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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마른장작'이었다, 여의도 49개 태운 역대급 산불 원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울진 두천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로 주택 59동이 전소하고 29동이 일부 소실됐다. 이재민과 대피자가 1681명에 달한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역대 2번째 큰 산불이다. 이번 산불이 여의도 49개 규모(1만4222ha)에 이를 만큼 크게 번진 배경에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강수량이 있다. 일각에서는 산불이 점점 대형화하는 것이 기후위기 재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산불은 유난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모두 245건. 최근 3년 평균 135건보다 87.7% 높은 수치다.

경북 울진군 산불 사흘째인 6일 오전 울진군 북면 두천리 마을 뒷산에 불이 붙어 주변으로 번지자 산림 당국이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뉴스1

경북 울진군 산불 사흘째인 6일 오전 울진군 북면 두천리 마을 뒷산에 불이 붙어 주변으로 번지자 산림 당국이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뉴스1

겨울 강수량 13.3㎜…역대 최저

최근 10년 간 겨울철 강수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최근 10년 간 겨울철 강수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상청은 산불이 잦은 이유로 전국이 건조한 '겨울 가뭄'을 꼽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수량은 13.3㎜다. 1973년 관측 이래 최저치이면서, 평년(89.0㎜)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강수량이 적었던 건 우리나라 남쪽에서 수증기가 평소보다 적게 국내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통상 겨울엔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내려오는 찬 바람과 남쪽 저기압이 몰고 오는 수증기가 만나며 비구름을 형성한다. 하지만 올 겨울엔 국내 상공에 이동성 고기압이 머무는 날이 많았고, 이로 인해 남쪽의 수증기가 국내로 많이 진입하지 못했다.

강하게 분 건조한 바람도 산불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겨우내 차가운 북서풍이 꾸준히 남하하면서 산맥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마재준 기상청 통보관은 "울진 화재가 발생 초기인 4~5일엔 한반도 북쪽에 저기압이 있어 순간적으로 초속 20m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 작은 불씨가 대형화재로 쉽게 번질 수 있는 게 올겨울 우리나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 2리의 주택들이 울진·삼척산불로 잿더미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 2리의 주택들이 울진·삼척산불로 잿더미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한편 울진·삼척 지역의 산림 구성도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울진, 삼척, 봉화가 만나는 산림지역은 국내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이다. 산불이 나면 솔잎이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형 산불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결론은 아직…'대형화'엔 주목

한편 기후·환경 단체에선 이번 산불이 '기후재난'이란 주장이 나왔다. 환경단체들의 연합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산불의 이름은 기후재난입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6일 녹색연합 역시 "울진·삼척 산불은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적설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발생했다. 이는 기후위기 재난이다"라고 했다.

2011~2020년 산불 발생 건수 및 피해 면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11~2020년 산불 발생 건수 및 피해 면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기상청은 올 한 해의 자료만 가지고 기후변화의 증거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가 낮게 나타나는 라니냐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상 라니냐 현상은 전 지구적 기압계를 바꾸어 각 지역의 강수량을 일시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현상일 가능성은 있다. 다만 올해 자료만 가지고 단정 짓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6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특보 현황. 자료 기상청

6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특보 현황. 자료 기상청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형산불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충국 기후변화연구원 센터장은 "매년 산불이 나고 있어서 올해 산불만을 기후변화 증거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론 기후변화가 대형산불을 부추길 확률이 높은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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