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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홍일의 반박불가

과거를 강요 말고 미래를 향한 질문을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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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이익집단 밥그릇에 대한 홍승일 강남언니 대표의 단상에 대해 디캠프 센터장 출신인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답글을 보내왔습니다.

지금 당장 배달・배송 앱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보자. 상상이나 될까? 반대로 10년 전으로 돌아가 이런 서비스를 내놓고 설득하는 창업자들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경험상 중국집에 전화해 주문하는 게 빠르고, 집 앞 단골 옷가게에 가서 입어보고 사는 게 마음 편한데 굳이 이런 서비스가 필요할까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어떻게 들리는가? 성형 등 비급여 의료에 대한 양질의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플랫폼. 이 역시 경험상 지인이 추천한 병원에서 시술 받는 게 마음 편하다고 생각할까. 혹은 시술 경험도 없고 고객이 될 생각도 없는데 내 마음대로 서비스를 평가하고 있을까.
최근 강남언니의 홍승일 대표가 의료법 위반 관련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강남언니는 2015년 환자(소비자)와 병원(공급자)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회원 가입만 260만명, 등록된 의사 수가 천명을 넘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미용 의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고객에게 인정받은 서비스가 대한의사협회의 주도로 정부로부터 외면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지난 2020년 여객자동차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 박재욱 VCNC대표 공판이 열린 서울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택시단체 관계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20년 여객자동차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 박재욱 VCNC대표 공판이 열린 서울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택시단체 관계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남언니와 2년 전 있었던 타다의 좌절은 우리 법률 체계의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만약 이들 기업이 우리나라가 아닌 영미법계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신사업의 태동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법으로 후행적 보완이 계속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기업의 서비스를 종료시키거나 징역형의 선고를 내리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법률 체계만의 문제일까? 어릴 때부터 “마음껏 해보라”라는 이야기보다는 “하지 말아라”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자란 동질 추구형 문화의 한계인가? 무언가 조금만 달라도 이지매와 왕따로 보편성, 동질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과연 새로운 문화와 혁신을 추구할 수 있을까?
한국의 오이를 아프리카에서 재배하면 도깨비방망이처럼 자란다는 스마트팜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도 지금의 초연결사회에서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모든 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코로나 19를 봐도 한국만의 영토적 규제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 과연 법조인 등 기성세대는 알고 있을까. 아마 영토 전속적이니 글로벌한 연결은 그들의 관심사 아닐 것이다.
매월 열리는 창업계 대표 프로그램인 디캠프의 데모데이도 가끔은 아주 근엄한 심사위원들이 오셔서 자기 경험과 의견을 강하게 말씀하신다. 내가 디캠프 센터장으로 재직할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본인의 경험은 과거의 것이고 발표자(창업자)는 당신의 경험과 전혀 상관없는 미래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미래를 향한 질문을 해달라”고 당부하지만 그분들은 대개 의견과 경험을 말씀하신다. 법 역시 마찬가지다. 법은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법정은 과거의 일을 판단하시는 곳이니 과거 지향적일 수밖에.
아일랜드 출신의 유명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고,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 고집을 부린다, 그래서 모든 혁신은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나는 세상을 진일보시키는 연결고리가 창업자에게 있다고 믿는다.
혁신, 창업가는 자발적 부적응자이며, 야성적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다. 이성적인 현실 세계 사람들과의 갈등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이성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들의 몸부림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의 현실 세상에 대한 비이성적인 도전이 없다면 이성적인 변호사와 법관들도 새로운 수임 사건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