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6일 앞두고 극적으로 성사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일화가 대선판을 막판까지 요동치게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 후보의 양강 대결로 좁혀진 승부는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는 소위 ‘깜깜이’ 기간으로 접어들었다. 양당도 단일화의 파급력과 4~5일 실시되는 사전투표율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후보와 안 대표의 단일화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인 3일 성사돼 효과를 상세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공표금지 기간 이전에 이뤄진 단일화를 가정한 여론조사를 통해 파급력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8일~이달 2일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 윤 후보로 단일화하면 윤 후보 47.4%, 이 후보 41.5%로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2.2%포인트) 밖인 5.9%포인트였다. 안 대표를 포함한 다자대결 시 윤 후보(43.7%), 이 후보(40.4%)의 격차인 3.3%포인트보다 소폭 더 벌어졌다. 흥미로운 건 안 후보의 지지층이 윤 후보(29.2%)보다는 이 후보(31.2%) 쪽으로 더 옮겨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격차는 다자대결 때 보다 더 벌어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단일화가 일종의 밴드웨건 효과(유력 후보에게 표가 더 쏠리는 현상)로 부동층 응답자의 선택을 자극했다고 봐야 한다”며 “윤 후보와 안 후보로 나뉘었던 정권교체 표심이 결합하면 전체 구도에선 윤 후보가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입소스·한국경제의 1~2일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윤 후보로 단일화 시 윤 후보 48.9%, 이 후보 42.8%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인 6.1%포인트 격차였고, 한국갤럽·머니투데이의 1~2일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윤 후보 42.5%, 이 후보 42.2%로 0.3%포인트 차 접전 양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단일화에 성공한 윤 후보가 대체로 박빙 우위를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지만, 일각에서는 윤 후보에게 마냥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단일화가 외려 이 후보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결집을 부를 수도 있다”며 “4일 오후 기준 호남 지역 사전투표율이 눈에 띄게 높은 점을 고려하면 윤 후보 측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일화 직후 안 후보 지지층 일각에서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는 점과 단일화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며 상승세였다는 점도 변수다.
4일 사전 투표율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을 웃돌았다. 정치권은 9일 본 투표 이후 드러날 지역·세대별 최종 투표율에 주목하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단순 투표율만으로는 특정 후보의 우위를 가늠할 수 없는 박빙 구도”라며 “결국 각 후보의 핵심 지지층과 지금까지 여론조사 수치에 잡히지 않았던 부동층의 투표율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