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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땐 근처만 가도 곤장 100대…그런 울진 금강송 위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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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숲. 어마어마한 크기와 높이의 소나무으로 가득한 숲이다. 손민호 기자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숲. 어마어마한 크기와 높이의 소나무으로 가득한 숲이다. 손민호 기자

“불이 앞산까지 왔습니다. 지금은 관리센터 주변을 연기가 완전히 덮었습니다. 어제는 연기가 안 보였는데 오늘 아침부터 이쪽으로 연기가 넘어왔습니다. 오늘이 최대 고비입니다. 소방 인력과 장비가 집결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산림청 직원들도 다 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7일 오전 8시쯤 경북 울진 국유림관리소 천동수 주무관이 황급한 목소리로 현장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전화는 받았으나 바로 끊어야 했다. “지금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다급한 상황입니다(장태호 주무관).”

6일 오후 경북 울진 산불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최병암 산림청장. 상황판 왼쪽에 '소광리 방향 저지선'이라고 쓰인 붉은 글씨가 보인다. 울진 산불 사태 최후의 경계선이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북 울진 산불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최병암 산림청장. 상황판 왼쪽에 '소광리 방향 저지선'이라고 쓰인 붉은 글씨가 보인다. 울진 산불 사태 최후의 경계선이다. 연합뉴스

울진 금강소나무 숲 지도.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산림청이 보호하는 울진 산림유전자 보호림, 즉 울진 금강소나 숲이다. 손민호 기자

울진 금강소나무 숲 지도.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산림청이 보호하는 울진 산림유전자 보호림, 즉 울진 금강소나 숲이다. 손민호 기자

나흘째 이어지는 울진 산불 사태의 최대 분수령 ‘울진 금강송 군락지’. 얼마나 중요한 곳이길래 최병암 산림청장도 “소광리 숲으로 화선이 진행하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을까. 7일 아침 산림 당국과 소방당국 모두 최후의 방어선을 사수하기 위해 소광리 소나무 숲으로 모이고 있다.

2021년 8월 드론으로 촬영한 울진 금강소나무 숲. 손민호 기자

2021년 8월 드론으로 촬영한 울진 금강소나무 숲. 손민호 기자

2021년 8월 촬영한 울진 금강소나무 숲. 붉은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손민호 기자

2021년 8월 촬영한 울진 금강소나무 숲. 붉은 소나무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손민호 기자

소광리 소나무 숲의 공식 이름은 울진 산림유전자 보호림이다. 보통 ‘울진 금강소나무 숲’으로 알려져 있다. 남부지방관리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으로 면적이 37.05㎢에 이른다. 축구장 5189개 넓이다. 행정 구역으로 보면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속한다. 울진 산불이 발화한 북면 두천리와 붙어 있다. 두천리에서 발원한 산불이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넘어갔다가 북동풍이 불어 소광리 쪽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국내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지이다. 보호림으로 지정된 숲에 수령 500년이 넘은 보호수 세 그루를 비롯해 수령 200년이 넘은 금강소나무가 약 8만5000그루, 문화재 복원용으로 지정된 금강소나무 4137그루가 있다. 이 숲에서 100년 묵은 소나무는 일일이 세지 않는다. 너무 많아서다. 이 광활한 숲의 60% 정도를 금강소나무가 차지한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후계림 조성사업지이기도 하다. 어린나무에서 종자를 채취해 파종하고 일정 기간 양묘장에서 키우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막 싹을 틔운 아기 금강소나무. 손민호 기자

막 싹을 틔운 아기 금강소나무. 손민호 기자

수령 200년이 넘은 미인송. 어른 두 명이 안아야 겨우 팔이 닿는다. 손민호 기자

수령 200년이 넘은 미인송. 어른 두 명이 안아야 겨우 팔이 닿는다. 손민호 기자

숲은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제한된 인원만 제한된 지역을 다닐 수 있다. 울진 국유림관리소에서 7개 코스의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조성했는데, 각 코스를 하루 최대 80명만 걸을 수 있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탐방은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산행 가이드가 동행하며 점심도 마을 주민이 만든 도시락이나 비빔밥을 먹는다. 산불이 발화한 두천리에서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1코스가 시작한다.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1코스 시작점 부근. 울진 산불이 발화한 북면 두천리에 있다. 손민호 기자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1코스 시작점 부근. 울진 산불이 발화한 북면 두천리에 있다. 손민호 기자

숲은 역사도 깊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은 1680년(숙종 6년)부터 일반인의 접근을 막았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황장봉산봉계표석을 세워 숲에 사람이 드는 것을 막았다. 금강소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다. 조선 시대 표석 너머로 들어갔다가 발각되면 곤장 100대를 때리는 중형에 처했다. 옛날부터 금강소나무는 왕실의 관곽과 건축재로 사용됐다. 금강소나무는 여느 소나무보다 나이테가 세 배 더 촘촘해 뒤틀림이 적고 강도가 높다. 송진이 적은 편이어서 쉽게 썩지도 않는다.

보호수로 지정된 못난이 소나무. 수령 500년이 훌쩍 넘은 문화재 소나무다. 손민호 기자

보호수로 지정된 못난이 소나무. 수령 500년이 훌쩍 넘은 문화재 소나무다. 손민호 기자

울진 금강소나무 숲을 상징하는 소나무가 있다. ‘못난이 소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보호수다. 2005년 수령 520년으로 측정됐으니 최소 535년이 넘은 소나무다. 높이 23m 나무둘레는 3.5m다. 못난이 소나무는, 반듯하게 선 여느 금강소나무와 달리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오히려 아름다워 보이는데 못생겼다고 하는 건, 목재로서 가치가 떨어져서였다. 예부터 못난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다. 못난 소나무도, 저 못난 소나무가 지켜온 산도 못 지킬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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