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의 부동산 정책…'내집 마련' 본능과 싸우지말고 이용하라 [다음 대통령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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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통령에게 바란다」

곧 있으면 대한민국의 제 20대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새 대통령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요? 중앙일보는 각 분야 전문가 12명의 제언을 담은 「다음 대통령에게 바란다」 영상 인터뷰를 정치-경제-사회 분야 순으로 3회에 걸쳐 싣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치 분야 : 전원책 변호사,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 김수민 시사평론가, 김경률 회계사, 장강명 소설가
경제 분야 : 유현준 홍익대 교수, 김경민 서울대 교수, 우석훈 성결대 교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회 분야 : 강성태 공부의 신 대표, 김재련 변호사, 임명묵 작가

민주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뼈아픈 패착”이라고 평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 유현준 홍익대 교수, 우석훈 성결대 교수,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정부의 과신”과 “정책 결정자들의 위선”을 꼽았다.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소유욕’ 자체를 문제 삼는 정부의 ‘훈계’가 정책 신뢰를 해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력 후보들의 ‘250만호 공급’ 공약에 대해선 “현실 가능성 없는 처방”이란 평가가 나왔다.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뭘까. 이들은 ‘명확한 정책 수혜 대상 선정’과 ‘금융·공급 정책 이원화’를 주문하며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우석훈 성결대 경제학과 교수,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왼쪽부터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우석훈 성결대 경제학과 교수,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Q. 지난 5년, 부동산 정책 등 한국 경제 평가하자면.
김경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시장 메커니즘에 무지했다. 수많은 정책을 냈는데, 시장이 역으로 작동했다. 서민들이 피해를 받았다. 둘째, 정책 담당자들의 위선이다. 청와대 비서실장도 ‘2주택자’였다. ‘임대차 3법’ 추진 담당자와 입법 주장한 이들이 임대료를 올렸다. 본인들은 시장 원리에 맞게 행동하면서, 정책에선 그렇지 못했다.
우석훈: 집값 상승으로 자산 격차가 심해졌다. 60%는 집이 있고, 나머지 40%는 집이 없다. 이들은 ‘앞으로 어디에 속할 거냐’라는 불안이 있다.
유현준: 실제 집이 필요한 곳에 공급이 제대로 안 됐다. 필요 없는 곳에 집을 짓고, 사람들을 그쪽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게 잘못됐다. 사람들은 각자 다 알아서 경제생활을 하는데, 자꾸 가르치려고 들었다. '네가 잘못된 생각을 가졌으니, 이렇게 살라'는 식으로 강압적으로 훈계하니 정책이 먹힐 수가 없다. 그게 실패라고 본다.
존리: 부동산도 그렇지만 금융 분야도 시장이 신뢰를 얻지 못했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한국 금융은 다른 분야와 달리 아직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한다. 주식시장에 많은 돈이 들어올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 집이 필요한 곳에 공급이 제대로 안됐다. 사람들을 그 쪽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게 잘못됐다

"실제 집이 필요한 곳에 공급이 제대로 안됐다. 사람들을 그 쪽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게 잘못됐다"

“SH가 5년 동안 20만 채 지을 수 있나”

Q. 부동산 계층·지역간 격차, 해법은 뭘까.
김경민: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주거비용도 따라 오르는데, 집값이 한 번 움찔할 때마다 자산 격차가 엄청 벌어진다. 월급 갖곤 그 격차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새 정부는 정책 수혜대상을 중산층과 서민으로 명확히 잡았으면 한다. 이들이 적정한 돈으로 집을 임차를 하거나, 살 수 있게까지 해야 한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는 중산층과 서민의 주택 보유율을 높이는 게 정책 목표지, 주택 수요를 억제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를 했으면 한다. 부동산 정책에서 금융 지원 방식은 장기적으로 고정돼야 하고, 공급 프로그램은 유연해야 한다. ‘얼마의 비용으로 집을 살 수 있게 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줘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경제 행위를 한다. 집값이 뛴다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80%에서 60%로 낮추면 부자들만 집을 산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집을 살 수 없다.
유현준: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얼마 전 SNS에 25만 원짜리 허름한 원룸이 화제였다. 서울 한복판에 아직도 그런 집이 남아있다는 걸 보면 우리가 개발을 너무 억제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공급하자’고 말하면 꼭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국민 세금으로 수백만 호를 지어 해결하려 한다. 그런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김경민: 250만 호를 공급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부동산 위기 진앙은 서울이다. 서울에 집 짓는 건 맞는데, 양강 후보가 말하는 상당 부분이 임대주택이다. SH가 과거 30년간 31만호 공급했다. 그 큰 회사가 매년 평균 약 1만호를 겨우 공급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은 안 나왔지만, 산술적으로 따져보자. 수도권이 전 인구의 반이니까 250만 호 중 약 100만호 넘게 한다고 했을 때, 최소 20만호 이상은 서울에 짓는다. 1년에 약 1만호 공급하던 SH가 5년간 20만호 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게다가 비수도권에 250만 호 중 절반이 들어간다 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붕괴할 수 있다. 지방엔 재작년부터 짓기 시작한 주택 물량도 상당하다. 그래서 광역시 기준으로 내년까지 엄청난 공급 충격이 반드시 일어난다. 지금부터라도 건설예정 물량을 모니터링 하며 공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이자율이 올라서 집값이 잡히겠지만, 쏟아내는 공급물량에 더해 수요마저 없다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피할 수가 없다. 공급하지 말란 얘기는 아니지만, 현실 가능한 수치로 시그널을 주고 사람들을 안심시켜줬으면 한다.
유현준: 100만호라는 양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다양한 주택이 공급되느냐’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공급되는 주택이 너무 획일화되어있다. 부동산 공간의 ‘전체주의’다. 사람들이 부동산을 바라볼 때 정량화된 지표로만 보게 된다. 이런 일은 공급자 숫자가 적어서 벌어진다.
우석훈: 부동산 대책을 세울 때 강남·서울·수도권 중심으로 본다. 하지만 국민 절반은 지방에 산다. 지역 경제 연장선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라봤으면 한다. 수도권과 다른 재정 정책을 쓴다거나 지역경제 지원 차원의 대책을 부동산 정책에도 반영해야 ‘지역 소멸’을 피할 수 있다.
유현준: 지방 불균형 문제는 사실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한참 전부터 지방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방에 집 지으면, 그곳으로 이사 갈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일자리가 서울에 있으니 다들 수도권에 모여들지 않나. 물론 필요한 곳에 있는 집을 못 사니까 대체 지역 집값도 오르는데, 그건 필요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 게 아니다. 또 투기세력도 많이 갔다. 여차하면 거품이 빠진다. 정치공학이 아닌, 실용적인 부동산 정책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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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30세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존리: 소득·재산 불균형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들이 금융자산을 쉽게 갖게끔 해야 한다. 그래서 세금혜택도 중요하다. 또 투자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만, 국가는 보상을 제도화하고 ‘투자가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우석훈: 청년들은 대체로 집이 없다. 그래서 주식·암호 화폐에 투자하며 ‘자산 전쟁’에 뛰어든다. 공적 기금 일부로 ‘국부펀드’ 같은 걸 만들어 국민 배당을 시도하는 등 임금만으로 해소가 안 되는 부분을 보완할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온 국민에게 집 살 기회를 주겠다’는 주택청약 방식도 문제다. 이걸론 자산 격차를 보완하기 어렵다.

[다음 대통령에게 바란다] ②경제

김경민: 인위적인 보완책은 힘들지만, 금융프로그램은 명확해야 한다. 작년에 20·30세대가 전체 부동산 거래 비중의 40%였다. 20·30세대가 대출 끼고 집을 많이 샀다. 부동산 시장이 꺾일 때 그들이 위험하다. 이들에 대한 구제가 필요하다. 금융 지원 차원에서 리파이낸싱 프로그램을 계속 계발해야 한다. 이들에게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고정금리를 적용할 수도 있다. 또 본인과 금융당국이 적정한 주택 구매 비용을 함께 부담하고, 주택 매각 시점에서 차익이 생기면 나라에서 보존한 부분을 그때 갚게 할 수도 있다.

'영끌족' 청년 세대를 위해 금리우대 등 금융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영끌족' 청년 세대를 위해 금리우대 등 금융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추경과 국민연금, 그리고 청와대 해체

Q. 추경 통한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논의 많았다. 
우석훈: 추경을 한두 번 한 게 아닌데, 여전히 어림잡아 지원한다.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줘야 할지’를 행정적으로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소상공인 피해가 크다고 하지만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관광·항공업이나 문화계도 지원하면 효과가 있다. 또 팬더믹이 주기성은 없지만, 정권마다 왔다. 대략 3~5년 주기로 왔다. 그래서 이걸 지나치게 정치쟁점화해선 안 된다. 팬더믹 구제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 ‘누가 집권했느냐’에 따라 누군 많이 주고, 누군 적게 주면 행정집행이 매번 어렵고 불만도 커진다.

Q. 국민연금 개혁 방안도 이야기 나온다.
우석훈: 연금 개혁은 사실 정치적 문제다. 선거가 없을 땐 ‘국민연금 고갈하니 조금씩 개선하자’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막상 선거에서 이기면 연금 개혁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인구 구조도 바뀌고 있다. 나중에 고갈이 임박해서 국민연금을 뜯어고치려면 어렵다. 지속가능성을 따져보고 모두가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손 볼 건 손봐야 한다. 공무원 연금 등 별도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직장이 없는 임의가입자들의 보장성을 높이고, 그들을 연금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다양한 방식도 생각해봐야 한다.

존리: 국민연금에서 중요한 건 독립성이다. 정부의 한 부처가 국민연금 같은 큰돈을 운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게끔 독립성을 유지해줘야 한다. 또 국민연금 투자 책임자(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가 제한된 것도 어색하다.

매 정권마다 찾아온 팬더믹에 대한 지원도 정권과 상관없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매 정권마다 찾아온 팬더믹에 대한 지원도 정권과 상관없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Q. 청와대를 해체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유현준: 해체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리모델링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청와대를 가서 직접 본 적이 있다. 겉보기에 청와대는 한국 전통건축 흉내를 많이 내려고 노력했는데, 실제 공간배치나 구조는 폐쇄적이다. 전혀 한국적이지 않다. 주변 자연환경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공간배치를 보면 대여섯 개 건물이 떨어져 있고 건물들은 담장으로 막혀있어서 소통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민관 쪽으로 집무실을 옮겼다는데, 여민관도 3개 동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가운데는 로터리로 되어있고, 주차장으로 쓴다. 이곳을 ‘백악관 로즈가든’처럼 방문객도 드나들게 한다면, 분위기가 훨씬 좋아질 거라고 본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될지 모르겠지만,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면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 다만 지금 상태에서도 공간 구조만 바뀌어도 낫다. 근데 정작 중요한 건 구조가 아니다. 예를 들어 회사 사장님이 내 옆자리로 이사 온다고 나와 사장님 사이가 좋아지는 건 아니지 않나. 정말 좋아지려면 계급장 떼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지.

“내 집 마련 본능과 싸우지 말고, 그걸 이용해라” 

Q. 다음 대통령에게 어떤 걸 바라나.
김경민: 우린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부동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갖는 재화 중 가장 큰 물건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공공주도 임대 아파트 시장 개발과 운영의 시대적 소명이 다 해간다. 민간(기업)이 임대 시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민간이 임대 아파트를 짓되, 말도 안 되는 이익을 가져가는 건 당연히 정부가 모니터링해서 막아야 한다. 민간이 참여해서 지은 임대아파트가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될 수 있게 리츠(REITs) 같은 금융상품을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지도 고민했으면 한다. 이 시장이 커질수록 또 금융·개발 시스템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했으면 한다. 결국 시장을 도외시하지 말고, 시장 안에서 부동산 정책을 펴고 혁신했으면 한다.
유현준: 시장과 싸우지 않았으면 한다. 바꿔 말하면 '내 집 마련' 본능과 싸우지 말고 그 본능을 이해하고, 이용해서 부동산 시장이 선순환될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모든 수요를 투기세력으로 몰지 않았으면 한다. 집을 갖고 싶다는 욕구를 ‘욕망’이란 부정적인 단어를 써가며 사람들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석훈: 경제 전반에 걸쳐 보면 한국 경제 지표 자체는 괜찮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따라 오르지 않는다. 집값도 너무 올랐다. 이런 게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데, 이런 요소를 없앴으면 한다. 선진국 진입 과정에서 이런 건 ‘서로 도와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물가가 오르면 그 비율만큼 당연히 월급도 올라야 하는데, ‘물가가 오르니 임금이라도 올리지 말라’는 정서가 강하다. 그러면 노동 약자들이 너무 불리해진다. 한국 GDP는 1인당 4만 달러를 바라본다. 내적 문제도 풀건 같이 풀고, 외부적으로도 우리 역할을 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 경제는 정치와 또 다른 합의점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이 그 시점이 아닐까 싶다.

중앙일보 20대 대선 개표방송 - 유튜브 라이브

중앙일보는 3월 9일 오후 6시 4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로 20대 대선 개표 방송을 진행합니다. 출연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듣똑라-메타버스 : 김효은 기자, 이지상 기자, 최연수 기자
대선 개표 LIVE 1부 : 서민 단국대 교수, 유튜버 크로커다일, 김준일 뉴스톱 대표,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강태화 기자
대선 개표 LIVE 2부 :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허진 기자,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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