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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EO책상부터 없앴다…"6성급 롯데백화점, 강남 1등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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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롯데백화점이 대표이사 사무실을 포함한 상품본부 전체를 강남으로 옮긴다. 또한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국내 최고급 쇼핑센터로 재단장해 ‘강남 1등 럭셔리’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핵심조직’ 명동에서 강남으로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서울 중구 명동 에비뉴엘 빌딩의 MD(Merchandising·상품) 본부를 오는 5월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위워크’건물로 이전한다.
상품본부는 시장을 분석해 브랜드를 입점·퇴점시키고 경영전략을 세우며 각종 대형행사를 기획하는 ‘백화점의 꽃’으로 불린다. 이전 대상은 해외 럭셔리 상품군을 담당하는 MD1본부와 일반패션·자체브랜드(PB)·식품부문을 담당하는 MD2본부 등 약 230명이다. 대표 사무실은 명동과 삼성동 양쪽에 두되 마케팅과 디자인 인력은 공간이 부족해 인근 별도의 건물에 자리 잡을 계획이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 건물모습. [사진 위워크 홈페이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 건물모습. [사진 위워크 홈페이지]

기업의 핵심 조직을 강남으로 전격 이전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고급화를 꾀하며 업무상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외명품사와 패션·뷰티 협력사, 디자이너와 연예기획사 등 유행을 이끄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들이 대부분 강남에 있다”며 “고급소비의 생활권에서 일의 효율을 높이고 문화를 공유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자유롭게 일하라”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체질개선’에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롯데백화점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이를 통해 실적 향상을 이루겠단 전략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동영상으로 인사하며 목표를 밝히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동영상으로 인사하며 목표를 밝히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변화의 중심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있다. 신세계 출신인 그는 롯데백화점 역사상 첫 외부 출신 대표로 화제가 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하자마자 주요 보직에 외부 인사를 속속 앉혔다. 지난 2일에도 샤넬 한국지사를 거친 이효완 전무와 삼성물산 패션부문 출신 진승현 상무, 루이비통코리아 출신의 김지현 상무보 등을 임명했다.
정 대표는 “외부 영입이든 내부 승진이든 핵심은 순혈주의를 타파해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라며 “지금 시대에 외부 영입이 이슈가 된다는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방식도 완전히 바꾼다. 강남 상품본부의 경우 대표 사무실은 책상을 없애고 응접실처럼 꾸며 누구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임원들도 앉고 싶은 자리에서 업무를 보는 자율좌석제가 도입된다. 특히 대표·임원과 팀장 이하 구성원의 업무 공간을 완전히 분리시켜 젊은 직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로 했다.

명품매장, 신세계가 롯데의 2.5배 

조직문화 개편을 상품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첫 프로젝트는 강남권 고급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명품은 백화점의 주요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경쟁사보다 명품 분야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롯데백화점 vs 신세계백화점 명품 브랜드 유치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롯데백화점 vs 신세계백화점 명품 브랜드 유치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Kantar)가 선정한 지난해 ‘글로벌 10대 명품’ 브랜드가 얼마나 입점해 있는지 조사해 보니 롯데백화점은 전국 32개 점포에 67개의 명품 매장이 있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점포수는 13개로 적지만 명품 매장은 168개로 2.5배였다. 점포수 대비 명품 입점 비율만 보면 신세계가 롯데의 6배나 되는 셈이다.

특히 가방 분야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경우 롯데는 에르메스 1개, 루이비통 7개, 샤넬 2개인데 비해 신세계는 에르메스 8개, 루이비통 18개, 샤넬 9개로 차이가 크다. 인기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 역시 신세계가 10개로 롯데(3개)보다 많다.
익명을 요구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신세계가 롯데보다 한 수 위”라며 “신세계백화점이 력셔리 편집매장인 분더샵, 패션·뷰티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반면, 롯데는 명품 특화 점포인 에비뉴엘이나 패션 관계사인 유니클로 등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명품 분야는 무엇보다 리더의 경험과 추진력이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많은 브랜드를 유치한 정준호 대표의 리더십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서 신세계·갤러리아 넘겠다”  

롯데백화점은 강남점을 전면 개조해 강남권 제1 백화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현재 내부와 외관·층고·주차장 등 세부 리뉴얼 사항을 검토 중이다. 홍콩의 력셔리유통기업인 조이스그룹 출신이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총괄 지휘를 맡아 내년쯤 공사에 들어간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연매출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반포동)의 2조4000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롯데백화점 강남점. [사진 롯데백화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롯데백화점 강남점. [사진 롯데백화점]

정준호 대표는 “새로운 강남점은 젊고 트렌디한 제품을 선호하되 보여주기식 소비가 아니라 나에게 의미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갤러리아 명품관보다 감성적으로 한 단계 위인, 호텔로 치면 6성급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또한 명품 브랜드 유치·협업 활성화, 남성관·식품관 강화 등을 통해 모든 상품을 다루는 ‘100화점’이 아닌 차별화가 뚜렷한 ‘30~50화점’을 지향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내부에선 힘든데 남들은 모르는 작은 변화가 아닌, 주변에서 알아차릴 만한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좋은 조직문화 위에 뚜렷한 전략을 세워 상품과 서비스로 인정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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