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성윤 공소장' 킥스 유출 눈감고…공수처 '뇌피셜' 수사보고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에 대한 수사보고서에 “유출된 공소사실 편집본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공개되기 전부터 유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수원지검 수사팀은 공수처 파견 경찰관들이 허위로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이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8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과 소속 파견 경찰관이었던 A 경위가 작성하고 B 경정이 결재한 지난해 7월 19일 수사보고서엔 ‘유출된 공소사실 편집본이 실제 공소장 형식과 다르기 때문에 내부 상사 보고용으로 작성된 초안 문서로 보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파견됐던 경찰관들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를 하면서 허위사실을 담은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현관의 모습.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파견됐던 경찰관들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를 하면서 허위사실을 담은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현관의 모습. 연합뉴스

이후 공수처는 약 4개월간 수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11월 15일 또 다른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B 경정이 직접 작성한 ‘검찰 내부 전산자료 압수수색검증 영장 필요성 검토보고’란 제목의 11월 수사보고서엔 이 고검장의 공소사실이 기소 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또 언급됐다.

B 경정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3가지 근거를 들었다. ▶유출된 공소사실 편집본은 검찰 내부 공유 목적으로 생성된 초안본으로 보이고 ▶킥스에 공소장이 공개된 시점인 5월 13일 이전부터 유포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대검찰청 진상조사와는 별개로 수원지검 수사팀과 지휘부의 수사정보 유출 관련성 및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공수처는 수사보고서에 공소장 열람 가능 시점을 ‘5월 13일 0시’로 특정하면서 ‘5월 12일 오후 7시, 5월 13일 오전 3시에 공소사실 일부가 언론에 보도됐다’는 점을 들어 기소 전 유출 가능성을 주장했다. 편집본이 공소장 원본과 형식은 다르지만 내용뿐 아니라 띄어쓰기·문장부호 등 사용 형태가 동일하고, 공소장 원문에 각주처리 된 문장들이 편집본에는 본문에 들어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고검장을 2019년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무마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한 건 5월 12일로, 다음날 0시가 아닌 오전 1시부터 킥스를 통해 공소사실 조회가 가능하다. 이때 킥스를 통해 공개된 공소사실은 유출된 편집본과 동일하게 공소장 내 각주가 본문에 괄호로 삽입된 형식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에선 5월 13일 당일 오전부터 카카오톡을 통해 사진파일 형태로 유출된 공소사실 편집본이 킥스에 게시된 공소사실 내용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 공개 후 킥스 열람자에 한해 감찰이 이뤄졌다. 20여명의 열람자 중 수사팀 관계자는 없었다. 그러나 공수처는 수사보고서에 ‘(유출된 편집본) 기재 내용이 수사팀에서 마지막 단계에 생산한 정보라는 건 부연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적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공소장' 유출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 수사팀은 허위 수사보고서와 영장청구서를 통해 영장을 발부받은 건 위법이라며 법원이 공수처의 압수수색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최석규 수사3부장과 파견 경찰관 등 공수처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대검 추가 압수수색을 위해 진입하는 모습.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공소장' 유출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 수사팀은 허위 수사보고서와 영장청구서를 통해 영장을 발부받은 건 위법이라며 법원이 공수처의 압수수색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최석규 수사3부장과 파견 경찰관 등 공수처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대검 추가 압수수색을 위해 진입하는 모습. 뉴스1

이후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18일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같은 달 26, 29일엔 대검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해 수사팀 내부 e메일·메신저·결재문서 수발신 내역을 확보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수사팀은 지난 1월 5일 서울중앙지법에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준항고를 제기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검 진상조사 내용이나 킥스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다’는 상상과 추측만으로 수사팀에 유출 혐의를 씌웠다”며 “유출된 공소사실 편집본이 킥스에서 나온 걸 알면서도 수사팀 내부 문서에서 비롯됐다는 허위사실을 쓰고 영장을 발부받았으니 집행도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수사보고서 내용 일부가 허위라고 인정되면 공수처 관계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묻겠단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 같은 수사보고서의 작성·결재 주체가 파견 경찰관이란 점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관의 정원은 검찰에서 파견된 수사관을 포함해 40명인데, 파견 경찰관의 경우 이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 행정인력일 뿐이라 수사에 참여하는 건 위법이란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공수처 지휘부나 검사가 파견 경찰관을 적절히 통제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수처 관계자는 “해당 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수사의 구체적 내용 등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준항고 사건 관련 답변은 법원에 제출했고, 파견 경찰관의 수사에 대한 적법성의 근거와 의견도 제출한 만큼 법원이 적절히 판단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니 수사기관이 법원 밖에서 심리 건에 대해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