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3/07/2c833d3c-0c6e-4c6c-beab-306bd868d3fb.jpg)
도심에서 바라본 청와대 전경. [뉴스1]
청와대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과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납세자연맹이 2018년 “국가 예산으로 대통령과 영부인 의상 비용이 지급됐는지, 청와대 장차관 회의에서 제공된 도시락 가격이 얼마인지 알고 싶다”며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청와대는 “국가 안전보장, 국방, 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국가 중대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의전 비용(의상·액세서리·구두 등)을 두고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한다”고만 했고 장차관 워크숍 도시락 가격과 업체 정보에 대해선 “공개되면 경호 문제로 인해 국가 안보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필요 최소한 수준의 의상비’는 얼마며, 도시락 정보와 국가 안보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해괴한 이유였다.
결국 3년여 만인 지난달 법원이 “국가 이익을 해할 우려나 공무집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없다”며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특수활동비 일부는 비공개토록 하면서다. 이 정도라면 청와대가 수용해야 했다. 하지만 ‘공익’ 등 군색한 이유를 들어 불복했다.
2017년 환경부가 정보공개 소송에서 패소하자 “(판결에) 그대로 따르면 되지 왜 항소하느냐”고 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문 대통령이었다. 전 정권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것도 현 정부였다. 이로 인해 전직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 세 명이 감옥에 갔다.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과 관련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1심의 공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방한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도대체 왜 항소했으며, 항소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물론 청와대도 항소할 순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항소는 사실상 정보공개를 막겠다는 의도란 점에서 나쁘다. 2심 결과가 문 대통령 퇴임 후에 나올 가능성이 큰데, 그때 쯤이면 이들 자료가 대통령기록물이 돼 최장 30년까지 열람·공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미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기록물이 될 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며 제정한 대통령기록물 관련 법을 ‘노무현 친구’라는 문 대통령이 악용하는 셈이다. 도대체 왜 감추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