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울산 현대를 이끄는 홍명보 감독이 연초 기자회견에서 ‘10년 주기설’을 꺼냈다. 그는 1992년 프로 무대 데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등 10년 간격으로 큰 성과를 냈다. 2022년에는 리그 우승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게 항간의 설이다.
10년 주기설은 다른 분야에서도 언급된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이 대표적이다.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 1997년 신흥국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 10년 간격으로 세계 경제가 발작을 일으키면서 한때 인구에 자주 회자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이후 금융시장의 급격한 흔들림이 나타나지 않자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다.
경제위기 주기설과 무관하지 않지만, 부동산 업계에도 10년 주기설이 풍문처럼 떠돈다. 1980년대 이후 상승·하락장이 10년 간격으로 반복됐다는 경험을 이유로 든다. 가격 급등 이후 정부가 공급을 결심해도 4~5년은 걸리는 재화라는 점 역시 10년 주기설의 근거로 활용된다.
10년 주기설은 합리적 분석일까. 대답은 엇갈린다. 호모 포르마페텐스(Homo formapetens, 패턴형 인간)란 말이 있듯, 규칙적 질서를 선호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만든 게 10년 주기설이란 주장이 있다. 세상일이 질서정연하게 발생하기 어려운 우연과 불규칙성의 연속이기에, 10년 주기설은 논리적으로 허구에 가깝다는 얘기다. 반면 10년 또는 그에 준하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우연·불규칙성에 의한 변화의 에너지가 축적된다는 긍정론도 있다.
정치 분야에도 10년 주기설이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7번의 대선에서 10년 간격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나서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순으로 총 3번의 정권 교체가 있었다. 10년 주기설은 9일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지켜지고,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깨진다.
자신의 삶에 대한 10년 주기설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맞아떨어지면 좋겠다”면서도 “노력하지 않으면 (주기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설은 속설일 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최선을 다한 후보들과 지지자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차분히 받아들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