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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유권자 "투표는 축제"…'16세에도 투표권' 찬반 이유 보니

중앙일보

입력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대전시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만 18세인 충남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투표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대전시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만 18세인 충남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투표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3월 9일 20대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복 입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만 18세부터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2004년 3월 10일 이전에 출생한 중·고등학생 유권자들도 상당수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서울 중구의 사전투표장에서 만난 박모(18)군은 “친구들이랑 약속하고 같이 왔다”며 “학생들도 각자 원하는 나라가 있으니까, 그 모습을 가장 비슷하게 만들 것 같은 후보에게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18~19세 유권자 98만명…학생은 11만명

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기준으로 20대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학생은 11만2932명이다. 중·고교생 중 2004년 3월 10일 이전에 출생한 학생 수를 계산했으며, 대부분은 고3 학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공표한 20대 대선의 만 18~19세 유권자 수가 98만명인 것과 비교해 약 1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숫자다.

선거 참여율도 높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1대 총선의 만 18세 유권자 투표율은 67.4%로 유권자 평균(66.5%)보다 높았다. 고등학생 강모(18·서울 성동구)군은 “어리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관심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라며 “다들 선거에 익숙하고, 정치 참여 위해 촛불도 들어봤고, 이런 큰 투표는 축제처럼 여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3 표심 잡아라" 특별히 공 들여 

21대 총선 연령대별 투표율 [선관위]

21대 총선 연령대별 투표율 [선관위]

각 정당들도 이번 대선에서 특히 학생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 만 18세 학생들을 선거캠프에 참여시켜 다른 학생들의 투표 독려를 이끌어내는 식이다.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 울산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는 고3 진학을 앞둔 정윤서(18)군이 출정선언문을 낭독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광주선대위는 고3 수험생이었던 남진희씨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도 당시 고3이었던 김민규씨의 연설이 화제가 됐다. 고등학생 강군은 “아무래도 국회의원같은 어른 정치인들의 연설보다는 더 주목하게 되고, 친구들 사이에서 회자가 많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 연령 16세로 낮춰야" 법안 발의도

학생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선거 연령을 만 18세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사퇴하기 전 안철수 후보는 지난 1월 자신의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18대, 20대 국회 당시에도 18세에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을 했다”며 “나아가 17세까지 투표권을 갖는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청소년단체를 중심으로 오는 6월 진행될 교육가 선거에서 만 16세부터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각 지역 YMCA, 청소년연합회 등은 ‘청소년 참정권 확대’ 출범식을 열고 만 18세 이상인 참정권을 교육감 선거에 한해 만 16세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주YMCA 관계자는 “18세 미만 청소년들도 교육정책이나 학교 운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임에도 여전히 교육감 선거를 참여할 수 없는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교육감 선거권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정당 가입 연령도 16세로 낮아졌지만 참정권의 핵심인 선거권은 여전히 18세 이상에게만 주어지고 있다”며 “청소년에게 직접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감 선거에서는 청소년 참정권의 핵심인 선거권이 주어지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투표만 정치참여 아니다"…"편가르기 정치 학교로 올 것" 우려

청소년참정권확대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발대식 기자회견에서 교육감 선거연령 16세 하향, 청소년 모의투표 법제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참정권확대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발대식 기자회견에서 교육감 선거연령 16세 하향, 청소년 모의투표 법제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유권자의 선거권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학생의 정치 참여 방법을 투표로만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좁은 시각”이라며 “주변 지역사회에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개선책을 찾을 수 있을지 토론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정치 참여 교육과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투표권이 확대되면 편 가르기와 갈등이 만연한 기성 정치가 학교 현장으로 그대로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교사들의 정치 교육 편향성 문제나 학생들의 정치 활동에 대한 제도적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권 하향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더 많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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