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카드 만지작…美전문가 “풍계리 폭파건물 복구 포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가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에 앞서 국제기자단에 핵시험장의 폐기 방법과 순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공동취재단=뉴스1]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가 2018년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 작업에 앞서 국제기자단에 핵시험장의 폐기 방법과 순서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공동취재단=뉴스1]

북한이 2018년 5월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정황이 최근 포착됐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밝혔다. 인공위성 발사 카드를 꺼내 들며 국제사회가 정한 레드라인에 다가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7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군사 전문 블로그인 암스컨트롤윙크(armscontrolwonk.com)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루이스 소장은 상업용 인공위성 기업인 맥사 테크놀로지가 지난달 18일과 지난 4일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시설을 신축·보수하는 정황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위성사진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공터였던 공간에 건축용 목재와 톱밥 등 쌓여 있는 모습이 지난 4일 촬영된 사진에 담겼다. 또한 핵 시설 내 기존 건물이 있던 자리에 새 건물 들어선 것과 시설 보수를 위해 벌목한 목재를 쌓아둔 모습도 확인됐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은 건물과 갱도 지주(동바리) 공사에 상당한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며 "최근에 포착된 이런 변화들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활동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 이후 처음으로 목격된 활동"이라며 "풍계리 핵실험장 내 건설과 보수 작업 정황은 북한이 핵 실험장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움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는데, 루이스 소장의 주장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한다면 폭발력 100kt(킬로톤) 이상의 대형 수소폭탄 시험이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위한 새로운 전술핵무기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북한은 2006년부터 풍계리에서 여섯 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에 따른 충격이 누적되면서 지각 구조에 변형이 생겼고 이후 풍계리 일대에 자연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에도 함북 길주 일대에서 규모 2.1의 지진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에선 최근 한 달 새 다섯번이나 자연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는 폭발력이 큰 핵실험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루이스 소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2018년 폭파한 갱도의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아예 다른 장소에서 핵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기술적인 프로그램을 충분히 이행했기 때문에 새로운 핵실험이 가지는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에 나선다면 대미 협상력 강화나 새로 들어서는 한국 정부에 모종의 메시지 발신을 위한 무력시위 차원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여섯 차례나 핵실험을 진행한 만큼 기술적인 측면에서 추가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핵실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임팩트를 활용해 북한이 다양한 기만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정기이사회 개막 연설에서 북한이 영변 핵 단지 내 5MWe(메가와트) 원자로 가동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에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