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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금융핵폭탄' 구멍되나…러 제재 딴지걸고 러 제품 돈쭐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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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망에서 사실상 ‘구멍’처럼 작용해 제재의 효과를 반감 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가 우회로로 삼으려는 중국 시장과 금융 시스템이 여전히 기능과 규모 면에서 서방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4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SWIFT 막혀도 中 통해 숨통 트나

현재 대러 제재 중 가장 강력한 '한 방'으로 꼽히는 건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이다. 사실상 국제 금융망에서 러시아를 도려내는 조치라 '핵폭탄급' 제재로 불린다.

하지만 여기서 중국이 숨통을 터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SWIFT에서 쫓겨날 경우에 대비해 이미 지난 2014년과 2015년 각기 루블화 국제 결제망(SPFS)과 위안화 국제 결제망(CIPS) 등 독자 결제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제재로 달러화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루블화-위안화 거래로 우회로를 찾을 여지가 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지난달 27일 "러시아의 SPFS와 중국 CIPS가 연결돼 있어 SWIFT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기업들도 중국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달러와 유로화 거래가 막힌 러시아 기업들로부터 중국 은행의 계좌를 뚫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SWIFT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SWIFT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에너지 협력도 이미 '밑밥'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끊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중ㆍ러는 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밑밥도 미리 깔아뒀다.

지난달 4일 베이징 겨울 올림픽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에 맞춰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은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연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2014년 맺었던 4000억 달러 규모의 30년짜리 계약과 합치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은 연간 480억㎥규모로 늘 전망이다.

2019년 11월 러시아 스보보드니 인근에서 촬영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의 가스관. REUTERS/Maxim Shemetov. 연합뉴스.

2019년 11월 러시아 스보보드니 인근에서 촬영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의 가스관. REUTERS/Maxim Shemetov. 연합뉴스.

中 당국ㆍ여론 모두 '제재 반대'

실제 중국 당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에 대해선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으면서도 대러 제재에는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가 아닌 독자 제재는 항상 반대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러시아 은행의 SWIFT 퇴출과 관련해 "제재는 양측 모두에게 손해를 입힐 것"이라며 반대했다.

중국 내 민심도 비슷하다. 온라인 중심으로 '러시아산 제품 사주기' 움직임까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이 운영하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 '러시아 국가관'의 제품 대부분이 동났고, 이에 러시아 측이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지난 5일(현지시간) "중국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지지 표시로 러시아산 간식과 차 등을 온라인에서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제품 대부분이 품절된 중국 내 러시아의 온라인 쇼핑몰 '러시아 국가관' 홈페이지. 연합뉴스.

지난 3일 제품 대부분이 품절된 중국 내 러시아의 온라인 쇼핑몰 '러시아 국가관' 홈페이지. 연합뉴스.

中, 北 뒷배 봐준 전력도 

우려가 더 커지는 건 중국이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는 1등 공신 역할을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적 개인과 기업 등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연례 패널 보고서에 불법 환적, 밀반입 등 제재 위반의 사례로 수시로 등장하곤 했다.

다만 대러 제재 우회는 대북 제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및 교역 규모가 워낙 작은 북한의 경우 밀거래로 손쉽게 경제적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러시아와는 이런 방식이 통하기 어렵고 그렇게 해봤자 제재 회피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중국의 국영 기관과 기업들이 제재 위반으로 인한 처벌 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서방의 제재망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기업 등의 제재 위반 시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지난 2018년 7월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동중국해 해상에서 북한 선적 유조선이 불법 환적을 하는 듯한 모습.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지난 2018년 7월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동중국해 해상에서 북한 선적 유조선이 불법 환적을 하는 듯한 모습.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중ㆍ러 독자 금융망 역부족..."국영 기업 희생 감수해야"

중국이 러시아에 당분간 숨통을 터주더라도 효과는 미미할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이는 중ㆍ러가 마련한 독자 국제 결제 금융망이 서방의 국제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러시아 관련 싱크탱크 '카네기모스크바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CIPS의 규모는 SWIFT의 0.3% 수준에 그친다. 보고서엔 또 "러시아 SPFS의 경우에도러시아 내 주요 유럽 은행들이 가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결제망 운영이 평일 일과 시간으로 제한되는 등 기술적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담겼다.

또 기존 유럽과의 교역량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제재로 입은 타격을 중국에 의존해 회복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방의 제재로 인해 유럽 시장을 잃은 러시아에게 중국이 손해를 일정 부분 메워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결코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며 "중국 또한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사실상 독점 수요자 역할을 하며 어부지리를 얻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럽 및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한 악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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