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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포격에 원전 450m 앞 시뻘건 불길…"핵 재앙 겨우 피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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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은총으로 간밤에 세계는 핵 재앙을 가까스로 피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과 관련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아 원전 상황을 찍은 영상 중 한 장면. 조명탄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자포리아 원전 상황을 찍은 영상 중 한 장면. 조명탄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겨냥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던 건물과 원자로와의 거리가 450m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이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단일 단지로는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을 교전 끝에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원자로 1호기에서 원자로 보호 구조물인 격납 건물이 일부 훼손됐다. 또 원전 단지 바깥 5층짜리 교육 훈련용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형 원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 문제를 다룬 4일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 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 문제를 다룬 4일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 EPA=연합뉴스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는 950메가와트(㎿)급 VVER-1000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6기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 정도를 담당한다. NYT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화재가 발생한 건물과 원자로간의 거리가 450m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화재와 원자로 격실 파손 등 일부 손상에도 원자로 자체에는 영향이 없었고, 방사능 수치도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고 보고되지 않은 손상이 있을 수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자포리자 지역의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지만, 원자로는 직원들의 통제 아래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 미국·영국·프랑스 등은 러시아를 비판하며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 대사는 “어젯밤 러시아의 공격은 유럽 최대 원전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15개 원자로를 위험하게 만들 추가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광기를 멈춰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버라 우드 주유엔 영국대사는 “한 국가가 가동 중인 원전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국제법과 제네바 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대사는 “우리는 원전에 대한 이번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모든 원자력 시설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을 제안했다.

바실리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수주의자나 테러단체가 현 상황을 이용해 핵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원전을 통제하고 지키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끼슬리쨔 대사는 러시아를 향해 “거짓을 퍼뜨리는 일을 그만 멈추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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