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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서워, 이상한데로 가" 택시서 뛰어내린 여대생 카톡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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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국민청원 캡처]

[사진 청와대국민청원 캡처]

지난 4일 포항에서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 A씨 사건과 관련해 친동생이 “누나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 잡고 싶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동생 B씨는 7일 올린 청원글에서 “누나의 사망과 관련한 기사가 인과관계를 생략하고 보도되고 있어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이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로 오해를 하고 있을 것 같아 하나뿐인 동생으로 죽을만큼 고통스럽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전까지의 언론 보도에는 경찰에서 확인해 준 부분을 토대로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잘못 알아들었다는 내용만 포함이 돼 있었다.

청원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후 8시 50분쯤 포항 KTX역에서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잡아타고 대학 기숙사로 향했다. 하지만 출발 직후 택시가 목적지와 다른 낯선 곳으로 향하자 A씨가 택시기사에게 멈춰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A씨는 남자친구에게 카카오톡에 “이상 한데로가 택시가. 나 무서워. 엄청 빨리 달려. 말걸었는 데 무시해” 등의 문자를 보냈다. 여러 차례 멈춰달라는 요구에도 택시기사가 미동도 없이 빠르게 주행하자 A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자친구는 전화기를 통해 “아저씨 세워주세요. 아저씨 세워주세요!”라고 요청하는 A씨의 목소리를 들었으나 여전히 택시기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어둡고 낯선 길에 빠르게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누나는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고 의식이 있는 상태로 뒤따라오는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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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와대국민청원 캡처]

[사진 청와대국민청원 캡처]

이어 그는 “누나는 웃음기 많고 화목한 우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비타민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털털하고 웃음이 많기로 유명한 친구였다”며 “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은 누나가 그렇게 무서운 선택을 할 정도였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나기 10분 전까지만 해도 누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가족, 친구들의 선물을 어떻게 나눠줄지 행복한 고민을 했지만 믿기 힘든 사고로 제가 누나의 선물들을 전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이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제가 누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 청원글을 작성한다”며 “스무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고 촉구했다.

이 청원글은 7일 밤 11시30분 현재 6428명의 동의를 받았다.

한편 경찰 조사에서 택시기사는 "A씨가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향한다며 차에서 내려도 되느냐고 물은 뒤 운행 중이던 택시에서 내리다 변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잘못 알아듣고 대답하는 내용이 녹음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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