 전역으로 확장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중국 식당이 주문부터 결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곤 했다. 그러나 하이디라오는 종업원이 대기부터 주문, 식사, 결제까지 논스톱으로 진행해 고객에게 새로운 차원이 서비스를 경험하게 했다. 또 대기 고객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무료 네일케어, 구두 닦기, 어깨 마사지 서비스와 각종 주전부리를 제공했고 여성 고객에게는 긴 머리를 묶을 수 있는 머리끈을 알아서 챙겨주는 등 '손님이 왕'이라는 느낌을 줬다.
훠궈 특성상 손님이 직접 조리해 먹기 때문에 업장 자체가 조리 기술이나 맛을 보장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음식을 먹는 중간 수타면 쇼, 변검 쇼를 제공해 식당에서 훠궈를 먹는 경험을 특별하게 만드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런 전략의 수립과 운영의 과정에 장융의 든든한 동반자 양리쥐안이 함께했다.

양리쥐안은 2012년부터 모든 하이디라오 매장 운영을 총괄했다. 같은 해 하이디라오는 해외 진출을 시작해 싱가포르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고 2013년에는 미국에 진출했다.

집안 부양 위해 작은 식당 홀 서빙하던 소녀, 2021년 보유 자산 규모만 2조 4078억 원 

양리쥐안은 하이디라오 창업가 4명 외에 지분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임원 중 한 명이다. 기업정보 플랫폼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현재 양리쥐안은 하이디라오 주식의 0.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양리쥐안은 하이디라오를 글로벌 훠궈 체인 기업으로 일군 대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가난 때문에 학업까지 중단해야 했던 양리쥐안은 2019년에 후룬연구소 부호 리스트 531위에 랭크됐다. 당시 공개된 자산은 75억 위안(약 1조 4447억 원)에 달했다. 2021년 양리쥐안의 자산은 125억 위안(2조 4078억 원)으로 '2021년 후룬 중국 프로페셔널 매니저 리스트'에서 7위에 올랐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실적 부진, 경영난 겪어.. 위기 돌파구로 '딱따구리 프로젝트' 실시 

그러나 팬데믹 이후 하이디라오는 큰 위기를 맞았다. 하이디라오는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중국에 1491개, 홍콩과 마카오, 한국, 일본, 미국 등에 106개의 매장을 운영했다. 2019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급속한 사업 확장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중국 외식 산업은 과포화 상태다. 경쟁업체 샤부샤부(呷哺呷哺)를 비롯해 2021년 9월 기준, 중국에 등록된 훠궈 업체만 총 5만 762개에 달했다. 2021년 6월, 장융은 무리한 확장 경영이 추세를 예측하지 못한 잘못된 의사결정이었다고 인정했다.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매장 확장으로 일부 매장의 위생 문제, 서비스 품질 저하 이슈가 계속 불거졌다. 코로나 19 발생 직후 중국 전 지역의 점포 영업을 3개월간 중단한 것도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하이디라오의 강점으로 통했던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기, 네일아트 등의 서비스가 젊은 세대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양리쥐안은 '딱따구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고객 수가 적고 경영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매장을 주시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경영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1월, 딱따구리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있는 하이디라오 매장 약 300개가 문을 닫았다. 하이디라오는 중국 매체 신경보를 통해 폐쇄된 매장은 2년 이내에 재개장할 계획이며, 폐점 매장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인력 부족을 겪던 지점으로 재배치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제일재경상업데이터센터(CBN Data)에 따르면 하이디라오는 딱따구리 프로젝트를 시행한 후 회사 내부 관리 및 운영이 크게 개선됐다고 언급했다. 하이디라오 관계자는 광다증권(光大證券, Everbright Securities)의 데이터를 인용해 2022년 1월, 하이디라오의 회전율이 2021년 12월보다 증가했으며 2021년 전년 동기 대비 106% 상승했다고 말했다.

젊은 임원 발탁해 '젊은 기업'으로 체질 개선 기대하는 하이디라오 

하이디라오는 양리쥐안을 CEO로 임명하면서 중국 본토 업무최고책임자(COO)에리위(李瑜, 36)와 왕진핑(王金平, 38)을 임명했다. 젊은 경영진을 통해 하이디라오를 지금보다 트렌디하고 젊은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하이디라오는 양리쥐안과 함께 30대의 경영진이 여러 지역에서 그룹의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회사의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위와 왕진핑 역시 하이디라오의 종업원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의 직위에 올랐다. 리위는 2007년 하이디라오에 입사한 후 여러 지역에서 점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에는 직원 26명을 이끌고 대만에 첫 하이디라오를 오픈했다. 리위는 한국, 일본, 태국 및 글로벌 시장의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왕진핑은 2008년에 하이디라오에 합류했다.  하이디라오 최초 해외 매장의 점장인 그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시장의 매장 관리자 및 지역 관리자를 역임했다. 왕진핑은 하이디라오 입사 당시 요리사로 근무를 시작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하이디라오는 일부 직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원직을 현장 직원부터 시작한 이들로 발탁한다. 직원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검증한 뒤 내리는 결정이라 리스크가 적다. 직원들에게도 애사심과 더불어 사업 및 기업 운영 능력을 갖춘 직원이라면 누구나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 넣어준다. 쌍방에게 이로운 전략이다. 2021년 8월에도 하이디라오 이사회에 7명의 젊은 상무이사가 추가됐다.

마흔셋에 하이디라오 CEO에 등극한 양리쥐안. 그가 위기에 처한 하이디라오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고 다시 업계 최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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