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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이 우크라 도운 '착한 노쇼' 뭐길래…'산불' 울진에 퍼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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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하는 시민연합 회원들이 8일 오전 경북 울진군 산불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김욱 대표

낚시하는 시민연합 회원들이 8일 오전 경북 울진군 산불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김욱 대표

전국 회원 수가 4200명 정도인 ‘낚시하는 시민연합’이 울진·삼척 산불 피해자를 돕기 위해 ‘착한 노쇼(no-show)’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산불 피해 지역 숙박업소의 숙박비를 대신 내주고 이 객실에 이재민이나 소방관이 묵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욱(54) 낚시하는 시민연합 대표는 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낚시를 하러 경북 울진을 비롯한 동해안 도시를 자주 찾았고 주민들과도 각별한 사이인데 이번에 대형 산불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이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숙박비 대납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러시아와 전쟁에 휘말린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이어지고 있는 ‘착한 노쇼’를 보고서다. 지금은 방문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숙소를 예약하고 대금을 지불한 뒤 실제로는 이곳에 묵지 않는 방법이다. 미국 CNN은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2~3일(현지 시각) 이틀간 전 세계에서 6만1000건이 넘는 우크라이나 숙소 예약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낚시하는 시민연합 김욱 대표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울진·삼척 산불 피해 지역을 위해 숙박비를 대신 납부하는 '착한 노쇼' 운동을 펼칠 것을 제안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쳐

낚시하는 시민연합 김욱 대표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울진·삼척 산불 피해 지역을 위해 숙박비를 대신 납부하는 '착한 노쇼' 운동을 펼칠 것을 제안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쳐

배우 임시완(34)도 지난 4일 이 같은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숙소를 예약했다. 기간은 다음 달 4일까지 한달여 간이다. 임시완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달간 당신의 숙소를 예약했고 당연히 나는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신과 키이우에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호스트에게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임시완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2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낚시하는 시민연합은 ‘착한 노쇼’ 외에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성금을 모금하거나 직접 산불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할 계획도 세웠다. 8일에도 회원 8명이 현장 주변에서 식사나 간식 제공 등의 봉사활동을 벌이고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양말과 수건을 나눠주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대표도 이날 경북 울진을 찾아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는 “언론 보도나 SNS를 통해 봤을 때보다 산불 현장의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며 “울진 전역에 매캐한 연기가 깔려 있고 곳곳에 불탄 흔적이 보였다. 진화인력들의 노고와 산불 피해 주민의 고통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가 울진군 죽변면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에 마련된 산불 현장지휘본부,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에 있는 이재민 대피소에서 사흘째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산불 진화 해병대원에게 급식 지원하는 모습. 사진 경북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가 울진군 죽변면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에 마련된 산불 현장지휘본부,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에 있는 이재민 대피소에서 사흘째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산불 진화 해병대원에게 급식 지원하는 모습. 사진 경북적십자사

이어 “낚시하는 시민연합 회원 수는 4200명 정도지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10배 이상의 파급력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산불 피해 주민과 진화 인력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전국으로 확산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낚시하는 시민연합처럼 7일까지 산불 현장에 자원봉사를 나선 이들은 총 50개 단체 17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산불현장에서는 의용소방대가 소방청·산림청과 협조해 산불 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 산불 현장지휘소 인근 통합자원봉사지원단에서는 새마을회, 여성자원봉사회 등이 밤새 도시락과 지원물자 세트를 제작해 매일 아침 산불진화에 투입되는 4000여 명의 인력을 돕고 있다.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에 차려진 임시대피소에서는 자원봉사센터, 적십자사와 생활개선회 등이 화마에 생활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식사와 생필품 지원을 하고 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지난 7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안말래길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밤샘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산림청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지난 7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안말래길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밤샘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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