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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 20% 향상' 4680배터리…테슬라 야심작, 판도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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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0년 9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배터리 생산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0년 9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배터리 생산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연내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4680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산업동향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가 중대형의 4680배터리를 대량 양산하면 배터리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이 유의미하게 개선될 것”이라며 “이는 향후 전기차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올해 1월 차세대 4680 배터리를 100만 개 생산했다’고 짤막한 글을 올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9월 “4680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지 1년여 만에 배터리 생산 소식을 알린 것이다. 다만 대량 양산 시기 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지난달 공식 트위터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테슬라로드에 위치한 새로운 본사 외부에서 직원들과 함께 4680 배터리 생산 성과를 축하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테슬라 트위터]

테슬라는 지난달 공식 트위터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테슬라로드에 위치한 새로운 본사 외부에서 직원들과 함께 4680 배터리 생산 성과를 축하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테슬라 트위터]

테슬라가 밝힌 4680 배터리 100만 개는 테슬라 차량 1000대 정도에 들어가는 물량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배터리업계에서는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현재로선 대량 양산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대석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테슬라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때 올해 안으로 4680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수율(완성품 중 양품의 비율)을 올리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다. 테슬라는 현재 모델3 등에 2170 원통형 배터리(지름 21㎜·높이 70㎜)를 싣고 있는데, 용량이 큰 4680 배터리의 성능이 월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2170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 5배, 출력은 6배, 주행거리는 16~20% 높다는 게 테슬라 측의 설명이다.

현재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싣고 있는 것도 테슬라가 유일하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대부분의 완성차업계는 배터리업체로부터 각형·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아 자동차에 탑재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보다 공간 효율성이 높은 게 강점이어서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진출 초기부터 파나소닉과 생산성이 뛰어난 원통형 배터리 기술에 집중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현재 출시된 전기차 중에선 모델3 롱레인지의 주행거리가 1회 충전 시 528㎞(상온)로 가장 길다.

원통형 배터리(사진 왼쪽)와 파우치형 배터리(가운데), 각형 배터리. [사진 배터리전문사이트 플래시배터리]

원통형 배터리(사진 왼쪽)와 파우치형 배터리(가운데), 각형 배터리. [사진 배터리전문사이트 플래시배터리]

전기차 배터리별 장단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기차 배터리별 장단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동차연구원도 4680 배터리 양산 시 원가 절감과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통해 전기차 시장을 계속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대석 선임연구원은 “배터리 크기를 키우면 에너지당 공정 횟수가 감소해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생산비용도 줄어든다”며 “성능 좋은 배터리를 싼 값에 대량 납품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 CEO가 재작년 4680 배터리 개발을 밝힌 것도 현재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원가를 낮춰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더 많은 소비자가 테슬라를 구입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반론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4680 배터리가 시장을 흔들 다크호스로 보이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 충전 인프라 공급이 확대되고 있고, 4~5분 내 교체하는 카트리지 배터리 등 다양한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다”며 “성능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아닌 한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기차 시장 전체가 커지고 있어 국내 배터리업계의 일감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장은 대량 양산 여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그는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져 차량용 반도체 수급, 원가 절감이 중요해졌다”며 “4680 배터리가 실제 양산된다면 경쟁력이 올라가는 건 맞지만 차량에 적용되기 전까진 섣불리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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