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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반장·학생회장·대통령…우리의 리더는 우리에게 뭘 약속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3월 9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어른들이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10대 어린이·청소년 역시 자신의 학급 또는 학교를 대표하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죠. 후보자가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이 공약이 얼마나 실천 가능한지를 살피는 일은 우리의 대표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유권자로서 학급회장부터 대통령까지 날카로운 눈으로 공약을 살펴보며 훌륭한 후보를 뽑기 위한 안목을 키우고, 나아가 후보자로서 좋은 공약을 만드는 팁을 나눠봤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대선부터 학급회장 선거까지 즐비한 선거철을 맞아 선거의 꽃, 공약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송현근 학생기자·김휘윤 학생모델·장재인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이 대선부터 학급회장 선거까지 즐비한 선거철을 맞아 선거의 꽃, 공약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송현근 학생기자·김휘윤 학생모델·장재인 학생기자.

대통령 선거 공약 이야기

학교에서 매년 선거를 치르고, 다수 당선 및 학생회 경험을 겸비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김휘윤 학생모델(이하 김)과 송현근(이하 송)·장재인(이하 장) 학생기자는 먼저 코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이야기를 나눴어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중에서도 소년중앙 독자인 10대들에 관한 공약이 그 소재가 됐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통령 후보자 공약 페이지에 게재된 10대 공약을 바탕으로 교육·복지 등 어린이·청소년 관련 내용만 발췌해 살펴봤어요. 14명의 대선 후보 중 소년중앙 독자들에게도 낯익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유력 후보 3인의 공약을 중심으로 공정성을 더하기 위해 후보자의 이름은 지우고 공약만 들여다봤죠. 하나하나 뜯어본 뒤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어린이·청소년 관련 공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어린이·청소년 관련 공약

김: 교육뿐 아니라 돌봄 관련 공약이 많은 게 눈에 띈다. 취약계층 학생들도 안정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배려했다.
송: 대상 연령대도 고르게 나타나고 교육·복지 등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공약이다.
장: 청소년 HPV 백신 무료,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공약은 처음 봐서 새롭다. 농식품 바우처 확대, 맞벌이·한부모 가족을 돕는 공약도 눈에 띈다. 코로나19팬데믹이 길어지고 있는 요즘 절실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빨리 시행되면 좋겠다.
송: ‘긴급끼니 돌봄’ 제도 도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학교에 못 가서 밥을 굶는 아이들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김: 끼니 돌봄은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개인적으로 아토피가 있어 ‘아동·청소년 중증 아토피 치료 등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공약이 와 닿았다. 신산업 중심 직업교육체제로 전환도 시대 흐름에 어울린다.
장: 코로나19로 교육 현장에서 나름의 온라인 교육 노하우·매뉴얼 등이 마련된 터라 온라인 교육 통합플랫폼 구축도 빠르게 실현될 수 있겠다. 그 밖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무관용 원칙 적용 및 친족 성폭력 처벌 강화 공약이 빨리 실현됐으면 한다.
송: 촉법소년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서 만약 실행한다 해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공약 실현으로 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면 좋겠다.
장: 초등 3시 하교 및 돌봄 7시 확대 공약의 경우 돌봄 선생님 고용 확대 등 뒷받침할 내용이 필요하다.
김: 제가 다닌 학교의 경우 오후 5시까지 했는데,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돌봄교실이 더 재밌어서 좋았다. 학교 수업 적응이 힘든 저학년이라면 하교시간을 늦추기보다 돌봄 확대가 더 좋을 것 같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어린이·청소년 관련 공약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어린이·청소년 관련 공약

송: 공약을 보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중요시하는 후보다. 디지털을 활용한 AI 교육혁명을 어떻게 전개할지 궁금하고, 이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였으면 한다.
장: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고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한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로 말이 많은 학종(학생부 종합전형), 내신 점수 올리기 어려운 수시 등 외에 새로운 대입제도가 생긴다면 학생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교육체제 전환이나 새로운 대입제도 마련 모두 빠르게 실행하기 쉽지 않은 공약이다.
김: AI 교육혁명을 위한 첨단기기 지원 및 관련 전문 과정 신설은 그래도 수월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로 디지털 기기 지원은 이미 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도 예상보다 속도가 빠르다.
송: 문화시설·콘텐트의 지역 확충 및 거버넌스 구축 공약은 빨리 실현되길 바란다. 청소년 여가의 질을 높이는 데 한몫할 것이다.
장: 동의한다.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는 청소년이 문화예술을 즐기기 보다 쉬워질 것이다.
김: 촉법소년 연령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하향 조정 공약도 빨리 실현되면 좋겠다. 초·중학생 관련 범죄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장: 뉴스를 보다 보면 촉법소년이라며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동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실제로 친구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심한 (청소년 범죄) 사례가 많다. 19금 콘텐트 등이 미성년자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김: 지난해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의 경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데 초4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한 반에 최소 4명 이상은 봤다.
송: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에 더해 처벌 방식을 다르게 설정하는 등 여러모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어린이·청소년 관련 공약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어린이·청소년 관련 공약

송: 공공 아동심리전문가 배치나 찾아가는 금쪽이 보육 등 어린이·청소년의 자유로움과 정서적‧문화적 발달을 강조했다. 메이커 교육 등 앞서가는 미국의 사례처럼 다양한 교육의 질을 살피는 내용이 많다.
장: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을 바탕으로 짜인 공약이다. 다만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김: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돈이 많이 들 것 같은 공약이 여럿이다. 그래도 동그라미 작은 학교 확대, 모두의 자아실현 위한 평생교육 등 많은 사람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공약이 잘 이행되면 좋겠다.
장: 내년이면 고교생이 돼 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다 보니, 한 반 20명 미래형 학교가 눈에 띈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빨리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 학원일요휴무제의 경우 학원 대신 과외 등 다른 사교육을 찾게 되고 이에 따라 저소득층과 더 격차가 벌어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
송: 고졸 첫 임금 250만원, 정부부터 고졸채용 앞장 공약을 통해 고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뤄지면 좋겠다. 또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로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차별이 사라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장: 노동인권교육의 경우 다른 공약에 비해 실행하기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고졸 관련 공약 및 학력학벌차별금지법과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 개선까지 이뤄내려면 지속성을 보장하는 등 여러 보완이 필요하다.
김: 문화적 지역재생으로 폐시설 활용해 문화시설 늘리고 청소년 버스 요금 무상화로 누구나 학교‧학원을 편하게 다니면 좋겠다.

우리들의 선거 공약 이야기

공약이란 선거 때 입후보자나 정당, 정부 등이 어떤 일을 실행할 것이라고 유권자에게 공적으로 하는 약속입니다. 당선될 경우 공약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경우 사과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하죠. 공적인 약속이란 뜻의 한자 공약(公約)으로 쓰는데, 허황한 약속을 남발할 경우 비었다는 뜻의 한자를 써서 공약(空約)이라고 하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내건 공약만큼이나 학생들에게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회장 선거 공약입니다. 학교에선 새 학기가 시작되면, 혹은 새 학년 시작을 앞두고 학급회장 및 학생회장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요. 이때 우리 학급, 우리 학교를 더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과연 학급 친구들이, 전교 학생들이 모두 원하는 공약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교내 여론조사를 통해 친구들의 관심사나 불만 사항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공약을 토대로 선거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좋은 공약을 눈에 잘 띄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공약을 토대로 선거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좋은 공약을 눈에 잘 띄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대통령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흔히 국민과의 약속이라 하죠. 회장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급 친구들, 학교 학생들과의 약속으로 잘 지켜야 하는 것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회장 공약에 대해 “친구들이 공감하고 현실적인 내용이 좋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중학교 입학 후 올해로 3년째 학급회장·부회장 모임의 학년부장을 맡고 있는 재인 학생기자는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것, 혹은 불편한 것을 찾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곁들여야 한다”고 했죠.
“학생회 경험을 토대로 학생회장 선거에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는데요. 아슬아슬한 표차로 당선되진 못했지만 투명한 학생회 공약이 호평을 받았어요. 학생회 학생인 만큼 학생회를 잘 알고 있으며, 학생회 사이트를 통해 투명하게 정보 전달하겠다는 내용을 함께 제시하자 믿음이 간다는 반응이 돌아왔죠. 학급회장의 경우, ‘과제 및 알림을 매일매일 공지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돼 직접 실천한 친구가 기억에 남아요. 매일 깔끔하게 공지사항을 알려준 덕분에 학교생활이 편했거든요.”

회장 선거 당선을 부르는 공약 팁

회장 선거 당선을 부르는 공약 팁

체육부장·학급부회장을 거쳐 학급회장을 역임한 휘윤 학생모델은 평소 생활 모습도 중요하다고 했죠. “2학기 선거에 싸움이 없는 화목한 교실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냈는데, 1학기부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줘서인지 좋게 평가받았어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 중이라 따로 선거 연설을 하지 못했는데도 당선될 수 있었죠.”
6학년 때 전학하기 전까지 학급회장·전교부회장 등을 맡았던 현근 학생기자는 “학생들이 내는 공약이라 비슷비슷할 수 있다”며 “이때 시선을 끄는 포스터나 재미있고 당당한 연설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팁을 전했죠. “아나바다 장터나 벼룩시장 등 새활용과 재미를 곁들인 공약의 경우 선생님들도 반대하지 않으시죠. 이런 공약은 후보자들마다 나올 수 있어요. 재미 요소를 적절히 넣은 포스터로 내 이름을 각인시키고 연설을 자신감 있게 잘하면 이걸로 투표 결과가 바뀔 수 있답니다.”

회장 선거 당선을 부르는 공약 팁

회장 선거 당선을 부르는 공약 팁

물론 공약 자체도 중요합니다. “3년 전 선배들의 경우 ‘교복을 후드티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하고 당선돼 실천했죠. 지금 학교에선 생활복이랑 체육복, 후드티 교복을 입어요.” 현근 학생기자의 말에 재인 학생기자가 너무 좋겠다며 탄성을 질렀죠. “우리 학교의 경우 체육대회를 2번 하겠다는 공약을 내고 실천한 게 기억에 남네요. 학사일정표를 보는 것도 보다 현실적인 공약을 짤 수 있게 도와주죠.” 재인 학생기자는 이어 “괜히 친구들 표를 더 끌어오겠다며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건다면 결국 본인에게 비난으로 되돌아오니 최대한 이행 가능하게 현실적·구체적인 공약을 만드는 게 좋다”고 덧붙였어요.

회장 선거 당선을 부르는 공약 팁

회장 선거 당선을 부르는 공약 팁

소중 학생기자단은 대통령 후보자 공약을 이렇게 자세히 본 건 처음이라고 했는데요. 이를 통해 선거와 공약이 더 와 닿는 느낌이라고 평했습니다. 휘윤 학생모델은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공약을 자세히 보고 토론하면서 각 후보가 어떤 공약을 냈는지, 그 공약이 잘 실행될 수 있는지, 그 공약이 실행되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죠. 이어 “이를 토대로 곧 있을 선거 공약을 잘 만들어봐야겠다”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집에 배송된 대통령 후보 홍보 책자를 한번 보고 오긴 했다”는 재인 학생기자는 “여러 후보자의 청소년 관련 공약을 뜯어보고,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비슷한 의견을 가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또, 정치는 단순히 머리 아픈 것이 아닌, 우리 삶과 미래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음을 배웠죠. 투표권이 생기면 선거에 적극 참여해야겠어요”라고 밝혔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며 “선거에 있어 공약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며 “선거에 있어 공약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현근 학생기자 역시 “정치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지고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또래 어린이·청소년에 해당하는 공약들을 살펴보며 선거와 공약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선입견이 일부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정치와 선거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임원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죠. 이번에는 선거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또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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