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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727km'유세 尹이 밝힌 소감...쉰 목소리로 "파이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파이팅입니다!”

8일 오전 11시경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6번 게이트. 제주 유세를 마치고 부산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기자가 “유세 마지막 날 소감이 어떻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윤 후보는 잔뜩 쉰 목소리로 주먹을 쥐며 짧게 답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대구 서문시장 중 유세 중 지지자들을 보며 울컥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대구 서문시장 중 유세 중 지지자들을 보며 울컥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이날 제주공항 출국장엔 윤 후보와 사진을 찍으려 수십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20대 청년과 30대 항공사 직원부터, 40대 부부와 지팡이를 짚고 절뚝이면서도 윤 후보를 안아보려는 70대 할머니까지. 선대본부 관계자는 “시민들과 시간을 보내려 공항에 조금 일찍 왔다”고 전했다.

8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자신이 나오는 뉴스를 보며 부산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모습. 박태인 기자.

8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자신이 나오는 뉴스를 보며 부산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모습. 박태인 기자.

기자는 이날 아침 제주에서 시작해 윤 후보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올라와 부산→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지는 윤 후보의 ‘727km’ 종단 유세현장을 밀착 마크했다. 윤 후보는 오후 8시 30분 서울시청 광장에서 피날레 유세를 한 뒤 밤 11시 강남역에서 거리인사로 끝내는 일정이다. ‘20대 대선후보 윤석열’로서의 마지막 선거 운동이다.

윤 후보의 이날 메시지는 국민 통합과 비전 제시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수 텃밭인 대구를 찾아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거친 발언도 했지만, 평소 때와 비교하면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당 관계자들은 ‘대선후보 윤석열’이 아닌 ‘대통령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부산 연제구 온천천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엔 주최측 추산 5만여명의 시민들이 현장을 찾았다. 송봉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8일 부산 연제구 온천천 집중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엔 주최측 추산 5만여명의 시민들이 현장을 찾았다. 송봉근 기자

첫 일정으로 제주를 찾은 윤 후보는 “저는 여의도의 문법도 여의도의 셈법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오로지 국민에게만 빚을 지고 있다. 여러분과 아이들의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 꿈을 꿀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 유세에선 “경상도도, 전라도도, 강원도도 충청도도 제주도도 경기와 서울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어디에 살든 전부 하나”라며 “모든 국민은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똑같이 있다”고 소리쳤다. 버락 오바마를 4년 뒤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2004년 미국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의 연설, “진보의 미국도, 보수의 미국도 없다. 우리에겐 하나의 미합중국만이 있다”를 떠올리게 한다는 관전평도 당 내에선 나왔다.

부산 유세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함께했다. 안 후보는 “정권 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결심한 안철수”라 자신을 소개한 뒤 부산 발전을 위해 윤석열을 뽑아달라며 “윤석열”을 수차례 외쳤다. 윤 후보도 이에 화답하며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신속히 합당하고 민주당에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도 협치해 우리 당의 가치와 외연을 넓혀 국민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부산 온천천을 가득 채운 5만여명 (주최 측 주장)의 시민들은 “윤석열”과 “안철수”를 외치며 환호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역대 부산 유세 중 최대 인파가 몰렸다”며 들뜬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피날레 유세에서 윤 후보는 “대장정의 마라톤이 거의 끝나고 이제 스타디움에 들어왔다”며 “압도적인 지지로 결승선을 일등으로 끊게 도와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정부를 맡게 되면 저의 자유민주주의·법치·시장경제와 안 대표의 과학과 미래를 결합해 국민 여러분을 편안히 모시고 민주당과도 멋지게 협치할 것”이라며 통합 정부도 외쳤다. 자신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인을 업고 다닐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5만여명(주최 측 주장)의 시민들은 “윤석열”“대통령”을 외치며 환호했다. 윤 후보의 연설이 끝난 뒤엔 시민들 위로 ‘기호2번 윤석열’이라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현장엔 안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했다. 윤 후보의 연설 직전 배우 김부선씨와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윤 후보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났었다”며 이 후보를 “사기꾼 가짜 짝퉁”이라고 비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부산 연제구 유세에서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부산 연제구 유세에서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윤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국민 머슴론’을 강조하며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한 머슴은 철저하게 엄벌을 해야 한다”고 겨냥했다. 제주에선 ‘탄핵’이란 단어까지 거론하며 “민주당 사람들이 제가 대통령이 되면 180석을 가지고 정부 운영을 방해하거나, 우리 당의 이탈자를 모아 저를 탄핵한다고 떠들고 다닌다”며 “하라면 하라고 해라. 저에게는 국민이란 가장 막강한 지지 세력이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 후보는 '보수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에선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고 정파적 이익만 생각하면 이게 머슴 맞느냐”며 “이번에 또 한 번 저들에게 국정을 맡기면 안보도, 경제도 망하고 청년의 미래도 없다. 이 나라 망한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서문시장은 유세장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성황이었다.윤 후보는 “제가 22일간 계속 다니다 보니 목이 쉬어 말이 안 나오는데 이 서문시장 오니까 힘이 나고 목이 뚫린다”며 상기된 얼굴로 “이 나라를 바꾸겠다”고 외쳤다. 그가 시민들을 쳐다보며 잠시 울컥하며 눈물을 참는 듯 입술을 깨문 것도 이 순간이었다. 서울 유세에서도 “운동권 이념에 예속돼선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정권의 실체를 정확히 보시고 주권자로서 심판해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엔 주최측 추산 2만여명의 시민들이 현장을 함께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엔 주최측 추산 2만여명의 시민들이 현장을 함께했다. [뉴스1]

윤 후보는 모든 유세 때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내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를 해달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서울 유세를 마친 뒤 건대입구역과 강남역 인근을 찾아서도 시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이날의 '한반도 종단 동선'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산(PK)과 대구(TK)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가 찾은 대구(33.9%)와 부산(34.2%)의 경우 전국 평균 사전투표율(36.9%)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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