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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도 못간 그곳, 주택·펜션 죄다 탔는데 멀쩡한 집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산불로부터 내 집은 내가 지킨다”

강원 동해시 만우동 만우마을 이모(85·여)씨 주택은 산불이 덮친 산과 인접해 있는데도 화마(火魔)에 휩싸이지 않은 모습. 박진호 기자

강원 동해시 만우동 만우마을 이모(85·여)씨 주택은 산불이 덮친 산과 인접해 있는데도 화마(火魔)에 휩싸이지 않은 모습. 박진호 기자

지난 5일 새벽 방화로 발생한 강릉 옥계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동해시로 퍼져나갔다. 동해시로 넘어간 산불이 처음 마주한 마을은 만우동에 있는 만우마을. 강풍을 타고 온 불씨는 순식간에 만우마을을 덮쳤고 주택과 펜션 등 건축물 9동을 태웠다.

지난 8일 오후 찾은 만우마을 산 주변을 둘러보던 중 곳곳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산과 인접한 주택 대부분이 불에 타지 않고 멀쩡한 모습이었다.

특히 산과 맞닿아 있는 이모(85·여)씨 주택은 뒤편 1m까지 불이 붙었지만,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씨는 “강릉 옥계에서 난 불이 동해로 넘어오자 진화대원이 등짐펌프로 산 주변에 물을 뿌리고, 이후엔 아들이 도착해 물을 뿌렸다”고 말했다.

소방차 진입 어렵자 주민들이 나서 물 뿌려

강원 동해시 만우동 만우마을 이모(85·여)씨 주택은 산불이 덮친 산과 인접해 있는데도 화마(火魔)에 휩싸이지 않은 모습. 박진호 기자

강원 동해시 만우동 만우마을 이모(85·여)씨 주택은 산불이 덮친 산과 인접해 있는데도 화마(火魔)에 휩싸이지 않은 모습. 박진호 기자

인근에 사는 석모(69·여)씨 집도 산과 인접해있지만, 산불 피해를 입지 않았다. 석씨 또한 5t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물탱크 2개에 있던 물을 밤새 자신의 집과 이웃집에 뿌려 화를 면했다고 한다. 석씨는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남아 물을 뿌리며 집을 지켜 피해를 줄인 것”이라며 “매번 반복되는 산불로부터 마을을 제대로 지키려면 마을 길 확장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우마을 주민들이 직접 산불로부터 집을 보호하고 나선 건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서다. 마을 길 폭 대부분이 2~3m에 불과해 산불 발생 당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상당수 주택이 화마(火魔)에 휩싸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3년 전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시로 넘어왔을 때부터 시청에 마을 길 확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토지 소유권 문제 등으로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마을 사람들은 대형 산불에도 대피하지 않고 직접 물을 뿌려가며 자신의 집을 지켰다고 한다.

산불 전 지붕과 주변 산림에 물 뿌리면 큰 도움 

강릉에서 시작된 산불로 강원 동해시 만우마을이 지난 6일 폭격을 맞은 듯 초토화된 모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강릉에서 시작된 산불로 강원 동해시 만우마을이 지난 6일 폭격을 맞은 듯 초토화된 모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처럼 산림이 많은 강원 지역에서 대형산불이 잇따르면서 주택 보호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슷한 위치에 불씨가 날아들었지만 전소하는 주택이 있는가 하면 불이 전혀 옮겨붙지 않은 주택도 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로부터 내 집을 지키려면 집안과 밖의 위험요소를 점검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붕의 경우 목재인지 확인하고 불연성 소재 등으로 교체한다. 집안의 문과 창고 문은 방염처리가 중요한 만큼 되도록 방화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창문은 단일창의 경우 복사열에 대한 저항이 없기 때문에 이중창 유리로 바꾸고, 데크는 화재에 취약해 내화성 자재를 사용해야 화재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집 주변 반경 10m 거리엔 가연 물질을 정리하는 등 산불이 쉽게 번지는 물질이 없어야 한다. 10~30m 거리엔 땅에 쌓인 나뭇가지, 낙엽 등을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30~100m 거리엔 나무 간격을 3m 이상 유지하며 가지치기, 솎아베기를 통해 나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0~30m 거리 나뭇가지, 낙엽 제거 중요 

산불로부터 집지키기 이미지. 국립산림과학원

산불로부터 집지키기 이미지. 국립산림과학원

강원연구원 역시 2019년에 발표한 ‘양간지풍 산불의 교훈과 미래형 대책’ 정책메모를 통해 산불로부터 주택을 보호하기 위해선 5가지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방화 수림대 확보, 스프링클러 설치, 불연성 지붕 재료 사용, 산림과의 이격거리 확보, 주택 주변 가연물 청소 등이다. 이를 위해 주택 인허가와 기존 주택 관리개선을 위해 건축법, 소방법 및 도시관리 법률과 연계된 산불방지형 시·군 조례와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남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캐나다는 산불이 많은 지역에는 주택을 중심으로 반경 100m 안에 나무 등 불에 잘 탈 수 있는 물질이나 물건을 놓지 않는다. 이제는 숲을 도시 부속시설물로 바라보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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