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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시장 1조 시대]등록·구매 제한 없는 NFT아트, 10년간 100배 이상 커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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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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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플이 5000일간 올린 디지털 이미지를 모자이크한 NFT아트 작품 ‘매일: 첫 5000일’. [사진 크리스티]

비플이 5000일간 올린 디지털 이미지를 모자이크한 NFT아트 작품 ‘매일: 첫 5000일’. [사진 크리스티]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중동 최고의 국제 아트 페어 ‘아트 두바이’가 개최된다. 40개국 10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하는데, 특히 올해는 NFT아트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디지털 섹션 ‘아트 두바이 디지털’이 신설돼 이목이 집중된다. 오일 머니 파워를 실감한 전 세계 갤러리들이 앞다퉈 아트 두바이로 몰리고 있는 지금, 뜨거운 사막 위에 세워진 미술시장은 NFT아트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해 3월 11일 뉴욕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비플(Beeple)의 NFT아트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약 6930만 달러(약 840억원)에 팔렸다. 비플이 2007년부터 5000일간 올린 디지털 이미지(JPG 파일)를 모아 만든 모자이크·콜라주 작품으로 현시점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NFT아트 작품이다. 현존 작가의 작품 중 제프 쿤스의 ‘토끼’,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자화상’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경매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도대체 NFT아트가 뭐길래. NTF아트를 준비중인 갤러리더그레이스의 왕은혜 대표와 한국NFT공인인증원 김승일 대표의 도움말을 참조해 궁금증을 정리했다.

NFT란?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자산 인증서다. 고유의 주소(토큰)에 소유권, 저작권, 거래이력 등을 기록할 수 있어 무한정 ‘복붙’(복사+붙여넣기) 되더라도 원본 소유자를 쉽게 알 수 있다. 위조할 수 없고, 거래 정보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 투명한 거래가 필요한 게임·예술품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패션 명품 구매 시 필수인 진품 보증서를 가상세계에 등록하고 사고판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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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약 6억원)에 판매된 마리킴의 NFT아트 작품 ‘Missing and found’. [사진 피카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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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의 여러 분야 중 ‘아트(미술)’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희소성’을 중시하는 분야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전 세계에 수많은 복제품(레플리카)이 있지만 원본은 유일무이하다. 원본이냐, 아니냐에 따라 가치 차이도 크게 변하는 만큼 ‘진짜’를 식별할 수 있고, 복제가 불가능한 NFT의 장점과 맞물려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미술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점에서도 NFT아트는 주목할 만하다. 기존 미술시장이 소수의 부자 또는 경매사의 전유물이었다면, NFT아트는 저렴한 비용으로도 작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MZ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와 미술 컬렉션 대중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평론가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아 합리적인 가격대까지 형성돼 있는 중견작가의 작품이 주로 거래되는 기존 실물 미술시장과 달리 NFT아트는 신진작가, 일반인도 얼마든지 거래 플랫폼에 등록·판매할 수 있고 또 누구나 이를 구매할 수 있다.

또한 NFT아트는 투자를 통한 ‘아트테크’가 가능한 분야다. 기존 NFT 시장에서 활용하던 증명서가 단순 소유와 증명에 초점을 맞췄다면, NFT아트는 가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고 거래도 가능해서 재테크 수단의 기능도 한다. 미국 가상화폐 데이터 분석기관인 메사리는 향후 10년간 NFT아트 시장 규모가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의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 사이트. [사진 인터넷 캡처]

세계 최대의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 사이트. [사진 인터넷 캡처]

NFT아트는 어떻게 등록하나?
작품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스캔한 뒤 NFT 거래 플랫폼에 등록하면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NFT 거래 플랫폼으로는 ‘오픈씨(Opensea)’ ‘클립드롭스(Klip Drops)’ 등이 있다. 첫 등록비(가스비)로 작품당 5만~10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이 비용은 거래 플랫폼마다 차이가 커서 비교 후 등록하는 게 좋다. NFT에는 작품 소개, 소유자, 거래내역, 작품에 얽힌 이야기 등을 입력할 수 있어 누구나 정보를 확인한 뒤 쉽게 사고팔 수 있다.
NFT 거래는 코인으로?
NFT 거래를 반드시 가상화폐인 코인으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판매자가 달러 등 현물 거래를 원하면 이 역시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존하는 NFT아트 중 현금으로 거래된 사례는 아직 없다.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 카카오 계열사인 그라운드X에서도 이더리움·폴리곤·클레이튼 등의 코인을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다. 거래 수단이 가상화폐라는 점을 들어 NFT아트 시장에 ‘거품 논란’이 일기도 한다. NFT아트 시장에 대한 불신도 존재한다. 미술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키우려는 사람들에 의해 판이 만들어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NFT아트는 작품을 쪼개서 살 수 있다?
NFT아트는 실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미술 작품의 증명서(토큰)이기 때문에 증명서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공동 구매, 즉 조각 투자가 가능하다. 고가의 작품이거나 구매 수요가 많은 작품의 경우, 구역을 잘게 쪼갠 모서리 하나만 구매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소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혼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역작인 ‘모나리자’를 구매할 수 없지만 NFT아트 형태라면 1만원으로 모나리자 그림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다. 그래서 NFT아트 중에서도 조각 투자가 가능한 상품의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대도 저렴하다. 다만 분할 거래가 활발할수록 해당 NFT아트의 가격대는 천차만별로 변화할 수 있어 실제 가치를 분별하기는 어렵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NFT아트는 거리에서 감상한다?
기존 미술시장에선 거실·서재 등 나만의 공간에 걸어두고 감상하기 위해 작품을 소유했다면, NFT아트는 소유와 감상 모두를 디지털 세계에서 하게 된다. 작품을 벽에 걸어두고 보는 게 아니라 노트북·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감상한다.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붓 터치의 질감, 오묘한 색감, 조명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명암 대비를 중시하며 “작품은 가까이서 크게 봐야 한다”고 믿었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감상법이다.
작품을 디지털화한 후에 ‘원본’은 어떻게 하나?
일반적으로는 현실 세계의 원본도 인정하고, 디지털 세계의 NFT아트도 인정한다. MZ세대는 원본의 보관여부나 위치는 중요치 않고 디지털상의 소유권만 가져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선 작품을 디지털화한 후에는 원본을 없애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NFT아트의 희소성과 독창성을 위해서다. 지난해 3월 4일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을 경매에서 산 후 불태우고 이를 NFT아트로 만들어 판매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작품의 저작권은 어떻게?
NFT 토큰에는 소유권, 저작권, 거래 정보 등을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지적 재산권 보호에 효과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소유권과 저작권을 분리할 수도 있고, NFT아트가 판매될 경우 저작권자에게 일부 수익이 전달되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물로 존재하는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촬영하고 복사한 뒤 NFT 발행 및 판매를 할 수 있어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신뢰성 있는 NFT 거래를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의 도장이 찍힌 부동산 계약서가 법원에서 유리하듯 NFT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한국NFT공인인증원에서 저작권 및 소유권의 보호, 안전한 권리행사를 위한 신뢰할 만한 인증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NFT아트는 미래 시장일까, 잠시 반짝이는 거품일까?
앞서 언급했듯 기존 미술 시장은 부와 미술적 소양을 가진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서 폐쇄적이고 배타적이었다. 때문에 일부 갤러리와 평론가가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좌우하는 일도 빈번했다. NFT아트는 누구나 등록만 하면 작품을 팔 수 있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무명작가에 불과했던 비플의 작품이 최고가에 팔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NFT아트는 기존 레거시 아트와 달리 가치 검증 과정이 아예 없거나 치밀하지 않다. 즉, 작품의 인기와 판매가격이 유행과 일부 그룹의 기호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때문에 순간 빛을 봤다가 금방 사라지는 작가들이 무수히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세는 디지털로 흐르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그것이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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