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 잃은 뒤 패럴림픽 찾아봐, 사람은 역시 위대하다 느꼈죠”

중앙일보

입력 2022.03.08 00:03

업데이트 2022.03.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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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토바이 사고로 왼팔을 잃고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김나윤씨. 지난해 피트니스 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경쟁해 3관왕에 오른 그는 최근 유튜브, 학업, 서핑 등을 시작했다. 우상조 기자

오토바이 사고로 왼팔을 잃고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김나윤씨. 지난해 피트니스 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경쟁해 3관왕에 오른 그는 최근 유튜브, 학업, 서핑 등을 시작했다. 우상조 기자

“4년 전엔 평창 패럴림픽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그땐 제 주변에 장애인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죠. 2018년 여름에 사고가 있었고, 지금 열리고 있는 베이징 패럴림픽은 찾아보고 있어요. ‘알파인 스키 좌식’은 두 다리를 못 써도 가파른 경사를 멋지게 타고 내려오더라고요. 지난달 횡성 스키장에서 장애인 선수의 훈련 장면을 보고 ‘역시 사람은 위대한 힘이 있구나’라고 느꼈죠.”

7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만난 김나윤(30) 씨는 패럴림픽 이야기부터 꺼냈다. 2018년 7월 오토바이 사고로 왼팔을 잃은 김씨는 같은 장애인으로서 패럴림픽을 시청하는 느낌이 남다르다고 했다. 그는 작년 9월 충북 단양에서 열린 WBC(World Body Classic) 피트니스 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경쟁 끝에 3관왕에 올라 화제가 됐다.

왼팔을 잃고도 WBC 피트니스 대회 3관왕에 오른 김나윤씨. [사진 스튜디오 케이랩]

왼팔을 잃고도 WBC 피트니스 대회 3관왕에 오른 김나윤씨. [사진 스튜디오 케이랩]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김씨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송·신문·잡지 등 10곳 정도와 인터뷰했고, 아침 방송과 라디오 생방송에도 출연했다. 광고 요청도 들어왔는데 정중히 사양했다”고 했다. 인생 첫 강연도 했다. 김씨는 “대기업과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동기부여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헤어 디자이너를 12년간 했던 경력을 살려 미용 강의도 했다”고 전했다.

김나윤씨는 “미용을 했을 땐 꿈이 ‘헤어샵 오픈’ 하나였다면, 장애를 안고 여러가지를 접목해 꿈이 많아졌다.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서핑에 도전한 김나윤씨. [사진 김나윤]

서핑에 도전한 김나윤씨. [사진 김나윤]

작년 11월에 강원도 양양에서 서핑에도 도전했다. 김나윤씨는 “보드에서 엎드린 상태에서 중심을 잡으며 일어나는 ‘테이크 오프’에 성공했다. 물 위에서 균형을 잡기 힘들었지만 파도가 세지 않은 ‘초보자 파도’라서 성공했다”며 웃었다.

김나윤씨는 “실외에서 한 팔로 ‘따릉이’를 타는 건 위험할 수 있어 실내 경륜을 체험해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바디 기기는 양손이어야 인식해서 난 측정이 불가능했다. 업그레이드 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배드민턴도 시작했다.

김나윤씨는 요즘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나윤씨는 요즘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김나윤씨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그는 “병원에 있을 때 세상에 절단 장애가 나 혼자인 듯 외로웠다. 나 같은 장애인이 다른 이에게 위안이 될까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채널명은 ‘윤너스(나윤+비너스)’. 팔이 없는 밀로의 비너스상에서 따왔다. 그는 “사고 후 처음 샤워할 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기괴했다. 동시에 아름다운 비너스상도 생각났다”고 했다. 유튜브를 통해 ‘의수의 모든 것’, ‘한 손으로 메이크업하기’, ‘한 손으로 소시지 야채 볶음 만들기’, ‘장애인 고민 상담’ 등을 한다.

김나윤씨와 비너스상을 합성한 사진. [사진 김나윤]

김나윤씨와 비너스상을 합성한 사진. [사진 김나윤]

왼팔이 없는 김나윤씨는 지금도 ‘환상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왼팔이 아직도 있는 것처럼 찌릿찌릿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전기 장치에서 레벨을 확 높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경추와 흉추가 골절돼 허리에 핀을 박은 상태”라고 했다.

요즘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김나윤씨. 우상조 기자

요즘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김나윤씨. 우상조 기자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재활 운동 처방을 해주고 싶어 공부도 시작했다. 올해 건국대 미래교육원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김나윤씨는 “재활 운동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겠더라. 생활스포츠 지도자 자격증과 장애인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친구 아버지 회사의 한 분이 다리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 절단을 했다. 일도 안하고 우울하게 지내셨는데 제 기사를 보고 힘을 얻어 새 인생을 살고 계신다고 들었다. 어떤 분은 암 수술 후 치료에 들어가는데 큰 힘을 얻었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김나윤씨는 변함없이 발랄했다. 우상조 기자

김나윤씨는 변함없이 발랄했다. 우상조 기자

김나윤씨는 변함없이 발랄했다. 그는 “제 마음 속 ‘감사’가 있어 그런가 보다. 경추와 흉추 등 19곳이 골절 됐는데 신경을 누르지 않아 지금 걸을 수 있고, 오른팔이 아니라 왼팔이 절단돼 다행”이라며 웃었다. 조만간 책을 출간한다는 김나윤씨는 “아직 제목은 정하지 못했다. 출판사에 한 손으로 책을 읽기 힘든 분들이 있으니 꼭 ‘e북’으로도 내달라고 부탁 드렸다”고 했다.

김나윤씨는 얼마 전에 ‘Wethe15’ 캠페인을 찍었다. 그는 “전 세계 장애인수가 15%, 12억명에 달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똑같은 사람이다. 장애인 분들이 움츠리지 말고 사회에 나왔으면 좋겠고, 제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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