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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선 '명태'값 폭등…우크라 침공, 한국인 밥상도 덮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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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물가 불안이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 불붙은 기름값이 물가 과열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먹거리 가격까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는 곧 집안 밥상까지 들이닥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며 서민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져만 가고 있다.

우크라 사태에 명태 가격 급등세

이달부터 먹거리 물가에 반영될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곡물·육류 등 세계 주요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전달보다 3.9% 상승한 140.7포인트(2014~2016년 평균=100)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4.1% 상승한 수치다.

상승하는 먹거리 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상승하는 먹거리 가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국제 곡물 가격이 전월 대비 3% 상승했다. 밀의 경우 흑해 지역의 주요 밀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선반영되면서 가격이 뛰었다. 국제유가가 3,~4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것처럼, 국제 곡물 가격도 순차적으로 국내 가공식품과 사료 등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어지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이 원재료·인건비·물류비 등의 복합적 상승에 따른 것이라면, 이달부터는 본격적인 원재료 발(發)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와중에 남미 지역에는 라니냐 현상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며 수확과 파종이 지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브라질 등의 옥수수 작황이 특히 부진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 곡물 가격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업계 재고와 계약 등 원료 수급 상황을 매일 점검하는 등 업계 애로 사항을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벌써 가격에 이상 신호를 보이는 수입 먹거리도 있다. 소비량의 대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명태가 대표적이다. 2월 넷째 주(2월 20일~26일) 서울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에서 판매된 러시아산 냉동 명태 10마리는 평균 4만9500원에 낙찰됐는데, 3월 첫째 주(2월 27일~3월 5일)에는 5만원을 넘겨 평균 5만1500원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대게, 러시아 경유 항공편으로 수입하는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50년 만의 최악 가뭄도 영향

둘째로,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먹거리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마늘·양파 등의 월동 작물 출하에는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양파 생산량이 전년 대비 9.5%, 평년 대비 12.1%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3~4월 출하하는 조생종은 재배 면적이 전년보다 1.2% 늘었는데도 가뭄으로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KREI는 또 1분기 감자·배추·무 등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강릉 지역 곳곳에 산불이 이어지는 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옥골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강릉 지역 곳곳에 산불이 이어지는 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옥골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건조한 날씨 때문에 전국 곳곳에 대형 산불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큰 산불이 났던 이후에는 고물가가 뒤따라 나타났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인 2001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전년(2.3%)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신선식품 지수(장바구니 물가)가 7.2%로 전년(-2.0%) 급반등했다. 앞서 산림청은 “50년 만에 최악의 겨울 가뭄으로 산불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올 것 같다”고 밝혔다.

방역 완화에 물가 상승 불가피

마지막으로 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는 외식 가격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앞서 5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로 1시간 연장했다.

지난달 외식 물가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07.39로 1년 전보다 6.2%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2월(6.4%) 이후 13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 보이는 음식점 전광판. 뉴스1

지난달 외식 물가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07.39로 1년 전보다 6.2%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2월(6.4%) 이후 13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의 한 거리에 보이는 음식점 전광판. 뉴스1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며 강화된 방역 수칙을 적용했던 지난 2월에도 외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2.0%)보다 1.1%포인트 상향 조정한 3.1%로 제시하면서 “짧은 기간에 물가 상승 확산 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이 확대된 점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2%다.

전문가는 먹거리 물가 상승이 서민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가 선별적인 재정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금리를 올리는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부는 돈을 풀고 있어 물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을 최소화하되, 물가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소득 지원을 제공하는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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