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선거 쓰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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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길을 오가다 보면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현수막이나 벽보와 마주치곤 한다. 법으로 보장된 공식 홍보물이지만 며칠 뒤면 쓰레기가 될 것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8만4884곳에 게시한 이번 대선 벽보(가로 10m, 세로 0.8m)를 한데 모으면 서울 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1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현수막이다. 재활용이 어렵고 매립하거나 소각할 때 유해물질이 발생해 환경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법은 거꾸로 갔다. 2018년 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게시 가능한 현수막 수가 ‘읍면동마다 1개씩’에서 ‘읍면동 수의 2배 이내’로 늘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내걸린 현수막은 3만580장에 달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표소 안내용을 제외한 정책 홍보 현수막(2020년 기준 16종 1만9500여매) 게시를 중단한 게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이번 대선에 각 세대로 보낸 선거공보는 책자형 2억9000만부, 점자형 97만부, 전단형 1억850만부를 포함해 총 4억부에 달한다. 전단형 공보물은 필수가 아니지만, 책자형 공보물은 모든 후보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선 명함 크기 갱지에 깨알 글씨로 적은 공보물도 있었다. 친절하진 않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친환경적이었다. 선거 당일엔 투표용지 외에도 새로운 쓰레기가 추가된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일회용 비닐장갑과 확진자 투표 관리를 위해 착용할 보호장구 등이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비용이 선거관리 2662억원, 정당 선거보조금 465억원, 후보자 보전비용 1083억원가량을 포함해 4200억원을 초과하리라 예상한다. 우편 대신 알림톡이나 문자, e메일 등으로 선거공보물을 받을 수 있다면 비용은 상당 부분 절감될 것이다. 그러려면 선거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 혹은 모바일 선거를 도입하면 투·개표 비용과 쓰레기를 확 줄일 수 있다. 안철수 후보의 막판 사퇴로 불거진 재외국민 무효표 논란도 막을 수 있다. 재외국민 투표와 시차를 둘 필요가 없어서다. 유권자들의 시간, 이동 비용을 아끼는 건 물론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모바일 인증 등에 익숙해진 환경, 블록체인 기반의 위변조 방지 기술의 발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전자투표 도입도 다시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참고자료

숫자로 보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2.3.2)
투개표 선진화 추진방안을 위한 정책연구(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2013)

2년 후 대선 때 전자투표 할 수 없나?(여시재, 20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