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엑스칼리버’ ‘팬텀’ ‘벤허’. 진지한 뮤지컬엔 그가 있었다. 뮤지컬 배우 카이는 2008년 '사랑은 비를 타고' , 2012년 ‘두 도시 이야기’로 데뷔한 후 중량감 있는 대작에 부지런히 출연해왔다.
뮤지컬 배우 카이, '지킬앤하이드' 에 첫 출연 #"선과 악의 한뿌리를 보여주고 싶다"
그의 공연 목록에 ‘지킬 앤 하이드’가 없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1997년 브로드웨이, 2004년 한국 초연 이후 흥행 뮤지컬의 모범이 된 작품이다. 카이는 9번째 한국 시즌에 합류해 이달 1일 첫 무대에 올랐다. 유명하다 못해 뮤지컬 음악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지금 이 순간’을 전막 공연에서 처음 부른 날이었다. 또 짧은 시간 안에 지킬과 하이드를 26번 오가는 잘 알려진 노래 ‘대결(confrontation)’을 실연한 첫 무대이기도 했다. 그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발성과 집중력으로 공연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데뷔 14년 만에 첫 지킬과 하이드를 맡게 된 카이는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선과 악의 대립보다는 둘이 공유하는 본질을 찾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혼자 표현해야 하는 두 인물, 즉 선한 의지를 가진 헨리 지킬 박사와 절대적 악인인 에드워드 하이드의 관계에 대한 그의 분석이다.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인격의 두 가지 내면을 다룬다.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꿈꿀 작품을 앞두고 부담이 컸다”는 그는 우선 두 인격을 이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내 행동과 감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봤다. 선한 행동과 신경질적인 면, 사랑과 질투심 같은 것들을 내 안에서 발견하려고 해봤다.” 그는 “이중성이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지킬과 하이드를 표현할 때도 그 둘이 오히려 서로 닮아있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카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공연한 ‘프랑켄슈타인’에서도 1인 2역, 선과 악의 대립을 맡아 연기했다. 한 인간 안의 상반된 내면에 대해 우연히도 계속해서 탐구 중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한 사람에 대한 복수와 증오라는, 악의 명백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하이드는 절대적인 악이다. 그의 악함은 한 사람이 아닌 세상 전반에 대한 복수이기 때문에 선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카이의 하이드는 보다 본능적이고, 설명되지 않는 원초적인 악인으로 표현된다.
작품에 대해서는 “온 힘을 모두 털어 넣는 공연”이라고 했다. 지킬과 하이드는 공연 시간 170분을 내내 끌고 나간다. 두어 장면을 제외한 공연 전체에 출연한다. 상반되는 두 명을 표현하는 만큼 감정의 소모도 크다. “다른 작품에서 인물의 표현 범위가 10 정도라면 여기에서는 한명당 20 정도로 크고, 두 명이라 40이다. 감정과 체력 면에서 ‘제곱의 공연’이다.”특히 음악에 대해 “프랭크 와일드혼의 다른 작품들처럼, 듣기엔 쉽고 부르기엔 어려운 노래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지킬 앤 하이드’는 카이, 박은태, 전동석의 주연으로 5월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계속된다. 카이는 “뮤지컬 무대야말로 내 삶의 동력이고 기쁨”이라며 “체력도 뒤처지지 않고, 노래도 노화되지 않아 지금처럼 똑같은 자세로 지킬과 하이드를 오랫동안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