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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러고 살아?" 이말 보란듯 폭발…이선희 놀래킨 그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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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2' 가수 신유미 인터뷰 #"꼴찌를 해도 저는 지난날의 저보다 나은 사람"

"'아직도 그러고 살아?' '도대체 왜 가수는 하려는 거야', 이런 얘기까지 들었거든요. 탈락하더라도 '싱어게인' 같은 큰 무대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지난날의 나보다는 훨씬 나은 사람인 거라고 생각했어요."

싱어게인2 최종 6위에 오른 가수 신유미는 "아 몰라 그냥 하자, 인생은 도전하는 자의 것, 저스트 두잇!을 새기고 산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싱어게인2 최종 6위에 오른 가수 신유미는 "아 몰라 그냥 하자, 인생은 도전하는 자의 것, 저스트 두잇!을 새기고 산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노래는 끝났어도 여운은 남는다. 단순히 최고의 가수를 뽑는 게 아니라 출연자 하나하나의 인생을 읽은 느낌이어선지도 모른다. 지난 2일 만난 '파란 마녀' 신유미(35)는 아직도 왁자지껄했던 무대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드디어 끝났나 싶고 시원섭섭하면서도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 인생에 한 획을 그은 다채롭고 재미있는 성장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싱어게인 시즌 2-무명가수전'의 첫 방송부터 안방극장을 휘어잡았다.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익 댓(How you like that)'을 자신의 보컬 스타일에 맞게 직접 편곡한 강렬한 퍼포먼스로 무명 가수 31호를 각인시켰다. 특히 노래 마지막 부분은 10초 넘게 쉼 없이 이어 불러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분당 최고시청률 8.5%, 이 무대의 유튜브 조회수를 합치면 800만에 육박한다. 파란 마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달 28일 최종라운드에서 최종 6위에 그쳤지만 여러모로 대비되는 '빨간 마녀' 나겸(34호, 탑10)과 뚜렷한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시즌 내내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가수 신유미' 첫 무대 3·1절 기념식… 영부인 "가수가 된 것 축하"

'싱어게인 2' 가 끝난 바로 다음날 신유미는 3.1절 기념식 무대에서 '대한이 살았다'를 불렀다. 김정숙 여사가 "가수가 된 걸 축하드린다"고 말했다고 했다. KTV 유튜브 캡쳐

'싱어게인 2' 가 끝난 바로 다음날 신유미는 3.1절 기념식 무대에서 '대한이 살았다'를 불렀다. 김정숙 여사가 "가수가 된 걸 축하드린다"고 말했다고 했다. KTV 유튜브 캡쳐

무엇보다 빼어난 실력과 인지도까지 갖췄지만 합당한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이 시대 청춘들이 겪는 보편적인 아픔을 건드려 지지를 받았다. 그런 심정은 첫 무대 본인 소개 문구에서 드러났다. '나는 가수가 되고 싶은 가수다.' 이미 가수인데도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니 가수라 부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심정은 탑10을 결정짓는 4라운드에서 폭발했다. '그건 너'를 불러 '올 어게인'을 받은 뒤, 이선희 심사위원이 “그냥 태생부터 앞에 있어야 할 사람인데 왜 뒤에 있었는지, 왜 보컬 트레인만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무대 서는 것만으로 존재감이 있다”고 말하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먹이면서다. "(가수로)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적이 없었고, 그런데 생계는 유지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보컬트레이너를) 시작한 거였다"며 "제가 항상 보며 따라 했던 분이 이런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시는 게 너무나 큰 지지가 되고,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31호 가수'로 시작해 '파란 마녀'라는 별명을 얻은 끝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가수 신유미의 첫 무대는 뜻밖에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하는 자리였다. 지난 1일 서울 통일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매드클라운, 헤리티지 합창단과 함께 '대한이 살았다'를 불렀다. "경연 중간에 기획사를 통해 섭외 연락이 왔는데, 행사 전날 아무런 사전 준비를 할 수 없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다"면서 "뜻깊은 자리에서 노래를 불러 영광이었고, 영부인이 '가수가 돼서 축하드린다'고 인사해 주시더라"고 했다.

'보컬 선생님'으로 얼굴 알려졌지만 "체면 중요하지 않았다"

JTBC 싱어게인 출연 가수 신유미. 얼굴이 알려진 채 '싱어게인'에 출연하는 데에 부담은 없었고 "무대 걱정, 떨까봐 걱정만 했다"고 했다. 이날 입은 의상은 스타일리스트가 세팅했지만, 신유미가 직접 스타일링했던 '싱어게인' 무대 의상들과 거의 비슷한 스타일이다. 신유미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권혁재 기자

JTBC 싱어게인 출연 가수 신유미. 얼굴이 알려진 채 '싱어게인'에 출연하는 데에 부담은 없었고 "무대 걱정, 떨까봐 걱정만 했다"고 했다. 이날 입은 의상은 스타일리스트가 세팅했지만, 신유미가 직접 스타일링했던 '싱어게인' 무대 의상들과 거의 비슷한 스타일이다. 신유미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권혁재 기자

알려진 대로 신유미는 업계에서는 베테랑 보컬 트레이너다. YG, JYP 등에서 10년 넘게 연습생들과 가수들을 가르쳤다.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보컬 선생님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싱어게인2' 출연자들이 처음 만나는 대면식 날, 신유미를 본 참가자들이 술렁일 정도였다. 신유미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많아서 살짝 긴장했다가, '다 나 같은 사람들이구나' 하니까 괜찮아졌다. 잃을 걸 생각하거나 체면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선생님으로서 체면 떨어질까 봐 도전하지 않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걱정했던 건 "무대가 별로일까 봐, 긴장할까 봐"였다는 것이다.

블핑 노래로 첫 무대… 로제 "쌤 이거 안 했으면 어떡할 뻔했어요"

싱어게인2에 출연한 신유미는 1라운드에서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익 댓'을 부르고 '올 어게인'을 받아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심사위원 선미의 평에서 '파란 마녀' 별명이 생겼다. 사진 JTBC

싱어게인2에 출연한 신유미는 1라운드에서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익 댓'을 부르고 '올 어게인'을 받아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심사위원 선미의 평에서 '파란 마녀' 별명이 생겼다. 사진 JTBC

하지만 어릴 땐 음악을 업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학창시절 "교실 뒤쪽에서 노래 부르고 노는 학생이었는데, 친구들이 '노래 잘하니 동네 대회에 나가봐라'해서 노래 경연대회에 나간" 게 시작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거대한 목청'이라며 '거목'으로 불리다가 2006년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뒤 밴드 '리딤'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밴드 활동은 변변치 않고 가세가 기울면서 맏딸인 터라 스물세 살부터 보컬 레슨을 시작했다. 동네 학원에서 출발해 JYP·YG의 보컬트레이너까지 거치며 트레이너로 자리를 잡았다.

첫 무대에서 불렀던 '하우 유 라익 댓'은 실은 제자의 노래다. YG에서 6년 가까이 블랭핑크를 보컬 레슨 했기 때문이다. "제자의 노래를 부르며. 선생님에서 가수로 다시 시작하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의미가 큰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이 나가자마자 로제가 '너무너무 좋았다, 쌤 이거 안 했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요' 하고 연락해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약해 보이지 않으려 해도 이선희 말엔 무장해제, 울 수밖에 없어"

이선희 심사위원은 신유미의 '그건 너' 무대를 보고 "태생부터 앞에 서야 될 사람인데, 왜 뒤에 있었는지, 보컬 트레인만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존재감이 있다"고 극찬했다. 신유미는 "이선희 심사위원의 말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고 말했다. JTBC 캡쳐

이선희 심사위원은 신유미의 '그건 너' 무대를 보고 "태생부터 앞에 서야 될 사람인데, 왜 뒤에 있었는지, 보컬 트레인만 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존재감이 있다"고 극찬했다. 신유미는 "이선희 심사위원의 말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고 말했다. JTBC 캡쳐

"동그란 얼굴, 작은 키에 어려 보이는 외모는 늘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대학생 때도 화장 안 하고 맥주 사러 가면 초등학생이냐고 할 정도로 만만해 보이는 애였다." 그래서 터득한 처세술이 '강해 보이고 멋져 보이는 사람이 되자'였다"고 했다.

"그렇게 감추고 포장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선희 심사위원처럼 '가수 중에 가수'인 분이 '가수를 왜 안 했어'라고 말해주시면… 아무리 강하게 단련해온 나라도 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어릴 때 노래 부르는 것 좋아하는 신유미로 돌아갈 수밖에 없도록 무장해제시키는 말이었다"고 어렵게 문장을 이어나갔다.

신유미는 "이선희 심사위원은 늘 저 보라는 듯 '어게인' 버튼을 쾅! 눌러주시는데 무대에서는 그게 '너, 내가 응원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JTBC 캡쳐

신유미는 "이선희 심사위원은 늘 저 보라는 듯 '어게인' 버튼을 쾅! 눌러주시는데 무대에서는 그게 '너, 내가 응원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JTBC 캡쳐

"아직도 가끔 샤워하다가 그 말을 떠올리면 운다"며 "이선희 심사위원님은 항상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시고, '어게인' 버튼을 누를 때도 저 보라는 듯 쾅! 눌러주시는데 그게 무대에서 보면 '너, 내가 응원해!' 하는 큰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눈에 뭐가 담기지 않은 삶… 그것보단 나아요"

JTBC 싱어게인 출연 가수 신유미. 권혁재 기자

JTBC 싱어게인 출연 가수 신유미. 권혁재 기자

신유미는 보컬트레이너로 잘 나갔지만 "자꾸 '내 음악'이 그리웠다. 꿈꾸지 않는 사람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는데,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눈에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프로듀스 보컬 선생님 신유미를 보고 팬이 된 사람들이 "유미쌤 노래 듣고 싶어요" 하는 말에 힘을 얻어 유튜브도 시작했다. 2017년 첫 디지털 싱글 음원을 냈고, 2019년엔 윤상과 함께 작업한 정규 앨범도 냈다. 이번 '싱어게인' 무대에 올린 곡도 모두 직접 편곡했다.

'싱어게인'서 만난 30대 여성 가수들, "앞으로 내가 보고 가야 할 사람들, 위안" 

싱어게인2에서 파란마녀vs빨간마녀 구도로 화제를 모은 신유미(왼쪽)과 나겸은 실제로도 절친이 됐다. JTBC 캡쳐

싱어게인2에서 파란마녀vs빨간마녀 구도로 화제를 모은 신유미(왼쪽)과 나겸은 실제로도 절친이 됐다. JTBC 캡쳐

'싱어게인' 시즌 2의 73명 참가자 중 36명이 여성이었고, 최종 톱 6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신유미는 "30대 여성가수는 음악을 포기하거나, 이미 유명 가수가 돼서 걱정이 없거나 둘 중 하나"라며 "앞으로 내가 보고 가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됐다. 여기서 못 만났으면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만났겠나"고 말했다.

'마녀'와 '히피' 같은 뮤지션

그는 축하의 인사 중 싱어게인 전부터 응원해주던 팬들의 인사와, '너를 보고 도전하게 됐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유미야 너 보고 나 공인중개사 시험 본다'고 전해왔다. 신유미는 "30대가 도전하는 게 굉장히 멋있는 일이구나, 생각했대요. 누군가에게 힘, 응원이 될 수 있는 무대라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신유미는 "사람 신유미는 마녀도 아니고, 수트 입은 멋진 커리어우먼도 아니고 집에서 소파에 누워 TV 보는 애"라면서도 "음악이 주문같이 들리게 하는 마녀 같은 뮤지션, 정해진 프레임을 넘어서서 독립하고 대항하는 자유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히피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싱어게인2' 경연 과정에서도 음악으로는 '마녀'를, 의상으로는 '히피'를 나타냈다고 했다.

곡 선정, 편곡, 메이크업, 의상까지 모두 혼자 다 완벽하게 준비했던 그는 "원래 고민이 많은 편"이라며 "명명식 직전에 무대 뒤에서 연습하는 사람은 저와 김기태(1위)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대신에 "인생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저스트 두잇!"이라는 말을 새기며 산다고 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할 때는 '하자!'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시즌1 우승자 이승윤님처럼, 눈치 안 보고 내 것을 하며 자기 삶을 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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