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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삿갓'의 송영길 습격…일흔 유튜버는 왜 둔기를 들었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표모(70)씨에게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됐다. 표씨는 지난 7일 오후 12시 5분쯤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검은 비닐에 싼 둔기로 송 대표를 가격(위험한 물건 이용한 특수상해)해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방해(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방해)한 혐의도 적용됐다. 유세장에 있던 시민들의 카메라에 표씨의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영장실질심사는 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유세를 하던도중 한 남성에게 망치로 머리를 가격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유세를 하던도중 한 남성에게 망치로 머리를 가격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스1

현장 영상에는 송 대표가 일행 및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뒤에서 갑자기 공격 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송 대표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봉합 치료를 받았다. 그는 두개골 바깥 부분이 함몰되는 부상을 입었으나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퇴원해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유튜브서 “한미 훈련은 민족 반역” 등 과격 주장

지난해 8월 1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표모씨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표삿갓TV 캡처]

지난해 8월 1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표모씨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표삿갓TV 캡처]

경찰은 표씨의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둔기를 검은 비닐로 감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표씨의 진술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표씨는 ‘표삿갓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로 조사됐다. 삿갓 형태의 모자를 쓰고 활동해 왔으며 지난해 4월부터는 국회 정문과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여러 차례 1인 시위를 하고 송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내용으로 볼 때 다소 과격한 진보 성향의 주장을 해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가 올린 300여 개의 영상은 조회 수는 수백회 정도이나 최근 영상은 이번 사건 이후 3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17일엔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한미 훈련을 시작한 송영길은 민족과 후손을 팔아먹는 민족반역자다. 사퇴를 촉구하는 서신을 몇 번이나 띄웠다”며 “송 대표가 민주당 탈을 쓰고 권력을 키웠지만, 속에 음모를 갖고 은근히 민주당을 파괴시키려고 하고 있다. 내부 적이 무서운 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입장 극단화는 미숙한 민주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위기극복, 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에서 전일 선거운동 중 괴한에게 둔기 피습을 당한 송영길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위기극복, 국민통합 특별 기자회견'에서 전일 선거운동 중 괴한에게 둔기 피습을 당한 송영길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전문가들은 개인의 정치 성향이 극단적 행동으로 표출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대를 용인하지 못하고 입장을 극단화시키는 미숙한 민주주의가 문제”라며 “투표나 토론, 대화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가 사라지고 갈등이 극대화돼 물리적 폭력이 자행된 것”이라며 “갈등 축소 프로세스를 만들며 정치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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