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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짜리 ‘더 배트맨’…요즘 영화 왜 길어졌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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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더 배트맨

더 배트맨

영화 ‘더 배트맨’(감독 맷 리브스)이 41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1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지 닷새 만이다.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36)이 탄생 83주년을 맞은 박쥐의 망토를 새롭게 물려받았다.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배트맨’은 1일 오전 실시간 예매율 70%대로, 11만 장 넘게 예매됐다. 코로나19를 고려하면 DC코믹스 터줏대감인 배트맨의 자존심을 지킨 세대교체다.

‘더 배트맨’이 경쟁사 마블 코믹스의 막내 스파이더맨의 최신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지난 겨울에 거둔 ‘팬데믹 이후 최고 흥행성적(관객 752만)’을 누를지는 미지수다. 슈퍼 히어로 액션보다 세태 풍자적인 탐정 누아르 분위기가 강한 데에 호불호가 갈려서다.

‘더 배트맨’은 애초부터 배트맨·슈퍼맨·원더우먼·아쿠아맨 등 DC 수퍼 히어로들이 뭉친 ‘저스티스 리그’ 세계관(DCEU)과 별개로 제작했다. 배트맨은 1939년 DC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이래 개성 강한 감독들의 재해석이 빛난 캐릭터다. 팀 버튼과 크리스토퍼 놀런에 이어 ‘혹성탈출’ ‘클로버필드’ 시리즈의 맷 리브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극중 가상도시 고담엔 연쇄 살인마, 부패 정치권과 경찰, 마피아 범죄, 폭동과 약탈 등 미국의 어두운 면을 불어넣었다. 어릴 적 괴한에게 부모를 잃은 배트맨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 하는 거친 모습, 불완전한 수트·무기 등 시행착오를 부각했다.

기존 배트맨과 차별화엔 성공했지만, 액션의 쾌감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메가박스 예매앱 실관람평에도 “인간적인 배트맨” “분위기와 사운드로 압도하는 웅장함” “현실적이고 새롭다” 같은 호평과, “늘어진다” “‘다크 나이트’(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가 명작이었다” 등 아쉬운 반응이 엇갈린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언론·평단 신선도는 5일 기준 85%. ‘배트맨’ 극장판 실사영화론 조커 역의 히스 레저가 코믹스 캐릭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남우조연상)을 받은 ‘다크 나이트’(2008)의 94%, 후속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의 87%에 이어 세 번째다.

상영시간 길어지는 할리우드 대작들

상영시간 길어지는 할리우드 대작들

긍정 리뷰에도 “너무 길다”(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더 배트맨’ 상영시간은 176분으로, 공개 전부터 기존 기록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164분)를 제친 최장 ‘배트맨’ 영화로 화제였다. 역대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 최장인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181분)과 단 5분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앞서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도 148분이다.

긴 상영시간이 최근 할리우드 대작들의 추세란 분석도 나온다. 미 영화잡지 ‘버라이어티’는 ‘왜 요즘 영화들은 이렇게 길까?’란 기사에서 배트맨·스파이더맨 신작과 함께 지난해 개봉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듄’(155분), 마동석의 마블 히어로 진출작 ‘이터널스’(155분) 등을 꼽았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은퇴 작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상영시간 163분으로 “소변 볼 시간도 없다(No Time to Pee)”(인디펜던트)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거장들도 가세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난해 152분짜리 중세 사극 액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 이어, 올해 158분짜리 ‘하우스 오브 구찌’를 선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156분이다.

‘버라이어티’는 이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벤허’(1959) ‘십계’(1956) 등 4시간 가까운 대작이 줄을 잇던 시기와 비교했다. TV와 경쟁하기 위해 “힘들게 번 돈을 영화관에 지불할 가치가 있는 몰입형 스토리텔링”을 내놓던 전략이 최근 온라인 스트리밍(OTT)이 급부상하자 재부상했다는 의미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스타워즈’ 시리즈 등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효과에 거액을 쏟은 SF·판타지 블록버스터의 경우 스펙터클을 과시하려고 상영시간이 길었는데, 최근 할리우드 텐트폴(대작) 영화가 이런 경향을 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속편을 염두에 두고 독특한 세계관을 쌓아가는 시리즈물 제작이 활발해진 것도 상영시간이 길어진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시간 제약이 없는 OTT 전용 작품들도 평균 상영시간을 끌어올렸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은 209분, HBO맥스가 출시한 감독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242분이다.

상영시간이 길어야 작품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할리우드의 오랜 믿음도 한몫한다. 미 영화 평론가 피터 트래비스는 인터넷 매체 ‘비지니스인사이더’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상영시간 2시간 미만 영화는 오스카 시즌에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할 정도”라고 전했다.

아카데미 역대 최다 11개 부문을 석권한 ‘타이타닉’은 상영시간이 194분이었다. 오는 27일(현지시간)에 열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 10편 중 ‘벨파스트’(98분)와 ‘코다’(111분)를 빼면 모두 2시간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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