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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내렸다" 정부 말, 정말?…KB부동산 올 한번도 안 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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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 조사기관은 아파트값이 내렸다고 발표하는데 민간 회사들은 오히려 올랐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강북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뉴스

정부 조사기관은 아파트값이 내렸다고 발표하는데 민간 회사들은 오히려 올랐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강북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뉴스

정부 조사기관은 아파트값이 내려가고 있다는 통계수치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데, 민간 회사들 조사 결과는 오히려 아파트값이 올라가고 있다. 정부는 정부조사기관 통계치만을 근거로 집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인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 상황은 다를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이 안정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안정세로 나타나는 통계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매매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03%였다. 6주 연속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간 회사의 조사결과는 달랐다. 이날 KB국민은행은 서울 아파트값이 0.01% 상승한 것으로 발표했고, 이튿날 부동산R114는 서울 아파트값이 일주일 전보다 0.02% 올랐다고 했다. 이렇게 주간 단위 부동산 통계가 공공기관과 민간회사가 서로 달라 주택 수요자들이 헷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0.04%다. 1월 첫째 주 조사에서 0.03%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림세다. 1월 넷째 주 조사에서 하락 반전했고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KB부동산 누적 변동률은 0.20%로 나타났다. 부동산원과는 0.24%포인트 차이를 보인다. 부동산R114는 0.18%로 KB부동산 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특히 KB부동산과 부동산R114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재건축정비계획 변경안 심의 통과, 서울시의 35층 층수제한 폐지, 대선 후보들의 용적률 규제 완화 등의 이슈로 서울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주변 단지로 확산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보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4% 상승했고, 특히 잠실주공5단지 등이 있는 송파구 재건축 단지는 0.13% 올랐다.

이처럼 통계 간 편차가 나타나는 것은 표본 선정과 지수 산정 방식 등에서 기관별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원과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은 모두 표본 조사 방식이다. 부동산원은 3만2000가구, KB부동산은 3만6000가구의 표본 주택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부동산원은 전문조사자가 '거래 가능 가격'을 산출하고, KB부동산은 공인중개사가 호가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이 조사는 짧은 기간(주간 단위), 많은 지역의 가격 흐름과 변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조사원의 평가 가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의 가격 변동보다는 덜 민감하다.

조사 기관별 올해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nag.co.kr

조사 기관별 올해 아파트값 변동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nag.co.kr

지수 산정도 부동산원은 기하평균(제본스지수)을, KB부동산은 산술평균(칼리지수)을 활용한다. 부동산원은 "칼리지수는 상향편의 등의 단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IMF(국제통화기금) 등에서 제본스지수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는 시가총액의 변동률을 반영한다. 약 128만 가구의 개별 가격 총합을 산출해 변동을 나타낸다. 주택 재고 변화를 빠르게 반영한다는 평가다.

통계 사용 이유는 제대로 된 시장진단과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그러나 이처럼 통계치의 차이가 나타나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원 통계를 근거로 서울 아파트값이 '추세적 하락'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말 이후 집값 상승 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KB부동산과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섣불리 하락 전환을 예단하기 어렵다. 또 대선 이후 정책 변화도 집값 흐름의 핵심적인 변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부가 단기 지표의 변동을 근거로 집값 안정을 말했다가 집값이 다시 오른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선 아예 주간 조사 발표를 포기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을 주식이나 금융 자산처럼 짧은 기간 변동까지 조사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표본 조사 방식의 경우 조사자의 성향 등에 따라 보수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통계를 참고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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