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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다리'가 투표함…"표 빼돌리나" 불신 자초한 선관위 부실관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일 끝난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미숙한 투표소 관리로 혼란을 초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부정 선거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3·9 대선의 신뢰성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연합뉴스

‘확진자 투표 부실 관리’ 목격담 속출

6일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관위의 투표 관리 부실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전날 오후 5~6시에 진행된 확진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받았다’거나 ‘밀봉되지 않은 종이박스와 비닐봉지를 투표함으로 쓰고 있다’는 등의 목격담이 속출하면서다.

확진자가 기표한 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는 게 아니라 참관인 등 투표소 관계자들이 용지를 한데 모은 다음 투표함에 넣는 ‘임시 기표소’ 방식이 화근이 됐다. ‘선거인은 기표 후 용지를 참관인 앞에서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157조 4항을 위반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확진자 사전투표를 한 A씨(34)는 “기표한 용지를 투표함에 못 넣게 하는 건 확진자를 차별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선관위가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모으면서 종이박스 등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선거법상 투표소 1개당 1개의 투표함만 설치할 수 있어 불가피한 조치였다 해도 임시투표함이 지나치게 부실했다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에서 확진자 투표를 마친 한 주민은 “다른 박스와 전혀 구별이 안 되는 종이박스에 투표용지를 넣으라고 해 내 표가 제대로 가는 건지 미심쩍었다”고 했다.

투표소당 인력과 비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조처였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참정권도 중요하지만, 방역이라는 국민의 건강권도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도 “사전투표에 확진자가 이렇게까지 몰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지난 5일 오후 5시쯤 서울시 중랑구 확진자 사전투표 임시 기표소에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 독자제공

지난 5일 오후 5시쯤 서울시 중랑구 확진자 사전투표 임시 기표소에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 독자제공

부정 선거 의혹도 커져

투표 관리 부실 논란은 부정 선거에 대한 우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투표소 관계자가 중간에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대대적인 부정 선거가 발생하긴 어렵겠지만, 참관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몇 표 정도는 빼돌릴 수 있을 정도로 관리가 엉망인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선관위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임시 기표소 투표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없다”며 “선거일에는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부정 선거와는 무관하다 해도 선관위가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일을 부정 선거 의혹으로까지 전개하는 건 과도한 반응으로 보인다”면서도 “투표 관리 부실이 이슈가 되고, 유권자로부터 의심 어린 눈초리를 받는 상황에 대해 선관위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6일 사이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확진자는 오는 9일 방역 당국의 허가를 받아 오후 6시~7시 30분까지 투표장에 도착하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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