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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대" 외치자 소리껐다…中패럴림픽 황당 중계 [영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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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베이징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전쟁 반대를 외친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 [EPA=연합뉴스]

4일 열린 베이징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전쟁 반대를 외친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 [EPA=연합뉴스]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중앙방송(CCTV)이 베이징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앤드루 파슨스(45·브라질)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의 '전쟁 반대' 발언 이후 목소리를 내보내지 않았다.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러시아를 옹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선 2022 베이징 겨울패럴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이날 46개국 중 네 번째로 입장했다. 관중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파슨스 위원장 등 일부 관계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파슨스 IPC 위원장은 차이치 베이징시 당 위원회 서기로부터 발언을 이어받았다. 그는 "오늘 밤, 저는 평화의 메시지로 시작하고자 한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다양성을 찬양하고 차이를 포용하는 조직의 리더로서,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파슨스 위원장은 "올림픽·패럴림픽 기간의 평화를 위한 ‘올림픽 휴전’은 유엔에서 합의해 채택한 결의안이며, 위반되지 않고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설 내내 목소리를 높인 그는 "평화(Peace)"를 외치기도 했다. IPC는 지난 3일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의 패럴림픽 출전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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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내에선 파슨스 위원장의 발언을 들을 수 없었다. "21세기는 전쟁과 증오가 아닌 대화와 외교의 시대(The 21st Century is a time for dialogue and diplomacy, not war and hate)"라고 말한 뒤부터 방송에서 그의 목소리를 줄였기 때문이다. 중계 아나운서가 급히 수습하듯 말을 자르고 진행을 하기도 했다. 파슨스 위원장의 말도 통역하지 않았고,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의 개막 선포만 내보냈다.

CCTV의 행동은 다분히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다. 지난달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서방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는 국가원수가 방문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은 '보이콧'을 선언했다. 한국도 문재인 대통령 대신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회식을 방문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회식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섰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중국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일방적 제재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이 이미 러시아의 침공을 알고 있었으며,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미뤄달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일 러시아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위해 열린 유엔(UN) 11차 긴급특별총회 투표에서도 이란, 인도 등과 함께 기권했다.

CCTV의 '중계 방송 중단'에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내 커뮤니티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들이 삭제되는 등 공론화를 막기 위한 움직임도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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