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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3km 앞까지 덮친 산불, 바닷물 끌어다 물대포로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경북 울진군 산불로 한울원전 주변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지난 4일 경북 울진군 산불로 한울원전 주변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경북소방본부]

경북 울진군에서 지난 4일 발생한 산불이 한때 한울원전 인근까지 번졌지만, 피해 없이 대부분 진화됐다.

6일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소방당국이 울진군 한울원전 주변 잔불을 정리 중이다. 한울원전 관계자는 “이번 산불로 원전에는 피해가 없으며, 울진원전은 자체 방재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화재로부터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재 울진군 내 산불 확산으로 한울원전은 1~5호기의 출력을 50%까지 낮춰 운전하고 있다. 6호기는 정비 중이다. 한울원전 관계자는 “산불로 인한 발전소 피해는 없지만, 인근 송전망이 불에 타는 등 문제가 생기면 원전에 무리가 갈 것을 대비해 출력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전력예비율에 여유가 있어 한울원전 출력을 낮춰도 전력 수급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협력해 진화 작업을 포함한 각종 대비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산림청 산불진화헬기들이 한수원(주) 한울원자력본부 쪽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오후 산림청 산불진화헬기들이 한수원(주) 한울원자력본부 쪽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뉴스1

앞서 4일 오전 11시17분쯤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 발생 지점과 한울원전은 직선거리로 11㎞정도 떨어져 있었다. 특히 산불이 7번 국도를 넘어 해안가 한울원전 방향으로 향했고, 원전 3~4km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원전 주변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당시 한울원전 홍보관과 사무실 등은 안전정비를 한 뒤 2시간가량 관계자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즉시 한울원전에 고성능화학차 등 소방차 24대를 배치했다. 한울원자력본부의 요청에 따라 울산 119화학구조센터에서 대용량 방사포시스템도 왔다. 대용량 방사포시스템은 불이 났을 때 멀리서도 불을 쉽게 끌 수 있는 물대포다. 지름 30㎝의 대형 소방호스가 최대 2㎞ 떨어진 바다까지 연결돼 바닷물을 끌어다 불이 난 곳에 뿌린다. 1분에 7만5000ℓ의 소방용수를 110m까지 쏜다. 대형 소방차 26대가 동시에 뿌리는 양이다. 지난해 말 전국에서 처음으로 울산에 도입됐다.

산림당국도 한울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확산차단제(액상형 지연제)를 뿌렸다. 산불 지연제는 산림에 지연제를 살포해 산불확산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진화제다. 물과 약 12%를 희석해 사용한다. 산림청은 초대형헬기를 긴급히 투입해 산불지연제를 산불이 확산하는 방향에 집중적으로 투하했다.

소방 관계자는 “원전 주변까지 불씨가 날아들었으나 소방과 자체 진화대가 대응해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완벽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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