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가 급등, 러 디폴트 우려…코스피 -2.29%, 원화값 1227원대 곤두박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피가 전 장보다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에 거래를 마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년 9개월만에 1200원을 돌파한 1227.1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전 장보다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에 거래를 마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년 9개월만에 1200원을 돌파한 1227.1원에 마감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시중은행 외환 딜러 A씨는 식은땀이 났다. 달러당 1219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화값이 한때 1228원까지 뚫고 내려갔기(환율 상승) 때문이다. 지난 4일 하락 폭(9.6원)을 합쳐 2거래일간 원화가치는 22원 넘게 급락했다. A씨는 "예상은 했지만, 미쳤다"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의 '치킨게임'에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시시각각 변하는 두 나라의 충돌 양상에 속절없이 휘둘리는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9%(62.12포인트) 내린 2651.31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만에 27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이 1조1800억원가량 주식을 팔아치웠고, 기관 투자가도 96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2.16%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94%), 중국 상하이(-2.17%)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또 2700 깨진 코스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또 2700 깨진 코스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227.1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2.9원 떨어졌다(환율 상승). 지난 2020년 5월 29일(1238.5원) 이후 1년 9개월 만의 최저치다. 낙폭은 지난해 6월 17일(13.2원)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날 외환당국이 "과도한 불안 심리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방향을 꺾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를 사들인 결과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인 98.9선까지 치솟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묻지 마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원화값이 달러당 125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값은 안전자산 수요가 몰려 2020년 8월 이후 1년 반 만에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금융시장을 뒤흔든 직접적 원인은 '오일 쇼크'였다. 6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다. 모두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다.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탓이다. 유가 급등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졌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리스크도 시장을 짓눌렀다. 서방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한 데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낮춘 영향이다. 특히 무디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러시아 등급을 '투자적격(Baa3)'에서 '투자 부적격(Ca)'으로 10단계나 강등했다. Ca는 디폴트 단계인 'C'의 직전 단계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은 "경제 제재로 자산 일부가 동결된 러시아가 오는 16일 만기가 돌아오는 7억 달러(약 8500억원) 상당의 채권을 갚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부도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었다"며 "오히려 무력 충돌보다 러시아가 디폴트에 빠지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급락하는 원화값.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급락하는 원화값.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증권가에서는 "지수 하단을 예측할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불확실성이 커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 제재가 지속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 경색 또는 유동성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순매수액은 2조1107억원으로, 지난해 8월 13일(2조8040억원) 이후 7개월 만의 최대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연중 저점인 2500선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주식 매수를) 서두를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