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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확진 교사 재택수업 허용"…교사들 "쉬지 말라는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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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씨는 지난주 오미크론에 확진됐지만 이틀만 병가를 쓰고 3일 차부터는 원격 수업을 진행했다. 김씨는 "대체 인력을 구했지만 조건이 맞는 사람이 없었다"며 "주요 과목이면 동료 교사가 서로 보강을 해주는데 소수 과목은 그마저도 어렵다"고 했다.

새 학기 등교가 시작된 지난 2일 세종시 집현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새 학기 등교가 시작된 지난 2일 세종시 집현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3일짜리 대타 어떻게 구하나"

교사 확진자가 늘며 학교 현장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지난해보다 더 뽑고 한시적으로 기간제 교사 연령 제한도 없애며 인력풀을 늘렸지만 학교 현장에선 "아파도 못 쉰다"며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지난주 한 중학교에서는 오미크론 확진으로 등교중지 된 교사 6명이 원격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병가를 못 쓰는 이유는 길어봐야 7일짜리인 대타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인력 풀을 두껍게 만들어놨다고 해도 막상 확진 교사가 나왔을 때 당장 내일부터 나올 수 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3~4일짜리 일자리이기 때문에 원격 수업 기술까지 익혀가면서 고생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교육부는 올해 정원 외 기간제 교사(8900명) 채용을 지난해(2500명)보다 크게 늘렸다. 올 1학기에 한해 기간제 교사 연령 제한(62세)도 풀었다. 이렇게 마련한 대체 인력풀이 7만5000여 명이다. 하지만 수업 일수가 너무 적어서, 원격 수업 진행이 부담돼서, 학교가 집에서 너무 멀어서 등 갖가지 이유로 고사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7만5000명이란 숫자에는 상당한 허수가 섞여 있다고 일선 교사들은 지적한다.

지난 2일 오전 대구 동구 봉무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대구 동구 봉무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코로나 자가 진단키트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원하면 수업하라"는 교육청…교사 반발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확진된 교사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원 확진 시 병가 처리를 원칙으로 하되, 본인 동의가 있는 경우라면 집에서 원격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확진 시 병가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교사들은 병가를 쓰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씨는 "웬만하면 쉬지 말라는 소리"라며 "지금도 병가를 쓰면서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초등학교 교장 장모씨는 "경증인 경우 수업을 해달라고 부탁할 일이 생길 텐데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아 난감하다"고 했다.

대구·광주·대전 등 10개 시·도에서 운영하는 보결 전담 기간제 교사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결 전담 기간제 교사는 월급을 받으며 교육청에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한 학교로 그때그때 파견을 간다. 하지만 보결 전담 교사는 전국을 통틀어 541명으로 제한적인 데다 정작 확진자가 가장 많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엔 이런 프로그램이 없다. 타 시도와 비교해 관할 지역이 너무 크고 학교마다 수요가 다양해 일괄 채용이 어렵다는 이유다.

수도권 정상 등교 학교 감소세

 3월 7일 기준 시도별 수업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3월 7일 기준 시도별 수업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7일 기준 전국 유·초·중·고 2만311개교 중 정상 등교수업이 이뤄진 학교는 1만7894개(88.1%)로 집계됐다. 대다수 학교의 개학 당일이었던 지난 2일(1만8219개교, 89.7%)에 비해 소폭 줄었다. 확진자가 급증한 수도권은 정상 등교수업 학교가 2일 6600개교(86.2%)에서 7일 6216개교(81.2%)로 줄었지만 비수도권은 개학 당일(1만1619개교, 91.8%)보다 7일 정상 등교 학교가 59개교 늘었다.

전면 원격수업 학교와 부분 등교수업 학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모두 조금씩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 학교가 대면 수업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가정학습 및 격리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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