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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파일] 평화론과 안보론 이분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78호 31면

최익재 정치부문 기자

최익재 정치부문 기자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막판 경쟁이 뜨겁다.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가시 돋친 비난전을 펼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대북 정책에서 두 후보의 색깔 차는 극명하다. 이른바 이재명의 ‘평화론’과 윤석열의 ‘안보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 후보는 “싸울 필요가 없게 하는 평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윤 후보는 “힘을 통한 억지력이 평화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둘 다 논리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옳은 말이다. 그럼에도 두 후보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부각시키기에 바쁘다. 윤 후보는 평화론의 허약함을, 이 후보는 안보론의 불안함을 부풀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두 후보의 불꽃 대결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두 후보의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평화론이나 안보론이 실제 대북 관계에서 예상 밖의 결과를 낸 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 2002년 6월 29일은 한·일 월드컵 3·4위전(대한민국 대 터키)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 북한은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제2연평해전’을 일으켰다. 우리 고속정 참수리 357이 침몰하고 해군 6명이 전사, 19명이 부상했다. 가장 평화로워야 할 국제 스포츠 행사 기간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평화 분위기만으로는 결코 우리의 안보가 담보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국립대전현충원 서해수호 55용사묘역. 김성태 객원기자

국립대전현충원 서해수호 55용사묘역. 김성태 객원기자

#2. 2015년 8월 4일. 경기도 파주 남측 비무장지대(DMZ)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20대 초반의 우리 장병 2명이 각각 다리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북한의 목함지뢰 공격이었다. 남북은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고 북한은 ‘준전시 상태’까지 선포했다. 그러나 반전이 생겼다. 이후 열린 판문점 고위급 접촉을 통해서였다. 위기가 해소하고, 오히려 그해 10월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두 차례나 열렸다. 군사적 대결이 반드시 나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선례다.

#3.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당초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담은 합의가 성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회담은 결렬됐다. 이로 인해 한반도의 평화 시계는 뒤로 되돌려졌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변수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윤 두 후보가 주장하는 평화론과 안보론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사건은 이외에도 많다. 발생 원인은 주로 북한이 구사하는 외교 전략의 문법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국제질서를 존중하면서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우리의 외교술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2020년 6월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그해 10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도 그 케이스다. 한반도의 평화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또 다른 요소는 미국이 강력한 키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윤 두 후보는 지금도 자신만이 평화를 정착시킬 적임자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평화론과 안보론은 대선에 맞춘 편 가르기식 표심 자극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를 제시하는 평화론과 안보론, 그 어느 한쪽만으로는 한반도에 비핵화와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또 신임 대통령에게는 새로운 대북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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