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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트럼프식 ‘부정선거 불복사태’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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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021년 1월 6일 트럼프의 부정선거 선동에 따라 의사당 습격에 나선 과격 지지자들. 미국 민주주의 최악의 순간으로 기록됐다. 트럼프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그의 선동을 믿는 지지자들은 아직도 상당해 2024년 대선후보로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1월 6일 트럼프의 부정선거 선동에 따라 의사당 습격에 나선 과격 지지자들. 미국 민주주의 최악의 순간으로 기록됐다. 트럼프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그의 선동을 믿는 지지자들은 아직도 상당해 2024년 대선후보로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1. 공식선거운동이 8일로 끝났습니다.
전례없는 치열한 캠페인은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중 가장 민감한 문제는 ‘선거부정’가능성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일 사전투표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함으로써 불씨를 남겼습니다.

2. 불길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것은..2020년 미국 대선의 기억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은 여러가지 점에서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캠페인과 비슷합니다. 크게 보자면 미디어혁명으로 정치커뮤니케이션이 SNS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공통점입니다. 과거보다 훨씬 급격하게..좁게 보자면 후보에 대한 비호감에 편승해 비방성 가짜정보가 극성을 부렸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3. 정치커뮤니케이션의 변화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대선 후보의 언론에 대한 공격입니다.
트럼프는 세계적 권위의 언론사 NYT와 CNN을 ‘가짜뉴스’로 공격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양대정당 후보들은 모두 언론을 공격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면서 소송을 남발했습니다. 각 후보진영의 공격은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심각하게..

4. 기존 언론이 쫓겨난 빈 자리를 파고든 것은 정치꾼들의 SNS입니다.
검증되지 않는 일방적인, 정파적인 정보들이 확산됐습니다.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허위정보도 남발됐습니다. 사적 커뮤니케이션이란 형식으로 공적 정보가 아무런 필터링 없이 유포됐습니다.
한쪽 정보만 편식하게 만드는 SNS의 특성상..터무니 없는 왜곡과 편향이 유권자들을 양극화시켰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5. ‘민주주의의 꽃’ 선거는 패자의 승복으로 완성됩니다.
트럼프는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승복하지 않았습니다. 대선직후 3주간 400여개의 트위터 메시지를 날리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했습니다. 그 결과가 2021년 1월 6일 폭도들의 의사당 습격 사건입니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초유의 참변입니다.

6. 이미 국민의힘 일부엔 트럼프 같은 ‘선거부정’음모론자들이 있습니다.
2020년 4월 15일 총선에서 패배한 일부 후보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왔습니다. 황교안 전 총리(자유한국당 대표)까지 나서 지난 4일, 5일 사전투표 당시‘조작되니까 하지말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사전투표를 독려해온 국민의힘 공식입장과도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자 중 상당수가 이를 믿습니다.

7. 대선의 영향력은 총선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만약 패배한 대선후보가, 어떤 이유로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역대급 비호감 후보, 전례없는 폭로전과 흑색선전으로 점철되어온 캠페인이었기에..끝까지 안심하기 힘듭니다.
〈칼럼니스트〉
202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