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인증샷, '브이' 김희철 되고 '투표용지' 케이윌 안되는 이유 [그법알]

중앙일보

입력 2022.03.07 06:00

업데이트 2022.03.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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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김희철이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강남구 청담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이동하며 브이를 그리고 있다. 뉴스1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강남구 청담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이동하며 브이를 그리고 있다. 뉴스1

[그법알 사건번호 10] 유명인들 올린 투표 인증샷 잘못 따라했다간…

지난 4~5일 20대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유명인들의 ‘투표 인증샷’이 연이어 논란이 됐습니다.

가수 케이윌은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전투표 참여 인증샷을 올렸습니다.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 방식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케이윌은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해 올렸습니다. 논란이 일자 케이윌은 해당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며 “무지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가수 김재중씨도 5일 기표소 내에서 촬영한 투표용지를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역시 논란이 되자 김씨도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씨는 지난 4일 사전 투표소에서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빨간색 슬리퍼를 신고 나타나 팬들을 향해 ‘브이(V)’자를 그리며 인사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 역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를 두고 선거법 위반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인문학자인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서울 불광제1동 사전 투표소 입구 사진과 기표소 안에서 찍은 투표지 사진을 올렸습니다. 김 전 교수가 올린 투표지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칸에 도장이 찍혀 있었습니다.

[사진 케이윌 SNS]

[사진 케이윌 SNS]

여기서 질문!

기표소 내에서 '투표용지' 또는 '투표지'를 찍어서 SNS에 올리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요? 김희철씨처럼 투표소를 나오며 'V'자 손짓만 해도 처벌 대상인가요?

관련 법률은

공직선거법 제166조의 2(투표지 등의 촬영행위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서는 안 됩니다. (사전) 투표관리관은 선거를 한 사람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한 경우 해당 선거인으로부터 그 촬영물을 회수하고 투표록에 그 사유를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256조(각종 제한규정 위반죄)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사진 김경집 전 교수 SNS]

[사진 김경집 전 교수 SNS]

법원·중앙선관위 판단은?

투표 인증샷 하나 잘못 올렸다고 실제 처벌될까 싶겠지만,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꽤 있습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재보궐 선거 당시 기표소에서 자신의 투표지를 촬영하고, 직장 동료 12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이를 게시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나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하고, 그 투표지를 공개한 행위에 대해서 유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공직선거법이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이유에 대해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인물이 자신의 기표 내용을 공개하면 밴드웨건 효과(유행에 동조하려는 현상)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공직선거법은 적어도 민의를 왜곡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표 전 '투표용지'냐, 기표를 마친 '투표지'냐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투표용지’는 선거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것, ‘투표지’는 선거인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중앙선관위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르면 가수 케이윌과 김재중씨가 선택한 후보를 표시하지 않고 SNS에 올린 것은 ‘투표용지’, 김 전 교수가 선택한 후보까지 공개한 것은 ‘투표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017년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19대 대선 당시 기표소에서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투표용지와 투표지의 차이를 구분한 첫 판례입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투표지는 선거인이 투표용지에 기표 절차를 마친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며 “B씨가 촬영한 것은 투표지가 아니라 투표용지”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대구지법은 19대 총선에서 B씨와 마찬가지로 기표소에서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촬영한 뒤 SNS에 올린 대학생에게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까지 올라간 사건은 없어 아쉽게도 대법원의 판단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는 찍어도 되는 걸까요, 찍으면 안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안됩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소 질서 유지를 위해 투표소 내 촬영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투표용지 촬영은 그 자체가 투표소 질서 유지에 반하는 행위로 보기 때문에 이 역시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오는 9일 본투표일에 합법적으로 선거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면 ▶투표소 밖에서 ▶지지하는 후보자의 선거벽보·선전시설물 등 사진을 배경으로 ▶엄지척·브이(V) 등 손가락으로 기호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인증샷들은 SNS나 문자 등으로 게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김희철씨는 투표지를 찍은 것도 아니고, 투표소를 나오면서 한 행위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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