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스토어서 연인 찾고, 사주·운세·궁합도 본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3.05 00:02

업데이트 2022.03.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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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호 22면

모바일 앱 전성시대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김일준(가명·31)씨는 “친구와 얼굴 평가 점수로 내기하려고 데이팅 앱에 가입했다가 실제 소개팅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는 자연스럽게 앱으로 이성을 만나는 세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부터 약 40여 명의 여성과 실제로 만났고, 그중 5명과 교제했다고 한다. 실제 혼담이 오갔던 연인도 있었다. 김씨는 “주선자가 없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지인 소개로 만났다가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주선자와 어색해질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직 여성 서민지(가명·27)씨는 “소개팅이 들어와도 주선자에게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물어보기가 어려워 데이팅 앱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도 알아봤지만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요구했고, 횟수와 기간에 제한이 있었다. 차라리 적은 금액으로 더 많은 이성을 볼 수 있는 앱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씨는 “직업, 종교, 외모 등을 알고 있으니 실제로 만났을 때 성격이 잘 맞는지만 보면 된다”며 “주변에도 데이팅 앱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달부터 앱에서 만난 전문직 남성과 연애를 시작했다.

빅데이터 기반 운세·궁합 앱 수십개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가 인기다. 연인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데이팅 앱이 대표적이다. 이용자들은 앱에서 사진, 나이 등을 보며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호감을 표할 수 있다. 지난해 1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글램’ 운영사 큐피스트 관계자는 “최근 매출 추이를 보면 앱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낮아진 것 같다”며 “오프라인 만남에서 온라인 만남이 익숙해지는 과도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용자 검증을 위한 장치도 있다. 금전을 요구하거나, 성적 목적으로 가입한 이용자의 계정을 정지한다. 앱 이용자도 다른 이용자의 비매너 행위, 허위 이력, 사진 도용 등을 신고할 수 있다. 휴대전화 번호로 본인인증을 하고 사원증, 원천징수 영수증 등을 통해 학력이나 직업, 재산까지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앱도 있다. 신원 확인이 어려운 PC 기반 데이팅 사이트와는 다른 부분이다. 가입 요건과 인증 절차가 까다로울수록 신뢰도는 높아진다. 서씨는 “본인인증 등 신원이 특정될수록 범죄 확률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년운세풀이, 전통 사주를 볼 수 있는 운세 앱도 인기다. 출생 연월일시를 입력하면 만세력 기반의 빅데이터로 분석한 오늘의 운세, 신년운세, 정통사주, 정통궁합 등 수십여 개의 운세를 알 수 있다. 지난 1월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신년운세를 보았거나 볼 계획이라고 밝힌 이들의 58%는 ‘무료 앱·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월간 순 이용자(MAU)가 10만 명을 넘는 앱도 여럿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 1위 운세 앱인 ‘점신’의 MAU는 110만 명에 달한다. 연말연시에는 MAU가 160만 명까지 올라간다. ‘포스텔러’ ‘헬로우봇’의 MAU도 40~50만 명을 넘어섰다.

인기 비결은 뭘까. 점신 사용자의 70%는 모바일에 익숙한 2030세대다. 역술가를 찾아가지 않고 사주 풀이를 볼 수 있다는 편리함이 젊은 세대를 이끌었다. ‘입소문’이 아닌 ‘사용 후기’로 상담받을 역술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운세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 점신 운영사 테크랩스 신현호 이사(전 한다소프트 대표)는 “앱에서 연결하고 있는 역술인 중 대다수는 먼저 문의해 주신 분들”이라며 “역술인도 적극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운세 앱은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를 공략하고 있다. 점신은 운세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유명 역학 전문가를 직접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앱에서 대략적인 운세를 확인한 이용자들은 역술인과 직접 통화하며 구체적인 상담을 할 수 있다. 현재 점신에 등록된 역술인은 150여 명이다. 포스텔러는 캐릭터를 사용해 접근성을 높이고, 시대와 맞지 않는 표현을 덜어내는 등 세심한 배려로 이용자를 이끌었다. ‘사주 MBTI’ 등 트렌드에 맞는 사주 콘텐트도 제작한다. 헬로우봇은 캐릭터와 더불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했다. 각 분야별로 특화된 AI 챗봇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한밤 세탁물 주문, 문 앞까지 배달

세탁된 와이셔츠가 자동으로 다림질되고 있다. [사진 세탁특공대]

세탁된 와이셔츠가 자동으로 다림질되고 있다. [사진 세탁특공대]

세탁물 수거·세탁·배송까지 담당하는 세탁 앱은 1인 가구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세탁특공대’와 ‘런드리고’가 대표적이다. 세탁특공대 가입자는 2020년 16만 명에서 2021년 34만 명으로 최근 급증했다. 이용자가 자정 전에 문 앞에 세탁물을 놓고 주문하면 이틀 뒤 새벽에 세탁된 옷이 문 앞에 배달된다. 예를 들면 일요일 오후 11시에 세탁앱에서 주문한 옷은 세탁 후 수요일 오전 7시 전에 배달된다. 세탁 앱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 서울 거주 1인 가구 박모(28)씨는 “가까운 세탁소가 없어져 멀리 있는 세탁소까지 가서 맡기고, 찾아오는 게 힘들어 신청해봤는데 편리해서 계속 이용하고 있다”며 “빨래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퇴근 후나 주말에 세탁소가 문을 열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앱 관련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에이아이(data.ai)에 따르면 지난해 앱 스토어에서 지출된 금액은 1700억 달러(204조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사람이 몰릴수록 광고 지출액도 많아졌다. 2018년 1550억 달러에서 지난해 2950억 달러(356조원)로 3년 새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앱 다운로드 횟수, 모바일 앱 이용 시간 등 모든 부문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모바일 광고 지출 금액은 3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개팅 앱 화면. [사진 글램]

소개팅 앱 화면. [사진 글램]

국내 모바일 시장 역시 성장세다. 지난해 한국 모바일 시장의 소비자 지출 금액은 66억1300만 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한국인이 하루 중 모바일 앱을 사용하는데 쓰는 시간도 2019년 4.1시간에서 지난해 5시간으로 늘었다. 모바일 앱이 메신저, 음식 배달, 동영상 스트리밍(OTT), 금융, 여행, 쇼핑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 진출한 덕이다.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영화를 보고, 쇼핑하는 게 당연한 시대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생필품을 사기 위해 오프라인 상점에 직접 가는 것보다 간편하게 모바일에서 결제하는 걸 더 선호하고, 모바일 상의 간편 결제 시스템에도 익숙하다”며 “모바일 시장이 발전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더불어 코로나19로 비대면 구매 수단과 방법이 증가하면서 최근 모바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젊은 세대의 행동 패턴은 휴대전화로 모든 걸 해결하는 모바일 중심”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태블릿PC를 구매했을 때 모바일 결제액이 높아진다는 논문까지 나왔다”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모바일 콘텐트도 다양화되고, 시장 역시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팅 앱’ 국내 사용자 월 178만 명, 2030이 66%

데이팅 앱

데이팅 앱

‘○○님이 나를 매력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님에게 좋아요를 받았습니다’

지난 1일 총 3개의 데이팅 앱에 가입해봤다.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300개가 넘는 알림이 쌓였다. 알림을 보낸 남성의 직업, 나이, 외모 등은 다양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데이팅 앱 월 사용자는 178만 명에 달한다. 가입 연령은 20대가 43.8%로 가장 많았고, 30대(22.3%), 40대(16%)가 뒤를 이었다. 성비는 남성이 60.5%, 여성이 39.5%로 남성 가입자가 여성보다 더 많았다.

대화를 나눠보려 하니 팝업창이 떴다. ‘유료 아이템’ 결제에 대한 내용이다. 아이템이 없으면 대화창을 열 수 없다. 이처럼 데이팅 앱에서는 돈을 많이 쓸수록 원하는 상대를 만나는 데 유리하다. 더 많은 사람의 프로필을 보고 싶을 때도, 특정 조건을 갖춘 상대를 보고 싶을 때도 아이템이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돈을 쓰냐에 따라 앱에서 만날 수 있는 이성의 폭이 달라지는 셈이다. 다른 앱에 비해 데이팅 앱의 이용자 수 대비 매출이 높은 이유다.

전 세계 데이팅 앱 소비자 지출은 최근 3년 새 2배로 늘어났다. 2018년 21억8923만 달러(2조6300억원)에서 지속해서 성장해 2021년 42억4855만 달러(5조1100억원)를 달성했다. 글로벌 데이팅 앱 ‘틴더’는 ‘틱톡’(1위)과 ‘유튜브’(2위)에 이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소비자 지출이 많았던 앱 3위를 차지했다. 4위를 차지한 ‘디즈니 플러스’보다 높은 순위다. 국내 데이팅 앱 매출도 높다. 모바일 인덱스의 올해 1월 기준 국내 앱 통합 매출 순위에서 데이팅 앱은 ‘위피’(13위), ‘틴더’(14위), ‘글램’(17위)등 10위권에 포진해있다. ‘틱톡’(21위), ‘유튜브뮤직’(24위), ‘멜론’(28위)보다 높은 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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